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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보따리의 쑥


BY 자화상 2009-04-08

 


 

그야말로 한 보따리의 쑥을 4천원에 샀다.

“우리 매느리가 사준 신을 불에 태워 부렀소.

그래서 얼른 똑 같은 거 사 놓을라고. 하루 종일 캤소.”

하시는 할머님이 안쓰러워 보여 그 분의 쑥을 살려고 값을 물었더니

한 무더기에 천 원씩 달라 하셨다.

떨이하며 네 번의 것을 큰 봉지에 합쳐 담으니 그게 한 보따리가 된 것이다.

내가 그만한 양을 캔다면 아마 사흘을 캐도 안 될 것 같았다.

값을 깎지도 않았지만 편하고 싸게 많은 쑥을 가져오게 되어 괜히 미안했다.

며느리가 사 주었던 신과 같은 신을 사야 된다는 그 마음 이해되었다.

우리 시어머님도 그런 상황이면 같은 생각 하셨으리라.

 

싸게 많이 산 쑥을 다듬어 네 번으로 나누어 씻었다.

그리고 팔 힘이 센 남편이 쑥을 모두 바가지에 빡빡 문질러 부드럽게 만들었다.

그걸 잘게 썰어서 한 번씩 끓일 만큼 양을 짐작으로 재어 비닐에 나누어 담았다.

세어 보니 열다섯 봉지였다.

이틀 건너 쑥국을 끓여도 한 달을 훨씬 넘게 끓여먹을 수 있게 되었다.

4천원으로 너무 쉽게 국거리 장만을 하여 냉동실에 넣어두고 나니 마음이 뿌듯했다.

 

아침 재래시장은 물밀듯 몰려나오는 봄꽃들 따라 갖가지의 푸성귀도 풍성하다.

5천원이면 서너 가지를 살 수 있다.

애기 상추. 시금치. 쑥갓. 쪽파. 쑥을 천원어치씩만 사도

사흘은 너끈히 밥상 가운데에 상큼한 맛을 놓을 수 있다.

한 가지 불편은 다듬고 씻고 삶아 반찬을 만드느라 시간 소비가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푸성귀만 보아도 봄철 입맛이 생기는데 어쩌랴.

한 보따리의 쑥을 바가지에 문지르고 어깨 아프다 엄살떠는 남편도

쑥국하나면 거뜬히 한 끼를 군말 없이 때워주니 봄은 살맛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