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년 만에 미국에서 온 사랑하는 친구
아버님이 위독하셔셔 부리나케 날아온 친구
단번에 달려가도 쉬원찮을텐데
바쁘다는 핑계로 어제서야 달려갔다
친구 아버지는 목사님이셨는데 어려서부터 딸에 친구인 나를
늘 이뻐해 주셨다
난 아버지가 안계셔서 친구 아버지만 뵈면
아버지 하고.. 불러보곤 했다
전철을 두번 갈아타고 인천으로 갔다
저 왔어요... 했더니 내손을 꼬옥 잡으시며
기도좀 해줘 하신다
나즈막하게 기도를 하고... 가족들과 저녁을 먹고 서울로 올라왔다
겨울 찬바람이 나를 돌아보게 한다
아버지란 이름을 가슴으로 불러본다
네살때 아버지란 이름을 불러보고는 잊혀진지 오랜 이름 아버지
눈을 감고 전철을 타고오는 중에도 가슴이 아파온다
나도..
아버지가 계셨으면 이처럼 힘들때 우리 딸 하고 손을 잡아주실텐데
든든한 버팀목인 아버지께 속마음 다 털어놓고
실컷 울어도 볼텐데.......................................
맘속으로 메아리치는 울부짖음뿐 아무것도 내게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아버지
곰방 담뱃대 무시고 동네 청년들 모아 한문을 가르치시던 아버지
하얀 솜바지 저고리 입으시고 왕진 가방을 드시고
이고울 저고을 아픈 사람들 침을 놔주시러 다니시던 아버지
올망졸망한 약장에 가득 담긴 한약재들....
그리곤 어느 날 하얀 천에 씌워진 아버지 모습
어릴적 기억에 남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다다
이젠 잊혀진지 오래지만 가끔씩 아버지란 이름이 그리움으로 사무칠땐
더없이 보고싶은 아버지다
눈을 감고 기억에 잠기다 보니 기나긴 두시간을 금방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런데 말이다..
때르릉 전화가 울린다
밀양에 가 있는 전경 막내아들 목소리다
엄마 ! 아빠 구좌번호좀 불러주세요 한다
왜 ! 했더니 하여간 불러주세요 한다
그리고. .
엄마 ! 돈 없지? 한다
엄마가 무슨 돈이 필요하냐고 했더니
또 엄마 돈 없지 ? 한다
엄마! 내 서랍에 수표 다섯장 있으니 엄마 두장만 꺼내서 엄마 쓰란다
녀석 ! 엄마가 무슨돈이 필요해..
아냐 꼭 꺼내서 쓰세요 한다
얼마전에 부대에서 코를 다쳤던 막둥이
서울에 와서 수술을 하고 돌아갔다
보험 회사에서 보험금을 탔는데 본인 통장으로 들어갔다
아빠는 아들이 다쳐서 탄거니까 다 아들을 줘야한다며
통장에 넣고 필요할 때 쓰라고 하였다
난 아무말 안하고 아들에게 넉넉히 잘해주지 못해 잘되었다 생각했었다
얼마전 아빠차가 폐차 된줄을 알고 보태서 차 사라고 하나보다
엄마도 요즘 돈을 못 버니까 안스러웠던 모양이다
녀석 ! 헤아려주는 그맘이 참 고맙다
이 추운 겨울 아들의 그 깊은 헤아림이 따스한 봄볕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또 부자가 된다
마음이 부자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