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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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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할 수 있을거야


BY 시선 2008-12-19

인터넷 생활정보란을 훑어내려갔다.

몇군데를 차곡차곡 옮겨적었다.

처음부터 하나하나 체크를 해가면서 전화기 버튼을 눌렀다.

가슴은 두방망이질...진정이 되질 않는다.

지은죄도 없는데 왜이리 떨릴까?

그리고 짧은 몇 초 사이 머리속은 뒤엉키기 시작한다.

 

정리되지않은 나의 말주변이 이상황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최대한 상냥하게 내뱉는 나의 어눌한 말투가 생경하게 느껴진다.

두어군데 통화를 한것 뿐인데..........

직접찾아가서는 마주보고 말이나 제대로 나올지 의문이다.

혼자 멍하니 앉아 모래성을 몇개나 쌓았다 허물기를 반복했다.

 

결혼해서 남편의 그늘밑에서만 살았다.

개인업하는 남편을 도와가며 그럭저럭 생활하는데는 큰 불편이 없었다.

주변에 친한 친구들이 하나둘 직업전선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난 나름대로 조금은 늦은나이에 자격증을 따고 그것에 부합하는 일을 시작하고

또 하고 싶은 공부도 시작했지만..... 어려운 경기 탓인지... 내 노력 부족 때문인지... 

하는일도 지지부진해 접었다.

아마도 소심한 성격 탓도 한 몫 했을게다. 

하던 공부도 잠시 뒤로 미루었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교육비며 씀씀이가 만만치않고

남편이 하는일도 예전같지가않다.

비단 우리뿐만 아니라 모두다 힘들다하니...조금은 위로가 된다.

 

남편의 처진 어깨가 더더욱 무거워 보인다.

별 뜻없이 내뱉는 말도 나에겐 상처로 자리잡는다.

늦은 나이에 부딧혀서 잘 할 수 있을까?

그것도 내일이 아닌......곳에서?

 

용기를 내어 찾아간 곳...

최대한 생글생글 활짝 웃으며 잘 할 수 있을것이라 주문을 외어본다.

다행히 상대방은 인상이 좋다며 호의적이다.

내일부터 출근하겠다며 뒤돌아 나오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않다.

집에와서 누구에겐가 마구 하소연을 하고싶다.

기분이 우울하다고....

실컷 수다를 떨다보면 좀 누그러지겠지...

이런 표현할수 없는 애매하고 이상야릇한 기분....조금은 정리가 되겠지.

잘 할 수 있을까?

잘 해야 될텐데....

유독 내감정에 충실하다보니 상처를 참 잘 받는 성격인데....

나이가 들어도 왜 잘 고쳐지지 않을까??

 

뭐 돈도 벌고 살도 빼고 무엇보다 가정에 보탬도 되구....

괜한 자기연민에 빠지지 말자구....

 

잘. 할 .수. 있. 을. 거. 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