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대에 펄벅의 장편소설 대지를 다시 보니 예전에 어렸을때의 감상하고는
아주 다르다 천상 농부인 왕룽이란 인물에 대하여 훨 호의적인 쪽으로 가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평생 흙과 함께 살아 온 그,,, 땅은 그에게 소중한 생명의 음식을
나게 했고 뼈빠지는, 그러나 당연한 노동의 하루를 보내게 했고 추수후에는
귀한 은전을 만져 보게 했으며 험한 고비도 있었지만 많은 풍요로움을 안겨 준다
새봄이 찿아와 촉촉히 젖은 대지에 흙냄새를 맡으면 밭을 갈고 씨를 뿌릴 생각에
가슴 설레는 왕룽, 우직하고 근면한 아내 오란과 함께 불타는 태양아래 김을 매고
추수를 하고 농기구를 손질한다 자연의 일부로서 함께 호흡하고 생활하는 그에게는
현대의 도시인들이 가지지 못한 건강한 생명력이 있다
먹고살게 되자 조강지처인 오란을 업신 여기며 찻집의 몸파는 여인에게 반해
첩으로 들이게 되는 부분에서 남자들이란,,,,끌끌 혀를 차게 되지만
당시의 중국풍습으로는 풍족한 남자들의 흔한 작태로 여러명의 소실을 즐겼다는
걸로 봐서 왕룽의 처신은 이해 못할건 아니다 인간은 사회환경에도 지배를
받는 동물이니까
왕룽의 늙은 아버지가 재밌다
왕룽은 연화를 집으로 들일때 집안식구들과 일꾼들 없을때 오게 했는데
그의 아버지도 소실이 들어 오는지 모르고 있다가 어느날 연못가에서 아들과
어떤 묘령의 여인이 같이 있는걸 보게 되고는 단박에 첩을 들인줄 눈치 챈다
그리곤 크게 소리 지른다 ㅡ창녀다! 우리집에 창녀가 들어 왔다
양지 쪽에 졸다가도 쫓아가 ㅡ창녀다 를 외치며 아들에게
ㅡ 우리는 대대로 농사꾼이다 우리 아버지도 그랬고 나도 그랬고 한여편네하고만
살았다 첩질이 웬말이냐 참, 웃음이 나오면서 오란의 마음을 항변해 주고
읽는 나의 마음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노인의 언급이다
가난한 농삿꾼인 왕룽과 결혼하면서 겨우 황부잣집의 고되고 무시 당하는 종년의
신분에서 벗어난 오란,,,,왕룽집은 오란이 들어 오면서 사람사는거 같은 집으로
바뀌게 된다 깔끔하게 청소하고 빨고 새로 만들어 꾸미고 부잣집에서나 맛볼수 있는
과자를 만들고 쉴새없는 부지런함으로 집안을 아늑하게 만들어 놓는다
그뿐인가 가사노동만으론 시간이 남는다고 들에 나와서 남편과 함께 들일을 한다
아이를 1년에 한번씩 낳아주고 ,,,,오란에게 있어서 엄살이나 불평이란 단어는
아예 없는듯 보인다 전족하지 않은 발을 남편이 업신 여겨도,야리야리한 첩년을 들여도
그 첩에게 준다고 아끼는 진주를 빼앗아 가도 눈물만 흘릴뿐인 그녀, 오란
왕룽이 부를 일구는데 오란은 없어선 안될 존재였다 왕룽도 느즈막히 뼈아픈 후회와
연민을 갖긴 하지만 그녀를 속속들이 이해하진 못했을거다 그녀의 기쁨과 한에
가까운 슬픔을,, 어쨌든 마지막 죽음은 평화롭게 맞이 할수 있어 좋았다
연화,,,,,찻집의 매춘부인 그녀는 전족된 한줌인 발을 갖고 있고 아리따운 얼굴과
몸매를 한 여자였다 왕룽이 처음 보고 이세상여인이 아닌거 같다고 여길만큼,,
은화 한닢을 갖고 벌벌 떨며 아끼던 남자를 펑펑 돈을 물쓰듯하게 만들었다
왕룽의 소실로 들어 앉아서도 고운 값비싼 비단 옷으로 몸을 감싸고 희귀한 진미로
낙을 삼으며 평생을 보낸 여자, 노동이라곤 모른다
어떻게 보면 왕룽을 만나기 까지 연화도 오란 못지않게 불쌍한 여자일수 있다
어려서 부모가 계집아이라고 팔아 먹었는데 ㅡ중국에 그당시엔 없는 집에서는 입하나 덜고
양식을 살수 있어 여자아이를 파는건 흔한 일이었다 얼굴이 이쁘면
그런 쪽으로 풀릴 수 밖에 없던 것이다 사람답게 사는 모습은 아니었다
노동의 기쁨,아이로 인한 기쁨등은 모르고 살았던 별로 당당치 않았던 연화다
총 3부작이라는데 전에도 2부까지만 본거 같아 3부가 궁금하다
완전히 쇠약한 왕룽앞에서 장성한 아들들이 땅을 팔아 나누자는 말을 하니까
왕룽은 대노하며 엉엉 운다 땅에 대한 아버지의 확고한 애착과 사랑을 아들들은
모른다 큰아들은 집안을 꾸미고 남에게 보이는 허영에 ,작은 아들은 재물욕에
가득 차 있을 뿐
대지와 함께 인생고락을 살아 온 왕룽의 생애를 좀 더 이해하게 되었고
예전보다 더한 재미를 맛보며 즐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