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수기-19 진퇴양난
삼십명분 배달이 있어 남편과 아들이 같이 갔었다.
부페 음식처럼 나누어 먹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런 주문을 미처 예상을 못해 일인용 배달 그릇만 준비가 되어 있던 때다.
갈비찜이나 카레처럼 흐르기 쉬운 음식이 많았는데 담아갈 마땅한 그릇이 없었다.
국물을 바짝 졸여서 가져가든가, 다른 그릇에 담아 가지고 가서 옮겨담든가…다른 방법을 찾았어야 했는데…미처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해 가지고 가서 보니 국물이 흘러 엉망이었다고 한다.
당황한 남편이 허둥지둥 닦아보려고 하고… 부끄럽고 민망해진 아들은 그런 아빠의 초라한 모습에 화가 나서 그만두라고 하고…둘이서 손님들 앞에서 옥신각신하다보니 더욱 창피한 생각이 들었던가보다.
돌아오는 길에 서로 니탓네탓을 하며 다시 언성을 높이고, 평소 서로에 대한 감정이 곱지 못한 두 사람, 성미가 불꽃 같은 두 사람…안 봐도 본 듯하다.
남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돌아와 숨도 제대로 못 쉰다.
아들이 자길 때리려고 했다고 한다.
그래, 아들이 날더러 그렇게 말했었다.
어려서 아빠에게 맞으면서, 힘이 없어 속절없이 억울하게 당하면서, 그래 내가 아빠보다 커져서 힘이 더 세기만 해 봐라. 어디 그 때 한번 두고 보자…이렇게 속으로 별렀다고 하였다.
아들의 마음 속에 있는 퍼렇게 날 선 적개심이 느껴져 오싹했더랬는데 드디어 올 것이 왔나보다…무서웠다.
아들을 내보내라는 남편의 성화가 아니어도 같은 공간에 남편과 아들을 두어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과 아들 둘 중의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아들을 택하고 싶었다.
우선 가게를 살리기 위해서 아들의 도움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언니에게 전화로 울면서 사정을 하소연하니 언니가 아들을 보내란다.
남편은 돌아서면 남이지만 아들은 남이 될 수 없는 것이니 다시 돌아온단다.
언니에게 전화하는 옆에서, 내가 부엌에서 음식만 해내면 나머지는 자기가 알아서 다 할테니 아들을 보내라고, 남편이 큰소리친다.
커튼 가게할 때 한번 겪어보고서, 또 속았다.
아니, 속는 줄 알면서 그래도 또 믿고 싶었다.
은행 잔고는 빠르게 줄고 손님은 서서히 늘고 점점 초조해졌다.
어떻게 비용을 줄일 수 있을까…
처음 생각은, 비싼 그릇은 음식까지 고급스럽게 보이게 하여 투자한 돈보다 더 큰 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음식을 담아주는 그릇에 돈을 아끼지 말자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매달 큰 폭의 적자를 내면서 비싼 그릇을 쓰는 것이 과연 옳은 짓인지…자신이 없어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