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619

낡은 지갑


BY 그대향기 2009-01-30

어느 날인가??

아들한테 돈을 주면서 무심코 꺼낸 지갑이  한귀퉁이가  닳아서 없어져 있다.

너무 오래 정이 들었고 만만해서 애용하던 지갑인데 하필 아들이 보고야 말았다.

이리저리 지갑을 둘러 보던 올 해 고등학교 2 학년이 되는 막내아들이

\"엄마~지갑 이거 밖에 없어요?

몇년 쓰신 거예요?

제가 하나 사 드릴께요.\"

난 아무렇지도 않게 꺼낸 지갑인데 막내는 마음이 아팠나보다.

소위 말하는  알려진 메이커였고 크기나 모양이 내겐 너무 좋아서

벌써 몇년을 그 지갑만 들고 다녔는지 기억도 없다.

누구한테 선물 받은 걸로 아는데  그 사람도 생각나지 않고.

 

늘 가방 속에 있었고 간혹 나들이 길에서도 가방 안....

그래서 굳이 더 나은 지갑을 살 이유가 없었던 것 뿐인데

아들은 그런 지갑만 있는 엄마가 안스러운가 보다.

저 신발은 요즘 애들이 다 아는 신발이  아니면 안 신을라는 통에 눈 질끈 감고

매장가서 거금주고 사 주곤 했는데 정작 엄마는 다 헤진 지갑이라니...

아들은 인터넷으로 같이 구매하잔다.

컴퓨터를 켜고 이리저리....

알려진 메이커마다 다 돌아댕겨보는데

허걱.......

가격이 만만찮다.

 

작은 중지갑이나  반지갑도 엄청나다.

하기사 얼마 전 남편의 생일선물로 반지갑을 사 보니 엄청나더라만....

무슨 쪼맨한 쪼가리 몇개 붙혀둔게 몇 만원씩이나...

아무리 이 사이트 저 사이트 다 뒤져봐도 가격이 맘에 안 든다.

가죽을 좀 넉넉하게 붙혀주던가

작으면 가격이라도 싸던가...ㅎ

좀 마음에 든다 ~~싶으면 가격은 나의 간을 다 녹인다.

저 돈이면...저 가격이면....

ㅎㅎㅎㅎㅎㅎㅎㅎ

이러니 어찌 지갑을 사랴.

아들하고 두어시간을 돌아댕겨도 허탕.

 

아들은 좋은 걸로 하나 사 드린다며 \'찜\' 하라해도  선뜻 이거~`하지를 못했다.

저 세뱃돈을 헐어서 사 드린다는데도 엄마인 나는 고맙다고 덜렁 받질 못하겠다.

어디 지갑이 세는 것도 아니고 새지갑에 돈 두면 알을 깔까? 이자가 붙을까?

동전도 안 흐르고 지폐도 안 흐르는구만.

공연히 새지갑에 혹해서 시간만 죽였네.

 

그래도 이쁘고 멋진 지갑들의 사진이 눈에 어른거리는건 또 뭐람.ㅎㅎㅎㅎ

구두회사에서 나온 지갑이 너무 맘에 들어 가격을 확인해 보니

엄마야~~~`

그 돈이면 참조기가 한상자에 밀감이 몇상자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계산이 먼저 떠 오르니 지갑을 어찌 사냐고요...ㅎㅎㅎㅎ

낡았지만 내 손 때가 묻었고 적당히 허름해져 있으니

편안하게 돈도 잘 들어가고 아깝지 않게 들고 다닐 수도 있고.

요즘 새로 나오는 지갑은 왜 그렇게 작고 비싼지....

새 지폐가 작아서 그렇다고는 하지만 지갑이 꼭 어린애 장난감 같다.

악세사리처럼 그냥 폼으로 들고 다니는...

 

아무리 좋은 쇠가죽이라도 세월이 지나고 손때가 묻으면 허름해 지는 법.

정이 붙고 사랑이 가는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내 성격으로

우리집에는 오래 된 물건들이 많다.

막상 버리기를 작정하고 현관문 앞까지는 가는데 그 이상은.....

이건 이래서 못 버리고 저건 저래서 못버린다.

다 끼고 살거냐고 남편이 타박해도 이구석 저구석 많이도 짱 박아뒀다.

아마 집이 좁았더라면 더러더러 버렸을 수도.

집도  좀 큰 집에 살지만 마당이나 창고가 따로 있으니 뒀다가 도로 들고 나오게 된다.

이리 채이고 저리 채여도 잘도 숨겨뒀다가 도로 원상복귀 해 놓은 아내를 보고

남편은 하루 날 정해서 나더러 어디 갔다 오란다.

그러면 자기 혼자서 다 갖다 버린다고.ㅎㅎㅎㅎ

 

아마 오늘도 아들이 오면 또 지갑을 열람 해 볼지도 모르겠다.

살까....? 말까......?

에이~~`저질러버려?

아니야.....아직은 쓸만한데 뭘.

이 우유부단.

다 무시하고 하나 저질러버려?

아들이 선물한다는데...

아들 돈이 엄마 돈이지 뭘.

친척들 세뱃돈 주고 아들이 받은 거니까 그 돈이 그 돈이네.

수금보다 지출이 더 많은 세뱃돈.

해마다 그렇지 .

오늘 저녁에는 진짜로 하나 질러버려?

작고 아담하고 때깔 좋은 중지갑으로.....ㅋㅋㅋ

 

지금도 운명을 저울질 당하면서 안방

내 핸드백 안에서 불안하게 누워있을 낡은 내 지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