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화창한 토요일이었다
아침 햇살이 베란다 난간사이로 맑게 빛날때는
아침부터 기분이 좋고 뭔지 분주해지는 느낌이다
9시 반까지 느긋이 잔 남편은 말하지않아도 재활용품 내다놓는 일을
하러 부스스 일어난다
남편이 피곤해 보이면 간혹 내가 하던일이 었는데,,
먹을 물 떠 오는 일이며 분리수거는 이제 당연 남편일이 되었다
그는 공원에서 매일같이 운동하는 게 일과라 오며가며 물은 떠 오는것이고
분리수거는 몇번은 (오늘은 자기가 해봐 )
소리를 하드만 그럴때마다
(내가 놀아? 바쁘쟎아~~~)하며 식사 준비며 청소며를
아주 바쁜체하며 움직였더니 자기일로 굳혀진 모양이다 히히
12시가 안되서 큰딸 민희가 들어선다
친정엄마랑 전화중이었는데 보니 배고픈 얼굴이다
날씬하게 교복이 잘 어울리고 하얀 얼굴에 와인빛 안경을 쓴 내눈에콩깍지 민희 ^^
종합반을 반대하는 우리때문에 영수 과외만 1주에 두번 받으며
혼자서 공부하고 있다 경쟁심도 부족하고 다소 둔하기 까지한 딸이지만
어떤거에는 반짝반짝한 재능이 있어서 믿음을 주는 딸이다
막둥딸까지 돌아와서
점심은 간단히 쌀피자로 먹고
가까운 산으로 간다
서희까지 같이 가면 좋은데 빠지라고 해도
부득이 어린이 미사를 가겠단다 ㅎㅎㅎ
내생각에 미사를 가서 좋은 말씀 듣고 성당친구들끼리 어울림을
갖는것도 좋은 일이지만 이런 화창한 봄날은
가족들과 산에를 가야 하지않느냐는게 굽힘없는 나의 소신이다
여하튼 딸의 소신을 꺽어서도 안되니 몇번 권하다 포기하고
산을 좋아하는 남편이랑 파르페를 사준다고 꼬신
민희랑 야트막한 동네 산을 올랐다
이런,예쁜거
얼굴을 잔뜩 붉히며 진달래가 삐죽 나왔고
노란 생강나무 꽃은 활짝 폈다
마악 애기순으로 후르르 돋아난 초록이들은 고운 연두빛
어머,세상에
고질병인 감탄사를 마구 쏟아내며
저기 봐,여기 좀 봐를 연발해도
워낙 점쟎게 자연을즐기는 똑닮은 부녀는 묵묵히
고작해야 흥흥하며
봄산을 오른다
산자락이 길게 늘어 진 형세인데
오른 지얼마 안돼 정상인 정자가 있고 그뒤밑으로
한참을 가서 유턴 하고 돌아 오는게 이산의 코스다
정자에서 더 안가겠다는 민희를 놔 두고 우리 부부는
갔다 오기로 한다
오메, 날씨가어찌 이리 더운지
아름다운 가게에서 하나 건진 눈부신 파란쉐타가 무색한데
그래도 다음날 비온다는 예보가 있고 좀 쌀쌀하다고 하니
이 더운 햇살을 맘껏 즐겨야지 하는 맘이 들었다
민희아빠는 요즘 기억력이 많이 떨어진거
같다는 얘기를 한다 한달전 쯤 산에 왔었는데
그게 몇월 몇일인지 생각이 전혀안 난다는거다
(안날수도 있지~ 그건 그리 중요 한 일이 아니라 입력이
안된거야 나두 날짜같은건 전혀 생각 안나
나이가 한해 두해 들면서 아무래도 둔화되는게 있겠지만
메모를 하면 되쟎아~)
라고 얘기해 준다 ㅎㅎ
얼마전 1주일정도 냉각기간이 있었는데,,,
우리의 부부싸움은 한바탕 시끄럽게 말다툼하는게 아니다
일로 피곤하면서 무심한 남편이 어떤사소한일 하나로
툭 상처 주는말을 던지면
소심하고 세심한 내가 그걸 붙들고 몇날몇일
끙끙거리며 삐지는 유형이다
모날 모시에 신중한 대화(?)로 잘풀어졌지만
내가 참 문제긴 하다 ,,,
남편의 칭찬 몇마디에 헤헤 거릴걸 뭘 그리 싸고
고민을 했는지, 집착이면 버리고 사랑의 끈이면
좀 더 느슨히 풀어야 되겠단 생각을 하면서도
성격이라 잘안된다
다시 돌아오는 정상에서 청설모를 봤다
갈빛이 도는 청서는 까치하고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아직 마른 나무에 커다란 까치집이 있는데
새알이 있는지 집을 지키려는 까치들과
새알을노리는 청설모의 생존게임은
우리가 보기에도 긴장감이 도는 삶의 현장이다
봄날치고는 더운 날씨에 유쾌한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