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볕이다.
가을로 기억이 된다.
햇볕이 마당 가득히 들어오는 때가 되면
할머니와 어머니는 이불홑청을 모두 뜯어서
밀가루 풀에 벅벅 비빈 후,
대문과 대추나무를 연결한 빨랫줄에 널으셨다.
바싹 마른 그 홑청의 느낌은 참 좋았다.
장난꾸러기 동생들과 그 사이로 들어가 상반신만을 숨긴 채,
통과하는 놀이를 하다가 혼이 난 적도 있었다.
다듬이에 방망이로 두들겨 곱게 편 후에
대청마루에서 시쳤다.
지금은 이불 홑청이 지퍼로 되어서 벗기고 씌우기만 하면 되지만
그때는 이불 홑청을 시치는 것도 큰 일이었다.
할머니, 어머니, 언니들. 여자들은 다 동원이 되었다.
바늘에 실을 길게 꿰면시집을 멀리 간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
딸을 가까이 두고 싶으신 마음이셨을까.
그때의 어머니 말씀에 실을 짧게 꿰여서인지 옆 동네로 시집을 갔다.
함께 바느질을 했던 언니들도.
날씨가 좋아 집안의 빨래 꺼리를 찾으니
고향의 넓은 마당 한 가운데로 하얗게 펄럭이던
이불 홑청과 지도를 하루도 빠짐없이 그리던
남동생의 요가 널려있던 빨랫줄.
아파트에서는 배란다 밖에 이불 거는 것도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자제를 요청한다.
크린 세탁소 등에 커다란 빨래들을 맡기는 추세이다.
그 날 처럼 하얀 빨래를 펄럭이는 마당의 빨랫줄을
빨리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