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에서 옆에 앉은 여자가 나직한 목소리로
전화통화를 한다
안 들으려고 해도 들린다
추측하여 내용정리까지 하게 된다
\"응 오랫만이야 그래..애들은 잘 크고?
어머 벌써? 중학생이야?
그래 이사간지 3년 됐지
난 뭐 맨날 뭐 겨우겨우 그렇지 뭐
우리아저씨는 중개사 시험공부해 혼자 벌어살려니 그래 힘들다
응...응....근데 나 뭐 좀 부탁 좀 할려고...30만원만 빌릴수 있을까..
응 급한일이 생겨서....
응...그래 그래...그렇구나 ...그래 잘 지내고... 놀러 한번 갈께\"
정리해보면
3년전에 이사간 이웃사촌에게 전화해서
300 도 아니고 30 을 빌려달라는 내용이다
전화받는 상대도 몰염치에 황당하겠지만
여자도 오죽하면 일까 싶다
만지작 만지막 휴대폰 저장번호를 검색한다
대상을 물색하는 중이다
검색번호 하나 하나가 바뀔때마다
멈칫멈칫하더니 한숨을 쉰다
전화가 울린다
남자목소리가 들린다
아까처럼 사교적인 목소리가 아니다
응...응..알고 보고 있는중이야 좀 기다려봐 ..
알아 알았다고...그래.끊어..
다시 한숨
여자가 30만원을 줘야할 상대인거 같다
전화를 건다
\"산후 도우미 구하신다고 하셨죠? 네..마흔다섯인데요...네...
전화를 끊는다
수첩을 꺼내 뒤적인다
전화벨이 울린다 남자 목소리
응.... 아직...산후도우미 전화했더니 나이 많다고 안된다네.
.글쎄 말이야...산모가 불편해 한대...뭔소리인지..
아가씨 산후 도우미도 있나보지..
몰라..알았어 ..알아볼께...
종착역에 도착
나도 여자도 내렸다
자그마한 어깨가 축 쳐져있다
멀어져가는 여자의 닳은 구두 뒤축을 보면서
오늘중으로 30만원 해결할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