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수기-6
아들이 맘에 드는 장소를 찾았다고 신나는 목소리로 전화를 했어.
옆에 시내가 흐르고 커다란 도토리나무가 있다는 말에 보기도 전에 나는 마음을 정했지.
아무리 넉넉히 점수를 줄래도 난 좀 모자라는 사람이 맞나봐.
도심에 흐르는 냇물을 어릴 적 보았던 산골짝에 흐르는 계곡물 같을 거라고 상상을 했으니까…
남편이 일단 보고 결정하자고 하여 아들하고 남편하고 그 장소를 찾아갔지.
맞아, 아름들이 도토리 나무가 있었어.
그 밑에는 족히 이십여명은 되어보이는 노숙자들이 널부러져 있었고.
시내라기보다는 하수도에 가까운 느낌을 주긴 했지만 물도 흐르고 있었지.
건물은 오랫동안 방치해둔 허물어진 창고 같아 보였어.
그 건물만 방치해둔 창고 같은 게 아니고 그 옆 건물은 자동차 수리하던 가게였던 모양인데 비어서 쓰레기가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고, 길 건너 건물은 노숙자 합숙소처럼 보여.
닭장같은 철망 안에 까만 얼굴에 남루한 옷을 입는 남자들이 우릴 구경하고 있었는데, 노숙자들이 아무데나 쓰레기를 버리고 방뇨를 일삼아 사방에 악취가 진동해.
오물과 쓰레기가 사방에 넘쳐나고, 비닐봉지가 바람에 날리는 거리는 전체가 버려진 폐허를 연상 시켰지.
남편은 말도 안된다고 고개를 저었어.
아들의 들 뜬 마음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아 난 말을 아끼고 좀 더 살펴보았지.
코너에 위치한 건물은 수리를 하면 환한 느낌이 들겠다 싶고, 잡초 우거진 땅은 다듬어 꽃과 나무를 심으면 아름다운 정원이 될 것 같고, 아들 말대로 도심에 위치한 건물인데 주차공간도 조금 있고, 길건너엔 건물대신 냇물이 흐르고 아름들이 도토리나무가 있어 답답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자그마한 건물이라 월세도 부담스럽지 않을 듯 하고…
찾아보니 그런대로 긍정적인 면도 있더라고.
싫다는 남편을 구슬러 주변 길거리도 살펴보자고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고 다니는데 영어로 아리랑이라고 쓴 음식점 간판이 보여.
반가운 마음도 들고, 미래의 경쟁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부딪쳐보자는 생각에 문을 밀고 들어갔지.
적이 될지, 동지가 될지…암튼 알아보기 위해 음식을 시키기로 했어.
메뉴를 보니 일식과 한식을 겸한 곳이야.
남편은 비빔밥, 나는 회덮밥을 시켰어.
한국사람끼리는 금방 말이 통해서 좋아.
주인아저씨가 가게자리를 보러왔다니까 차라리 자기네 가게를 사는 것이 어떠냐고 물어.
전화번호 달라기에 적어주고 웃고 말았지.
아들에겐 생각할 기회를 달라고 하고 집으로 돌아와 다음날 남편과 둘이서 또 한번 가보기로 했어.
이번엔 뒷골목도 살펴보자고 차를 타고 쓰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