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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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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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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뿔나다 못해 우신다


BY 자분이 2008-12-17

나도 늙고 있는데 큰일이다

 

하루종일 날씨가 꾸리하더니 점심쯤 비가 내리고 이제껏 날씨도 마음도 꾸리하다

 

엊저녁 친정엄마의 전화내용은 이랬다

낼 병원가는데 전에했던 심장조형술 결과보고

또 막힌조짐이 보이면 검사후 간단한 수술을

받을수도 있을것 같다고......

별문제 없으면 집에 일찍 갈수도 있다고

 

쉽게 생각했다

아빠께 전화를 걸어

내가 가야할까 물었더니

어떻게 될지 모르니

전화하자고

입원하게 되면 그때오라고

하셨다.

 

솔직히 조금은 귀찮은 마음에

가깝지만은 그렇다고 그렇게 멀지는 않은

거리의 압박에

오후나 낼가지뭐 미뤘다

게다가

 

동네친구의 유혹이 있었다

오늘까지 봐야할 공짜영화표 2장....

 

조조니까

일찍보고 오후에 병원일 보자 생각했다

 

차태현 나오는 코믹한영화

보면서 맘편하지가 않았다

영화중간에 언니에게온 문자는

엄마 검사다 끝났는데

몇시간 누워있다

집에 가신데 .....

 

영화끝나고 나와서

아빠께 전화드렸더니

4시쯤 집에 가신다고 오지 말란다

잘됐거니

집에와서 친구랑 커피마시고

애들 챙겼다

 

저녁할무렵 친정에 전화했더니

엄마의 목소리가 떨린다

울고계셨다

 

평소 혈압과 당뇨가 심하신 엄마가

아까 수술받다가 쇼크가 나셔서

의사들이 순간 소동을 벌였단다

 

심장은 막힌곳이 아직까지는 없는데

혈압이 갑자기 떨어져서

보호자를 찾고 난리를 쳤나본데

자식새끼들은 코빼기도 없고

머리 허연 집중력 떨어지는

팔순 다된 아빠뿐이였단다

 

치료후 입원실은 꽉차서 못가고

중환자실 갈수준은 아니라서

응급실 비스므리한 차가운 침대에서

4시간쯤 안정취하는데 정말 서러우셨단다

 

비록 아빤 계셨어도

짱짱한 자식들과 며느리 사위새끼들이 한명이라도와서

검사결과도 제대로 물어보고

두런두런 있어줬으면 좋았으련만

넘 챙피하고 우울하셨단다

 

전친정아빠가 엄마의 저녁을 준비하시는 동안

지끈거리는 머리을 누이고

서운한 마음에 전화한 나에게 처량하게

쏟아놓으신다

힘이 없는 목소리로

 

아침에 애덜학교 보내놓고

그냥 출발했어야 했는데

매번 느끼는 거지만 오지말라고 해도

그냥 갔어야 했다

 

교활하다

솔직히 영화가 더 보고 싶었다

엄마가 상처받고 있는 그순간에도

 

이런저런 변명으로 엄마의 혈압을 더올리고

전화가 길어졌다

합리화시키려고

언니에게 오빠에게

전화질이다 부산하게......

 

오늘 날 내가 생각해도 넘 나쁜딸도 아닌 나쁜년이다

언니를 오빠를 원망하기 전에

막내라고 나를 변호하기전에

염치없는 나를 발견하고 말았다

 

엄마 미안해요.....

 

뿔나다 못해 울고 있는 엄마를 생각하니 이글을 쓰지 않을수 없다

난 오늘 욕먹고 싶다

욕좀해줘요

마흔이 훨씬넘은 나이에

이따위 처신밖에 못하는 저를

욕좀해주시면

훨씬

오늘저녁 꾸리한 마음이 덜할것 같다

 

나도 늙는다

딸아이가 시험공부안하고

전화내용을 들었나보다

엄마 정말 너무했어

내가 그러면 좋겠어

동생한테는 병원간다고

했다믄서 영화관이나 가고

엄마 못말려

 

그래 요년아

엄마 나쁜뇬이야

고맙다 요년아

욕해줘서

 

흑흑

 

나도 늙고 있는데......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