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창가에 이른 봄 햇살이 노랑병아리 모습으로 찾아 왔었어요 한없이 포근한 깃털같이 한없이 졸리운 눈꺼풀로
봄을 기다리는 성급한 마음에 호미와 욕심껏 받아둔 꽃씨를 들고 꽃밭에 갔지요. 사나운 욕심만큼 호미끝에 힘을 줘 땅을 팠어요
탱탱 쇠붙이의 힘보다 내 욕심보다 더 강한 힘으로 땅들이 저항을 해요 손 끝으로 전해지는 호통이 어깨까지 몇 번을 시도하다 미안하고 멋쓱한 마음으로 꽃씨 봉지들을 여며들고 다시 들어왔지요
어제 다시 꽃밭을 찾았어요 어느새 한없이 부드러워진 흙들은 스스로를 열어 여린 새싹들이 쉽게 머리를 내밀 수 있도록 부드러운 흙위로 작은 실금들이 나 있어요
욕심사납게 꽃씨들을 뿌리며 부끄러웠어요 단 한번 실수없는 약속이였건만 그토록 수 없이 들려준 약속이였건만. 때가되면 오마 하고 내가 약속을 어긴 적이 있더냐 하고 그토록 속삭여 줬건만 이제야 또 귀 하나 열림이지요.
내년일랑 욕심껏 꽃씨도 아니 받으려고요 올해만 받아논 씨앗이니 내가 책임지고 이제 믿고 자연에게 맡겨 두려고요 가벼워진 마음으로 돌아서는 나에게 다시 속삭임 하나가 들려오네요. 여린 풀씨하나 틔워내는 자연의 따뜻한 배려도 거짓없이 지켜내는 묵직한 약속도 고요히 믿고 기다릴 줄 아는 성숙함을 기르라 고요. 상대에게도 충분한 시간을 주고 조용히 기다릴 줄 아는 삶이 진정한 미덕이 아니 겠느냐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