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한 보따리의 쑥을 4천원에 샀다. “우리 매느리가 사준 신을 불에 태워 부렀소. 그래서 얼른 똑 같은 거 사 놓을라고. 하루 종일 캤소.” 하시는 할머님이 안쓰러워 보여 그 분의 쑥을 살려고 값을 물었더니 한 무더기에 천 원씩 달라 하셨다. 떨이하며 네 번의 것을 큰 봉지에 합쳐 담으니 그게 한 보따리가 된 것이다. 내가 그만한 양을 캔다면 아마 사흘을 캐도 안 될 것 같았다. 값을 깎지도 않았지만 편하고 싸게 많은 쑥을 가져오게 되어 괜히 미안했다. 며느리가 사 주었던 신과 같은 신을 사야 된다는 그 마음 이해되었다. 우리 시어머님도 그런 상황이면 같은 생각 하셨으리라.
싸게 많이 산 쑥을 다듬어 네 번으로 나누어 씻었다. 그리고 팔 힘이 센 남편이 쑥을 모두 바가지에 빡빡 문질러 부드럽게 만들었다. 그걸 잘게 썰어서 한 번씩 끓일 만큼 양을 짐작으로 재어 비닐에 나누어 담았다. 세어 보니 열다섯 봉지였다. 이틀 건너 쑥국을 끓여도 한 달을 훨씬 넘게 끓여먹을 수 있게 되었다. 4천원으로 너무 쉽게 국거리 장만을 하여 냉동실에 넣어두고 나니 마음이 뿌듯했다.
아침 재래시장은 물밀듯 몰려나오는 봄꽃들 따라 갖가지의 푸성귀도 풍성하다. 5천원이면 서너 가지를 살 수 있다. 애기 상추. 시금치. 쑥갓. 쪽파. 쑥을 천원어치씩만 사도 사흘은 너끈히 밥상 가운데에 상큼한 맛을 놓을 수 있다. 한 가지 불편은 다듬고 씻고 삶아 반찬을 만드느라 시간 소비가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푸성귀만 보아도 봄철 입맛이 생기는데 어쩌랴. 한 보따리의 쑥을 바가지에 문지르고 어깨 아프다 엄살떠는 남편도 쑥국하나면 거뜬히 한 끼를 군말 없이 때워주니 봄은 살맛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