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틴은 석회암지대라서 땅을 파면 납작잡작 널직한 돌들이 많아.
사람들이 잘 밟고 다니는 곳에 군데군데 징검다리처럼 그 돌들을 놓아봤어.
넓지도 않은 꽃밭 군데군데 놓여진 돌들이 볼썽사나웠지만 풀꽃들을 살리기 위한 궁여지책이었지.
땅을 파고 꽃을 심고 물을 준 곳이니 밟으면 신발이 흙에 푹 파묻히기도 하고, 더러운 흙이 신발에 묻기도 하니 당연히 그 돌을 밟고 다닐거라고 생각한 것은 나 만의 착각이었어.
걸음걸음 알맞게 놓여진 그 돌들을 두고 바로 옆의 물컹한 흙은 왜 밟을까…
이해 불가능한 일이 세상엔 너무 많아.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퍼뜩 떠 오른 생각 하나, 식당에서 쓰고 버리는 대나무 젓가락을 꽂으면 어떨까.
우리는 아직 공사중이었으니 대나무 젓가락은 옆에서 식당하는 이에게 부탁했지.
그 식당 부엌에서 일하는 멕시칸이 열심히 대나무 젓가락을 모아주었어.
한 웅큼 얻어다 발길 닿기 쉬운 곳에 촘촘이 꽂아 두었지.
멀리서 보면 꽃은 보이지 않고 촘촘이 꽂힌 대나무 젓가락만 보여.
구해지는 대로 대나무 젓가락을 꽂아두고 집에 돌아와 잠을 자면서도 궁금해.
젓가락이 정말 내 꽃을 보호해 줄 수 있을까...
다음날 서둘러 아침을 먹고 식당자리로 가는데 가슴이 콩콩 뛰어.
꽃밭이 보인다.
대나무 젓가락도 보인다.
남편이 미처 차를 멈추기도 전에 서둘러 자동차 문을 열고 달려갔어.
흐흑..후훗..흐흑…후훗… 웃음과 울음이 동시에 나와.
내 불쌍한 아기들, 술 취한 나쁜 녀석들 발 밑에서 속절없이 죽어가던 고 이쁜 녀석들, 대나무 젓가락 숲 사이에서 이슬 함초롬이 머금고 싱싱하게 날 반겨주는 거야.
이제 우리 살았구나…너도 살고 나도 살고…
지나친 호들갑이라고? 무엇에든 한번 미쳐봐. 호들갑이란 말이 나오나…
난 꽃밭에 내 인생을 걸기로 했거든.
미처 젓가락을 꽂지 못한 곳에 발자욱이 보이긴 했지만 괜찮아, 이제 방법을 알았으니 괜찮아.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젓가락이 모이는 대로 가져다 꽂고 또 꽂고.
물론 촘촘이 꽂힌 젓가락 숲도 아랑곳 없이 밟는 사람이 있긴 했지만 어쩌다 그러는 거야 뭐 봐 줄 수 있어.
밟혀서 부러지고 넘어진 젓가락은 일으켜 세우고 부러진 것은 새로 바꾸어 꽂고.
꽃밭에 꽃을 가꾸는 것인지, 대나무 젓가락을 가꾸는 것인지…아리송해질 때까지 대나무젓가락에 정성을 쏟았다니까…ㅎㅎ
젓가락이 가득 꽂힌 꽃밭이 신기한가봐. 그 이유를 묻는 사람이 많아.
대답이야 어려울 것 없지. 묻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