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어처구니 없는 일을 겪은 나 각시는 혼자 분해서 잠을 못자고
있다. 그 사연은 이렇다.
아무리 생각 해도,난 많이 모자란 사람이다.
봄이 되어서인지 욕심이 과해서인지 이런저런 생각으로 좀 우울해져서, 주말이지만 집을 나섰다.
어디를 갈까?
시골에 언니도 생각했지만, 너무 멀고, 만날만한 친구들을 하나 하나 떠올려도, 이애는 이래서 안될 것 같고 저애는 저래서 않될 것
같고, 이리저리 혼자서 머리를 굴리다가,
주부가 막상 갈데가 어디 있겠나?
동대문 시장에 갔다.
늘 시간이 없어서 동동 거리는 딸아이들의 봄옷도 구경을 하고,
적당한 옷이 있으면 사줄 요량이었다.
날씨가 갑자기 풀린 탓인지, 상가는 예쁜 색의 봄옷들로 가게마다
한껏 치장을 하고 있었다.
올해는 색도 예쁘고, 감도 샤방샤방한 시폰 원피스가 유행이다.
가수 소녀시대들이 입고 나오는 원색의 몸에 붙는 바지도 많이
눈에 띄었다.
이곳저곳을 돌아 다니다가, 쉬는 의자가 있으면 혼자 커피를
홀짝이며 앉아 있곤 했다.
옆자리에 와 앉는 여자들의 소소한 얘기를 듣는 것도 재미가 있었고.지나 다니는 가지각색의 사람들을
구경 하는 것도 흥미로워서 심심하진 않았다.
가까이 지내는 친구가 오겠다는 전화를 해서 그때 까지 혼자서
그렁저렁 잘도 놀았었다.
4시쯤 병원에서 퇴근하고 오는 친구와 만났을 때는 도매상가는 이미 많이들 문을 닫고 있었다.
근데, 사건은 그때 일어났다.
친구와 몇집을 돌지 않아서 내가방이 없어진 걸 알았다.
요즘 날씨가 더워진데다 실내로 들어 가니 좀 더운 듯 해서 바바리를 벗어들었었는데, 좀 지나고 보니 내손에는 들고 갔던 흰 가방은
없고 바바리만 들려 있었다.
얼마 되지 않은 시간에 일어 난 일이었다.
어디다 놓고 온건지 누가 슬쩍 한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뭘 산 것도 아니고, 잠시 머물었던 가게로 뛰어 갔지만 주인은 한마디로 딱 잘라 본 적이 없다는 거였고,
상가를 친구와 둘이서 미친듯이 헤맸지만 내 가방은 흔적없이 사라졌다. 나중에는 혹시 누가 현금만 빼가고 버렸을 수도 있다고 화장실에도 가봤지만 없었고,
도대체 난 아무런 기억이 없었다.
조그만 핸드백도 아니고, 좀 큰듯한 손으로 들 수도 있고, 어깨에 맬 수도 있는 흰 가죽으로 된 것이었는데, 특이 해서 내가 마음에
들어 하던 것이었다.
오늘 따라 가방안에는 아끼던 선글라스랑 분홍빛 나는 지갑,
딸이 일본여행중에 사다준 우산겸 양산도 있었고, 소소한 물건들과 화장품까지....그리고 핸드폰에 달린 황금돼지...
그것 보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적지 않은 현금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머리가 띵해졌다.
물건을 많이 사지도 않으면서 현금은 왜 인출을 한건지....
내딴엔 시장은 카드가 쓰기가 쉽지 않아서 혹시 해서 그런것이었다
하여간 무지무지하게 속이 상했다.
물론, 나의 칠칠맞음을 탓해야지 가져간 누군가를 탓 할 수는 없는 것이겠지....
제발 나보다 어려운 사람이 가져가서 요긴하게 쓰길 바랠 수밖에 없다.
위로 한다고 친구는 밥도 사주고.....
친구가 차비를 대주어 터덜터덜 집으로 올수 밖에 없었다.
비도내리고....
처량 맞게 오는 내가 안되어 보이는지 우산을 가지고 마중을 나온
남편은 ,
\"그럴 수도 있지..잊어 버려라! 카드는 다시 만들면 되고 운전면허랑 주민 등록증은 다시 만들면 되잖어, 핸드폰은 신형으로 사면 되겠네!...\" 그랬다.
그는 위로 하는거지만 난 민망해서 찔끔 눈물이 났다.
\" 아빠, 난 왜 이렇게 야무지기가 힘들까?\" 나 너무 바보같지?\"
그랬더니 더 눈물이 났다.
그냥 내자신이 부끄럽고, 분통이 터진다. 엉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