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병원에 있을 때 보호자로 있던 그녀와
우동 한 그릇 전한것이 인연이 되었다
쌀도 보내주고 온갖 채소며 메뚜기도 잡아 보내준
고마운 친구가 된 그녀
오늘은 드디어 경상도에 있는 함창이라는 곳으로
하룻길 여행을 갔다
불고기를 재워 그릇에 담고 김이며 영양제와 빵을 사다가
문득 그녀가 서울 병원에 와 있을때 김장도 못하는 줄 알고서
이웃집 할머니가 스무포기 김장을 해주었다는 생각이 나서
할머니께 드릴 케익도 하나 더 샀다
친구가 힘들 때 배려해 주신 그 할머니가 너무나 고마웠기 때문이다.
상주가는 고속버스를 탔는데 설레이는 마음이다
아이처럼 좋아서 무거운 짐도 가볍게 느껴졌다
내일 갈거라고 전화를 걸어서 어떻게 가냐고 물었다
함창에 와서 택시를 타면 된다고 했다
하여간 내일 갈거라고 했다
날씨가 흐려서 차창 밖으로 보이는 시골 풍경은 보이질 않았다
눈을 감고 두시간은 달렸나보다
낑낑대고 보따리를 들고 내려서 택시를 탔다
친절한 경상도 아저씨는 나무다리라는 동네 앞에 내려주었다
맘속에 생각하던 시골풍경은 온데간데 없고 모두 시멘트로 포장된 마을 길이다
띄엄띄엄 떨어져 있을 시골집들은 보이질 않는다
그냥 도시에 변두리 풍경모습이다
사람들이 잘 보이지 않아 두리번 거리고 있을 때 아줌마 두분이 마을길로 들어섰다
누구누구 씨 댁을 아시냐고 물었더니
날보고 어떤 관계냐며 물으신다
서울에 병원에서 만난 친구라며 이야기 했더니 아이구 고마워라 하신다
그저 내 손님 처럼 친절하게 가르쳐 주셨다
저어기.. 소를 먹이는 집이라며 말하시기에 얼른 달려갔다
문 입구에 있는 외양간에는 일곱마리 소가 있었다
닭장에는 오랫만에 보는 시골 닭들이 여섯마리가 있었다
낯선 집이 아니라 오래전에 기억되던 나의 사랑하는 고향집 같아 들어갔다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어 전화를 했더니 장을 담그다가 숯덩어리가 필요해 이웃집에 있다고 한다
서울 이라며. 나 배고픈데 했더니 날라 오란다
아니 집 앞에 와 있는데 하고 말했더니 단숨에 달려온 그녀
까맣게 그을은 얼굴에서는 순박한 미소가 만들어 낸 잔 주름이 웃는다
손을 잡고 방에 들어서더니 이게 꿈이냐 생시냐고
다시 손을 잡아 보자고 한다..
우린 깔깔대고 바라보고 또 웃었다
마을에 마실을 간 아저씨도 얼른 달려 오셨다
반갑다며 얼른 밥을 차리라고 하신다
우리는 라면이나 끓여서 먹자고 했다
시골에서 외양간 을 바라보며 먹는 라면도 맛있을것 같았다
둘이는 깔깔대며 맛나게 먹었다
시골장이 언제냐고 물으니 오늘이란다
시골장이 서는 날이 늘 보고싶었는데 드디어 구경을가게 되었다
친구와 손잡고 십여분 걸어가니 장이 섰는데 오후 4시가 넘어가니
시골 할머니들 모습들은 보이지 않고 장사꾼들 모습만 보였다
땅콩을 두되박 샀다
호떡도 사서 둘이 먹었다
친구는 아는 사람이 지나가면 호떡 하나 잡숫고 가소.. 하며 건냈다
훈훈한 시골 인심이 베어나는 늦은 장터를 바라보며 난 좋아서 하하 웃는다.
보름나물들도 많이 나와 있어서 가지며 산나물 콩나물을 샀다
집에 와서 친구가 소 먹이를 주기에 난 부엌에 들어가 얼른 반찬들을 만들었다
콩나물 국을 끓이고 나물을 볶고 소불고기도 볶았다
저녁은 아저씨와 셋이서 맛나게 먹었다
서울에 있는 막둥이 아들이 내가 왔다고 통닭을 시켜 준다고 한다
즈이 엄마는 어떻게 시키냐고 했더니 엄마 ! 내가 뭐 안되는게 있나요 하드랜다
늦은 저녁........둘이 방에 앉아 있는데 서울 막둥이 아들이 통닭 두마리를 사 들고 왔다
지난번 서울에서 한번 만난적이 있었는데 어찌나 자상하고 이쁜짓만 골라서 하는지
딸도 부럽지 아니할 정도였다.
커피도 끓여다 주며 뭐 필요한것 없느냐고 묻는다
별로 잘한것도 없는데 융숭한 대접을 받으니 그저 부끄러울 뿐이었다.
하룻밤을 따스한 방에서 푹 잠을 잤다
그녀는 아침에도 소먹이를 주느라 바빴다
난 밥을 하고 계란찜도 만들고... 김치 찌개도 만들어 아침 상을 차렸다
친구 아들이 밥을 먹으며 맛있다고 하니까 기분이 좋았다
목욕탕에 빨레도 잔뜩이다
얼른 세탁기를 돌리고 친구랑 빨레를 널고 설거지 하고...
커피도 마시고 나니 약수터로 물을 뜨러 가자고 한다
아들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시골 산속으로 물을 뜨러 다녀왔다
아저씨는 상주에 있는 병원으로 혈액투석을 하러가시는 날인데
장날이라고 하기에 친구 한테 또 가자고 하였다
말만 들어도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 그저 깔깔대고 웃었다
이십여분 달리니 상주 장날이다
처음 와 보는 상주...........시골 할머니들이 골목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장을 펼쳤다
양쪽에서 할머니들이 이것좀 사이소 하신다
가만히 바라보노라면 모두 다 사주고 싶다
장사꾼 같은 사람에겐 잘 안사고 연로하신 할머니들 것만 샀다
나물들이며 호박 말린 것 가지 말린 것 다래순.. 좁쌀.. 등등
함께 시장 구경을 하는 친구는 날 보며.. 맘 이 약해 하루종일 장을 봐도
못다본다며 다음에는 리어카를 들고 와서 시장에 할머니들 물건은 다 사드리라고 웃는다
우리 둘이는 손을 꼭 잡고 맘이 똑같음을 나눈다
마음 여리고 눈물 많고........ 너무 똑같은 부분이 많다
오래 만나지 않았어도 오래된 친구 같다
장을 다 보구나니 보따리가 무거워서 둘다 낑낑거렸다
시장에 나왔으니 뜨끈한 칼국수라도 먹어야 한다며 국수집에 들어가 먹었다
펄펄 끓는 소금물에 가느다란 국수를 넣고 끓여서 양념장을 얹어서 먹는 칼국수다
멸치물도 아니고 소금물이라 익숙치 아니한 서울 사람들은 좀 이상하지만
단백한 맛에 맛있게 먹었다
보따리를 들고 버스 정류장에 와서 차를 기다리며 자판기 커피를 뽑아 먹었는데
할머니가 혼자 앉아 계시기에 커피 한잔을 뽑아 드렸더니
우째 모르는 나에게 커피를 사주냐며 고맙다고 하셨다.
시골 정이란게 이런게 아니냐고 나도 웃으며 답을 하였다
시골 사람들은 모두 내 일인양 서로 돕는 모습을 본다
참 따뜻한 시골 풍경을 가슴에 담고 집으로 왔다
해가 질까봐 혼자서 어떻게 가느냐고 하룻밤 더 자고 가랜다
두시간 달려가니 걱정 말라고 하면서.. 난 냉이를 꼭 캐어야 한다고 하니까
친구는 오토바이에 나를 실고서 과수원으로 달렸다
난생 처음 타 보는 오토바이.. 얼마나 신기하고 좋은지 오토바이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을
이해하는 마음이 들었다.
호미 두개.. 봉지 하나 들고 과수원으로 가서 토실한 냉이를 한봉지 캤다
추운 시골 들녘에 찬 바람이 냉이캐는 훈훈한 마음에 녹아 내리는 것 같았다
집에 와서 얼른 뚝배기 비빔밥을 해서 셋이서 맛있게 먹고 서울갈 채비를 했다
친구는 현미찹쌀이며 참기름 들기름 배추 호두 곶감을 잔뜩 싸 주었다
어제 빵을 사다드린 할머니는 고추장을 담았다고 한통 싸주셨다.
엄마가 안계시니까 나에게 친정엄마에 정을 주는이들이 있어 행복했다.
서울로 오는 터미널 까지 혈액투석을 하고 오신 아저씨는 피곤함도 무릅쓰고
태워다 주셨다.
빠이빠이 하며 떠나오는데 그냥 맘이 따뜻해져 온다
오래전에 만난 사람처럼 정겹기만 하다
친구도 말했다.. 난 왜이리 맘이 편한지 모르겠다고 한다
내가 밥을 해줘도 좋구.. 자존심도 없어지구.. 맘속에 힘든 맘 다 말할수 있어서 좋댄다
시골에서.. 혼자 속앓이하며 일도 못하는 남편대신 가장 역활을 다 해야하는 친구가 안스럽지만
마음으로 버팀목되어.. 지켜주시는 든든한 아저씨가 고맙다
하룻밤 더 묵었다 가면 영덕 바닷가를 여행 시켜주고 싶다하시는 아저씨
몇날 더 있다가라는 친구에 따뜻한 사랑이 생각나 오랫동안 마음이 시골에 와 있을것 같다
돌아 오는 버스 속에서 이틀간 어른이 되어 만나 친구하자며 내민 손이 참 따뜻함을 느껴본다
두시간 남짓 달려 온 터미널 앞에 나를 반겨주는 우리 남편에 모습 또한 가슴 따뜻하다.
참 행복한 이틀간에.. 친구와의 데이트가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