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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휴가.


BY 박실이 2008-11-26

내 인생의 휴가라는 제목을 달고보니 콧등이 시큰함은 뭘까?

살아 내면서 기억 되는 건 못 박고 휴가라고 쉬어 본 적이 몇번이나 되는가

싶은게 콧등부터 아려 왔으리라.

 

원치 않은 병을 얻어 쉬고있는 요즈음, 참 살맛나는 세상임을

부인 할 수가 없다.

 

이렇게 좋은 날도 오는구나 싶은게.

이틀이 멀다하고 한푼이라도 아끼자는 마음과 그 새벽의 싱그러움이 좋아

수협 공판장으로, 새벽 두시면 갑자기 장이 서는 일명 도깨비 시장을

다녔으니 참 어지간한 여편네가 아니였던가 싶다.

 

그 습괸이 생겨 새벽 두 세시면 눈이 떠지는 희한한 진 풍경이

벌어진다.

불을 훤하게 켜고 커피를 한 잔 아주 엷게 타 뜨거운 물을

듬뿍 담고 컴 앞에 앉는 진 풍경.

 

툇마루에 앉아 컴컴한 하늘을 바라 본다든가 초생달을 바라보는

진 풍경. 운이 좋으면 보름달도 간혹 보게되니 행운이다.

어젠 비가오는 풍경에 젖어 아예 전기방석을 툇마루에 내놓고

앉아 두 잔의 커피를 마셨다.

 

그 적막함에 젖어드는 순간, 그 아늑함, 내 안의 나를

유일하게 바라보는 나만의 시간.

축복이다.

 

대문안에 있는 가로등 밑으로 휘날리는 바람과 비의 향연.

서늘함보다는 가슴에 젖어드는 빗물이 있어 삭막하지 않았고

바람이 불어 스산하기보다는 가볍게 날리는 머릿결의 느낌이 좋아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앉아 그렇게 그 시간을 즐기는 나를 보았다.

 

여유!

휴가를 받은자만이 누리는 여유.

내 삶의 여유다.

 

살아오면서가 아닌, 살아 내면서 한번도 느껴보지 못 한 거 같은

이 여유와 한가함과 느긋함이 나를 불안하게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비오는 어젠, 많은 생각을  해 보았다.

 

여유인게다.

나이가 벼슬이다라뎐 어른들의 말씀.

그 나이가 헛 먹은 건 아니지 싶은게 한 껏 누릴줄 아는 나의

여유다.

병으로 인하여 가지는 여유일망정 내 인생의 이런 시간이 오리라는 건

생각지 못한 일이기에 그 병마저 눈물겹게 고마우니 이를 어쩌나.

고마워서 어쩌나, 그러며 사는 요즈음, 난 참 행복한 사람임엔 틀림이 없다.

 

많은 지인들의 걱정해주는 내 건강이 참으로 호강 스러운 요즈음이니

말해서 더 무엇 하리.

안면이 있든 없든 건강 챙겨주는 아컴의 지인들, 그리고 울 카페의

식구들... 그 분들이 있어 난 참 행복하다고 감히 이야기 할 수 있음에

도 축복이다.

 

그리고 사랑한다.

나의 이 시간을 누군가가 같이 하리란 걸 알기에 이 시간이 외롭지만은

않을 거란 확신에 이 시간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