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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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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수기-9 대나무 젓가락


BY 낸시 2008-12-19

오스틴은 석회암지대라서 땅을 파면 납작잡작 널직한 돌들이 많아.

사람들이 밟고 다니는 곳에 군데군데 징검다리처럼   돌들을 놓아봤어.

넓지도 않은 꽃밭 군데군데 놓여진 돌들이 볼썽사나웠지만 풀꽃들을 살리기 위한 궁여지책이었지.

땅을 파고 꽃을 심고 물을 곳이니 밟으면 신발이 흙에 파묻히기도 하고, 더러운 흙이 신발에 묻기도 하니 당연히 돌을 밟고 다닐거라고 생각한 것은 만의 착각이었어.

걸음걸음 알맞게 놓여진 돌들을 두고 바로  옆의 물컹한 흙은 밟을까

이해 불가능한 일이 세상엔 너무 많아.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퍼뜩 오른 생각 하나, 식당에서 쓰고 버리는 대나무 젓가락을 꽂으면 어떨까.

우리는  아직 공사중이었으니 대나무 젓가락은 옆에서 식당하는 이에게 부탁했지.

식당 부엌에서 일하는 멕시칸이 열심히 대나무 젓가락을 모아주었어.

웅큼 얻어다  발길 닿기 쉬운 곳에 촘촘이 꽂아 두었지.

멀리서 보면 꽃은 보이지 않고 촘촘이 꽂힌 대나무 젓가락만 보여.

구해지는 대로 대나무 젓가락을 꽂아두고 집에 돌아와 잠을 자면서도 궁금해.

젓가락이 정말 꽃을 보호해 있을까...

다음날 서둘러 아침을 먹고 식당자리로 가는데 가슴이 콩콩 뛰어.

 

꽃밭이 보인다.

대나무 젓가락도 보인다.

남편이 미처 차를  멈추기도 전에 서둘러 자동차 문을 열고 달려갔어.

흐흑..후훗..흐흑후훗웃음과 울음이 동시에 나와.

불쌍한 아기들, 취한 나쁜 녀석들 밑에서 속절없이 죽어가던 이쁜 녀석들, 대나무 젓가락 사이에서 이슬 함초롬이 머금고 싱싱하게 반겨주는 거야.

이제 우리 살았구나너도 살고 나도 살고

지나친 호들갑이라고?  무엇에든 한번 미쳐봐. 호들갑이란 말이 나오나

꽃밭에 인생을 걸기로 했거든.

미처 젓가락을 꽂지 못한 곳에 발자욱이 보이긴 했지만 괜찮아, 이제 방법을 알았으니 괜찮아.

다음날도 다음날도 젓가락이 모이는 대로 가져다 꽂고 꽂고.

물론 촘촘이 꽂힌 젓가락 숲도 아랑곳 없이 밟는 사람이 있긴 했지만 어쩌다 그러는 거야   있어.

밟혀서 부러지고 넘어진 젓가락은 일으켜 세우고 부러진 것은 새로 바꾸어 꽂고.

꽃밭에 꽃을 가꾸는 것인지, 대나무 젓가락을 가꾸는 것인지아리송해질 때까지 대나무젓가락에 정성을 쏟았다니까ㅎㅎ

 

젓가락이 가득 꽂힌 꽃밭이 신기한가봐. 이유를 묻는 사람이 많아.

대답이야 어려울 없지. 묻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