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생각이 드는 순간이 부쩍 늘었다.
글을 쓰면서 예전보다 늘어난 오타가 슬프다.
그래서 글쓰는 속도가 예전에 비하면 다섯배는 되지싶다.
손과 머리가 따로 논다는 말이다.
말을 하면 내 생각과 전혀 다른 엉뚱한 말이 튀어나와 슬프다.
입과 머리도 따로 논다는 말이다.
가끔 혀가 굳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혀운동을 하면 좋다기에 있는 힘껏 혀를 내밀어보는 운동도 해보고 나름 열심히 노력을 하는데도 그렇다.
내가 좋아하는 꽃이름이 생각나지 않을 때가 많아 슬프다.
그냥 꽃하고 베고니아, 프림로즈, 에스퍼란자, 난타나, 퍼스레인,마스로즈...이렇게 부르는 것하고는 다르다.
이름이 뭐였더라, 뭐지? 생각이 안나네...그러면 꽃들이 슬퍼할 것 같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베고니아, 에스퍼란자, 마스로즈를 생각해 내는데 한참 시간이 걸렸다.
날마다 보는 꽃인데, 한겨울을 제외하고 항상 피어있어 꽃밭을 환하게 밝혀주는 꽃들인데...미안하다.
우리 가게 단골 손님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을 때도 슬프다.
다정하게 내 이름을 불러주는 손님에게 나도 다정히 그 이름을 부르고 싶은데 생각나지 않는다.
가게를 오픈했을 때부터 몇 년 째 단골손님인데... 이름을 잊으면 섭섭해할텐데...미국사람들은 이름을 불러주면 좋아하는데...
내가 만든 음식에 뭐가 들어갔느냐고 물어보는 손님에게 뭐가 들어갔다는 대답을 못하고 절절매는 내 모습에 슬프다.
뭐가 들어갔는지 너무도 잘 아는데 갑자기 재료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머릿속이 하얀지 까만지 암튼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문득 불안해진다.
이러다 언젠가 내 이름도 잊는 것 아닐까...
어제는 지나가다님의 댓글에 엉뚱한 오해를 하였다.
선물님 글에 댓글 단 내글 바로 위 댓글이었는데 내 댓글에 단 댓글로 착각한 것이다.
그분이 아니라기에, 나 치매 아니거든요 이렇게 발끈했다.
그런데 다시 확인하니 그분 말이 맞다.
나 정말 혹시 치매 초기 아닌가 싶은 불안한 맘에 슬프다.
어찌 그리 착각할 수 있는지 나도 이해가 불가능이라 슬프다.
어제 한번만 그런 착각을 했더라면 실수였나 할텐데...살면서 그런 실수가 잦다는 생각이 들어 혹시 치매초기아닐까 덜컥 겁이난다.
혹 오해를 했더라도 다른 때 같으면 그냥 넘어갔을 지도 모를 일에 발끈한 내가 더 슬프다.
감정조절이 안되는 것도 혹시 나이탓인가 싶어서다.
나이들어 간다는 것이 이런일 저런일 겪으면서 인생의 폭을 넓혀가는 것이라고 나이드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자위하고 살았다.
어떤 사람은 수행을 위해서 깊은 산 속으로 찾아들기도 하고 수도원에 숨어들기도 하는데 살면서 겪는 고난과 역경은 일부러 찾아가지 않아도 찾아와 주니 고마운 것이 아닌가 그런 엉뚱한 생각도 하였다.
맞아 맞아, 사람들이 내돈 싸들고 교회 가고 절에 가는 것도 마찬가지지.
교회나 절에 가서 배우는 것이 무엇인데, 무엇을 얻으려고 가는 것인데... 결국 인격수양을 위해서잖아.
산다는 것은 그렇게 점점 완숙한 인격을 형성해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점점 나이들면서 완숙한 인격과 거리가 멀어지는 것 아닌가 싶어 불안하고 초초하다.
다른 것은 다 포기해도 하나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것인데...
이러면 안되는데...내겐 이루어야할 꿈이 있는데...
지난 토요일에도 월요일인 어제도 삼십명, 오십명 주문이 있어 신이 났는데...
드디어 내꿈이 자라는 것이 보이는데...
꿈이 자라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늙어가면 안되는데...
아 슬프다, 슬픈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