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며느리가 있습니다.
아들이 한 명이니 외며느리죠.
친해지려고 하는데 참 힘든것 같아요.
이들만 셋 있는 친구가 그럽디다. 딸이 없으니
며느리를 딸처럼 여기면서 살거라고.
실제로 그 친구는 두 며느리를 차례로 일년씩 데리고
살다가 살림을 내 보냈습니다.
며느리에게 비싼 옷도 사주고, 친정엄마처럼 늦게 일어나도
아무내색도 안하고, 살림을 나갈때 새로 다 장만해서 내 보내더군요.
순서가 바뀌어 큰며느리를 뒤에 봤는데 또 일년을 데리고 살았죠.
아들은 서울에 직장을 두고있어 주말부부로 살게 하면서
꼭 일년만에 서울로 올려보내더군요.
친구가 직접 올라와서 아파트를 구하고 살림살이를 들여놓고
자기 방식대로 모든 가구를 배치하고...며느리를 올려보내면서
아주 만족해 하더군요. 그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차려놓은 살림살이가
과연 마음에 들었을까. 자기방식대로 다시 바꾸지는 않았을까.
저는 그때 생각했더랬습니다.
친구가 딸처럼 여기는 것 처럼 과연 며느리도 친정 엄마처럼 편했을까.
나도 우리 며느리를 딸처럼 여길수 있을까.
며느리를 보고나니 여기저기 젊은 아우들이 조언을 많이 하더군요.
며느리집에 가면 절대 냉장고를 열면 안되고,
방문도 열지 말며, 싱크대도 열지말고 주는대로 가만히 앉아서
받아먹고 오라고.
시키는대로 했습니다.
며느리 집이라니 좀 우습네요. 아들집인데..
아마 며느리의 눈치를 보는 세상이라서 그런가봅니다.
남편 때문에 분당으로 오면서 아들네와 가까이 살게되었죠.
안그랬으면 일년에 몇번이나 만날 수 있었을런지 모르죠.
며느리가 손님같아 시엄니인 내가 어색하고 서먹한데
며느리는 더 했겠죠.
아들 집 가까이 오면서 그저 좋은 마음에 남편과 병원 치료를 마치면
눈치 없이 두 세번 들락거렸더니
어느날 아들놈이 전화를 하더군요.
어머니. 다음부터 가실때 미리 전화를 하고 가세요.
왜?
청소를 해야 되니까요.
청소? 그 매일 하는 청소인데 내가 간다고 새삼 할 필요가 있니?
그래두요.
젊은 엄마들이 그러더군요.
그 뜻은 너무 자주 오지 마라는 말이라고.
아마 며느리가 아들에게 귀띰을 했겠죠.
아, 입장을 바꾸어 생각을 해봤어요.
나도 아직 이 나이에도 시댁 식구들이 온다면 불편해 하면서.
새댁이 시부모가 자주 들락거리면 얼마나 부담스러울까.
며느리를 본 다른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습니다.
애, 넌 아들집에 몇번이나 갔니?
한번도 안갔어.
정말? 왜?
아이고 시엄니가 자꾸 가면 좋아 할 며느리가 어디있니?
그렇구나.
미련한 여자처럼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대신 우리집으로 손녀를 데리고 오라고 했죠.
점심을 해서 같이 먹고 손녀를 봐줄테니 친구를 만나든지,
서점엘 가든지, 백화점에 가든지 하라고. 좋아하더군요.
그런데 또 누가 그러더군요.
그것도 자주 오라고 하면 안된다고.
왜?
귀찮아 하니까.
참 내.일주일에 한번인데?
어떤 할머니는 손주가 보고싶은데 며느리가 데리고 오지않으니 시엄니가
맛있는걸 잔뜩 사가지고 아들집으로 가서 보고온다는 이야기도들었습니다.
사실 저도 며느리와 스스럼없이 잘 지내고 싶은데 잘 안되네요.
정말 고부간의 사이는 묘한가 봅니다.
며느리를 딸처럼 여긴다는 친구가
친정엄마와는 목욕을 가도 시어머니와는 목욕을 가지않는다고 투덜대더군요.
딸은 간혹 내 옆에 바싹 다가누워 냄새를 맡습니다.
흠흠, 우리 옴마 냄새 참 좋다. 며느리는 아마도
반찬 냄새가 찌든 몸에 얼굴을 비비는 딸처럼 되지는 못하겠죠.
그런데 안사돈은 전화할때마다 딸처럼 여겨달라고 하네요.
시간이 흐르면, 시엄니와 자주 부대끼다보면,
미운정 고운정 들어 그때는 고부간이 아니라 시아버지,아들 흉보면서
동병상련을 느끼면서 친해질수 있지않을까요.
그런날을 고대해보며 한적한 휴일 오후에 괜히 끄적여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