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인가??
아들한테 돈을 주면서 무심코 꺼낸 지갑이 한귀퉁이가 닳아서 없어져 있다.
너무 오래 정이 들었고 만만해서 애용하던 지갑인데 하필 아들이 보고야 말았다.
이리저리 지갑을 둘러 보던 올 해 고등학교 2 학년이 되는 막내아들이
\"엄마~지갑 이거 밖에 없어요?
몇년 쓰신 거예요?
제가 하나 사 드릴께요.\"
난 아무렇지도 않게 꺼낸 지갑인데 막내는 마음이 아팠나보다.
소위 말하는 알려진 메이커였고 크기나 모양이 내겐 너무 좋아서
벌써 몇년을 그 지갑만 들고 다녔는지 기억도 없다.
누구한테 선물 받은 걸로 아는데 그 사람도 생각나지 않고.
늘 가방 속에 있었고 간혹 나들이 길에서도 가방 안....
그래서 굳이 더 나은 지갑을 살 이유가 없었던 것 뿐인데
아들은 그런 지갑만 있는 엄마가 안스러운가 보다.
저 신발은 요즘 애들이 다 아는 신발이 아니면 안 신을라는 통에 눈 질끈 감고
매장가서 거금주고 사 주곤 했는데 정작 엄마는 다 헤진 지갑이라니...
아들은 인터넷으로 같이 구매하잔다.
컴퓨터를 켜고 이리저리....
알려진 메이커마다 다 돌아댕겨보는데
허걱.......
가격이 만만찮다.
작은 중지갑이나 반지갑도 엄청나다.
하기사 얼마 전 남편의 생일선물로 반지갑을 사 보니 엄청나더라만....
무슨 쪼맨한 쪼가리 몇개 붙혀둔게 몇 만원씩이나...
아무리 이 사이트 저 사이트 다 뒤져봐도 가격이 맘에 안 든다.
가죽을 좀 넉넉하게 붙혀주던가
작으면 가격이라도 싸던가...ㅎ
좀 마음에 든다 ~~싶으면 가격은 나의 간을 다 녹인다.
저 돈이면...저 가격이면....
ㅎㅎㅎㅎㅎㅎㅎㅎ
이러니 어찌 지갑을 사랴.
아들하고 두어시간을 돌아댕겨도 허탕.
아들은 좋은 걸로 하나 사 드린다며 \'찜\' 하라해도 선뜻 이거~`하지를 못했다.
저 세뱃돈을 헐어서 사 드린다는데도 엄마인 나는 고맙다고 덜렁 받질 못하겠다.
어디 지갑이 세는 것도 아니고 새지갑에 돈 두면 알을 깔까? 이자가 붙을까?
동전도 안 흐르고 지폐도 안 흐르는구만.
공연히 새지갑에 혹해서 시간만 죽였네.
그래도 이쁘고 멋진 지갑들의 사진이 눈에 어른거리는건 또 뭐람.ㅎㅎㅎㅎ
구두회사에서 나온 지갑이 너무 맘에 들어 가격을 확인해 보니
엄마야~~~`
그 돈이면 참조기가 한상자에 밀감이 몇상자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계산이 먼저 떠 오르니 지갑을 어찌 사냐고요...ㅎㅎㅎㅎ
낡았지만 내 손 때가 묻었고 적당히 허름해져 있으니
편안하게 돈도 잘 들어가고 아깝지 않게 들고 다닐 수도 있고.
요즘 새로 나오는 지갑은 왜 그렇게 작고 비싼지....
새 지폐가 작아서 그렇다고는 하지만 지갑이 꼭 어린애 장난감 같다.
악세사리처럼 그냥 폼으로 들고 다니는...
아무리 좋은 쇠가죽이라도 세월이 지나고 손때가 묻으면 허름해 지는 법.
정이 붙고 사랑이 가는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내 성격으로
우리집에는 오래 된 물건들이 많다.
막상 버리기를 작정하고 현관문 앞까지는 가는데 그 이상은.....
이건 이래서 못 버리고 저건 저래서 못버린다.
다 끼고 살거냐고 남편이 타박해도 이구석 저구석 많이도 짱 박아뒀다.
아마 집이 좁았더라면 더러더러 버렸을 수도.
집도 좀 큰 집에 살지만 마당이나 창고가 따로 있으니 뒀다가 도로 들고 나오게 된다.
이리 채이고 저리 채여도 잘도 숨겨뒀다가 도로 원상복귀 해 놓은 아내를 보고
남편은 하루 날 정해서 나더러 어디 갔다 오란다.
그러면 자기 혼자서 다 갖다 버린다고.ㅎㅎㅎㅎ
아마 오늘도 아들이 오면 또 지갑을 열람 해 볼지도 모르겠다.
살까....? 말까......?
에이~~`저질러버려?
아니야.....아직은 쓸만한데 뭘.
이 우유부단.
다 무시하고 하나 저질러버려?
아들이 선물한다는데...
아들 돈이 엄마 돈이지 뭘.
친척들 세뱃돈 주고 아들이 받은 거니까 그 돈이 그 돈이네.
수금보다 지출이 더 많은 세뱃돈.
해마다 그렇지 .
오늘 저녁에는 진짜로 하나 질러버려?
작고 아담하고 때깔 좋은 중지갑으로.....ㅋㅋㅋ
지금도 운명을 저울질 당하면서 안방
내 핸드백 안에서 불안하게 누워있을 낡은 내 지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