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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갑자기 배가 아파...


BY 그대향기 2009-03-15

 

봄비가 내린 들판에는 새로운 생명들이 우루루루....

땅 냄새 비 냄새를 맡고 앞 다투어 자라는 모습이 보일 지경이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게 자라는 농작물들이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여기서도 불쑥~`저기서도 뽈쪽뽈쪽....

질세라 서로 시기하며 올라오는 들풀이며 마늘 양파 순들이

그 어느 꽃들보다 아름답기만 하다.

생명의 들판.

새로움의 들판.

푸른 이야기들이 왕성하다.

 

토요일 오후.

할머니들과의 주중 행사의 마지막 코스인

부곡 목욕을 마치고 다 같이 돌자 동네 한바퀴~`

남편이랑 둘이서 오랫만에 들길을 달렸다.

주말에는 돌아가면서 할머니들 식사를 준비하는데

지난 주는 내 당번이 아니었기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근처 늪지며 인공호수..분재원을 구경다니는 호사를 누렸다.

하루 24 시간 시장 보러 나가지 않으면

담장 밖으로 나갈 일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는 생활.

평균 연령이 80~90 인 할머니들하고의 생활이

벌써 16 년째다 보니 내 생활 전반에 걸쳐서

의식주부터 사고방식까지.....

거의 모든 부분에 걸쳐서 노인화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먹고 마시고 입고 보는 것 까지 할머니들에게 맞추다보니

내 생활이란게 어디로 갔나~~싶으게 없다는 느낌이다.

 

뭐든 나나 우리 가족이  우선순위가 아니고 할머니들이시다보니

가족의 의미도 많이 변형화 된 이상한 모양이다.

그 속에서 나름의 행복을 찾고 의미도 찾아서 적응을 하는데

그 한가지가 꽃을 모으고 키우고 즐기는 것.

또래문화가 거의 없는 이 곳 생활이 남편으로 인해

많이 완화되고 충족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부족한 뭔가가 있다.

스스로 찾아낸게 화초 가꾸기며 작은 소품들 모으기.

먹고  없애버리는 음식이 아니라 오래 두어도 즐겁고

피곤한 몸과 마음을 치유해 주는 건강식품 같은 거라고나 할지?ㅎㅎㅎ

 

그 오후에도 꽃이나 한번 보러 가자는 남편의 말에

좋다구나 따라 나섰다.

비포장도로도 있어서 짐차를 타고 덜컹덜컹....

시골길을 돌아 돌아 분재원도 잠깐 들러 보고 가격이 비싸 으악...

한번 놀래고 입맛만 쩝~~다시다가 나와버렸다.

그리곤 미련도 후회도 없이 커다란 늪이라기엔 너무 멋진 호숫가.

물오리떼가 한가로이 떠 다니고

불규칙하게 완만한 곡선을 이루는 호숫가는

마음을 평화롭게 만들었다.

작은 파도처럼 잘게잘게 부서지며 일렁이는 수면 위를

한참 내려다 보곤 돌아 나오려는데

아니~`아니~`

언제 이곳에 이런 멋진 집이~~

호수가 한눈에 다 내려다 뵈는 언덕배기에

통나무로 근사한 집을 짓고 커다란 통유리 창에다가

잔디가 깔린 정원에 아름드리 소나무며 희귀한 나무들이 즐비....

컹..컹..짖어대는 개 두마리까지 보통의 잡종개는 아니질 않는가?

넘어가는 저녁해가 드리워진 황금빛 호수가 한눈에 다 들어오고

물오리들이 마치 자기집 정원에 있는 연못에서  키우는 것처럼

그 호수가 몽땅 그 집을 위한 부속물처럼 자연스럽질 않는가?

 

나무 한그루 ..야외식탁하나..문고리 하나..계단하나까지....

전부 통나무를 켜서 그 모양을 고스란히 살려서 만든

그야말로 자연을 훼손하면서도 자연을 살린...

고급스럽지 않은게 없고 예사 나무가 아닌 별장 중에서도

아주 근사한 별장이 떠..억 성처럼 서 있었다.

자주 못 오던 중에 누가 이리도 근사한 자리에다가????

예전에 자주 이리로 발걸음을 하면서 나중에 우리 돈 많이 많이 벌면

이 언덕쯤에 근사한 집 하나 짓고

호숫가에는 붓꽃이며 수초..연꽃을 마음껏 심자며

등나무도 올려서 시원한 그늘도 만들고

그 아래에는 평상도 넓다랗게 만들어 두고

오가는 사람들 다리쉼도 주자고 그랬는데....

물가에 빙 둘러서는 키 작은 꽃들을 심어 가뭄살없이

사철 피고지게 하자고..이쁘고 작은 꽃들이 만발하는

호숫가 우리들의 꿈동산을 만들자 했었는데...

집 옆에 작은 텃밭도 일구어서 상추며 고추, 방울토마토

빛고운 가지에 배추며 깻잎도

삐뚤어진 오이일망정 한 두 고랑씩 심고 싶었다.

소박하지만 사랑이 담긴 싱싱한 상을 차리자며

애들이 가끔 오면 아침 산책 길에 배추벌레를 잡으며

키운 구멍 쑹~쑹 뚫린 어린 배추로 된장국을 끓이고

텃밭에서 갓 따온 풋고추에 깻잎이랑 쌈 사먹고

애들이 돌아 갈 무렵이면 봉지봉지 텃밭의 채소들을

바로 먹을 수 있도록 다듬어서 차에 실어 주는

그런 우리의 노년이 되고 싶었다.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 너를 바라 볼 수 있다면~~`

물안개 피는 창가에 서서 작는 미소로 너를 부르리~~\'

어느 가수의 노랫말처럼 그런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작은 호숫가.. 작은 우리의 집에서 떠 오르는 부드러운 아침 햇살을

얇은 커텐 너머로 받으며 모닝커피를 순하게 타서 초로의 남편한테

곱게 갖다주는 역시나 늙수레한 할머니가 되고 싶었다.

 

늘 손님방 하나쯤은  깨끗하고 정갈하게

비워두는 여유를 가지자며 야무진 꿈을 키우던 자리에...

가까운 사람들 놀러 오라고 하면서 아름다운 노년을 보내자고...

비싼집은 아니더라도 편히 쉴 곳을 만들자고....

우리를 아는 많은 사람들을 초대하자고 그랬던 우리들의 꿈동산에

누가 벌써 와 버렸다.......!!!!!

낮말은 새가?....밤말은 쥐가 들었을까?

우리 둘이서만 했던 이야기를 누가 일러줬을까?

나도 모르게 내 걸음은 이미 그 집 높은 나무계단을 오르고 있었고

주인의 허락도 받지 않고 정원을 둘러 보고있었다.

개는 충성을 과시하며 짖어대는데 호수로 나 있는 시원스럽고 큰  통유리로

주인인 듯한 남자의 여유자적한 흔들의자며

안주인의 말소리가 들리는 중에서도 난 목례만 하고

둘러 볼 건 다 둘러보고 나오는 무례를 범했다.

담장은 아예 없었고 높은 집에 그저 나무 계단만이 무슨 철옹성처럼

나 있었는데도 난 뭐에 홀린 듯이 그 계단을 오르고야 말았다.

내 집인데.....

이 자린 내 집 터인데....

누가 감히 내 집 터에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편이 멀찌기서 부른다.

\"그만 내려와요~~남의 집을 왜 그래~~\"

아직 덜 조성된 정원의 모래를 밟으며 내려 오는 내 발걸음이 휘적휘적...

누가 뭐라 그러지도 않았는데 힘이 빠진다.

얼마나 부자면 저런 집을 지을까?

저 큰 집터에.. 저 큰 정원에... 저 나무며... 저 통나무집???

우린 저런 집이 아니어도 좋을건데..

우린 저리 어마어마한 건축물이 아니어도 충분한데...

저렇게나 우람하고 값진 정원수가 아니어도 좋을건데...

갑자기 아랫배에 힘이 빠지니 배가 아픈 것 같다.ㅎㅎㅎㅎ

남편한테 갑자기 배가 아프다니 피씩..힘없이 웃는다.

사람 싱겁기는..이러면서.

그래.

내가 생각해도 싱거웠어~~

남의 집을 허락도 양해도 안 구하고 마구 돌아댕겼으니.

주거침입죄로 신고해도 당할 뻔~~

내 집...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집도 충분히 좋고 행복한데

공연히 헛바람 불어서 마음만 허전해졌다.

그래도 잘 지은 집을 구경하고 나니 꿈이 더 현실화

되어야 겠다는 강한 충동을 느꼈다.

꿈은 꿈으로만 남기지 말고 현실로 만들자~~!!!

 

애들은 엄마아빠가 은퇴하면 도시로 나와서 살라고 그러지만

오랜 시골생활에서 자질구레한 짐들도 많이 늘었다.

난 그런 짐들을 깨끗하게 정리 할 자신이 없다.

하나하나마다에 사연이 있고 정이 들어 과감하게 버릴 것 같지가 않다.

내가 원하는 화단도 땅값이 비싸 못 만들것 같고

능력에 맞추어서 도시에서 작은 집에 살게된다면

차라리 시골에서 상대적으로 싼 땅에 집도 좀 넉넉하게 짓고

마당 넓은 집에서 살고 싶다.

어차피 애들은 각자의 직장이나 남편의 직장에 따라서 나가 살 것이고

일년이면 몇번이나 시골에 올 수 있을 런지....

나를 보더라도 나 살기 바쁘니까 부모님들을 찾아 뵙는게 이리도 어려운데...

일년 내내  두 부부가 편안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작지만  오붓한 집을 지어서 사는게 노년의 소원이라면 소원이다.

큰 욕심 안 부리고 은퇴 후에 능력되는 한도 내에서

너무 깡촌만 아닌 시골에서 화단이나 가꾸면서

그 동안 모아 둔 크고 작은 내 애장품들(?)을

그래봤자 돌이며 항아리들..오래된 물건 몇 개 ..화분들이지만...

제대로 진열해서 날마다 닦고 물 주고 건강하게 돌 봐 주면서 우리 두 부부도

같이 건강하게 늙어 가는게 지금의 작은 바램이다.

자연적으로 생긴 작은 연못이나 호수가 바라보이는 야트막한

언덕에다가 꼭 내 집을 짓고파라~~ㅎㅎㅎ

 

진짜로 작은 호숫가 우리 집이 생기면 초대장을 날릴테니 놀러들 오세요~~ㅎㅎㅎ

꿈은 이루어진다....외우면서 살랍니다~`주문처럼요...ㅎㅎㅎ

그 날이 언제 일런지 아무도 모르지만 생각이 말이 되어 나온다고..

또 그 말에 생명력이 생겨 이루어진다고....

누군가가 한 그 말에 희망을 걸어 봅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