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집에서 쉬고 있는중이라 아침도 거른다
점심겸해서 열한시 반이나 되어야 밥을 먹는다
두시에 가까운 교회에서 결혼식이 있어서 대충 먹고 갔다
배도 고프지 않아 쬐꼼 요기만 하고 돌아서려는데
결혼식에 쓰고 많은 꽃다발들이 남아돈다고
꽃을 좋아하는 내게 한바구니를 선뜻 내민다
어찌나 좋은지...... 얼른 받아들고 왔다
오는길에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는 한복집에 주고오면
많은 이들이 꽃을보겠지
그래 주고오자 생각했다
꽃바구니 들고 한복 가게에 문을 여니 좋아라한다
바쁘다는 핑계로 꽃을 전하고 돌아서 걸어오는 내맘도 기쁘다
집에 오니 벌써 4시 반이다
아침겸 점심을 늦게 먹은 남편이 배고플까봐
얼른 멸치 국물에 강원도에 사는 친구가 보내준
맛난 감자를 넣고 수제비를 끓였다
햇김장 김치와 함께 남편은 맛있게 먹었다.
국물이 많이 남아 얼른 수제비를 더 끓였다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교회 식구들 셋이 생각나서였다
서너번 반찬을 해다주었는데 내일 모레면 퇴원을 한다니
한번이라도 더 입맛 돋구는 음식을 해다주고 싶어서였다
후다닥.. 끓여 그릇에 담았다
그리곤 작년에 담가놓은 무공해 퍼런 배추를 우려서 멸치 넣고
푹 지졌다.
주머니가 두둑하면 더 맛난것을 해다주고 싶은데
그래도 내 작은 마음이니 괜찮아.. 하고 얼른 담아가지고
저녁시간 전에 갖다줘야한다는 생각에
택시를 타고 갔다.
병원앞에 다다라 후다닥 병실로 올라갔다
\" 앗뿔싸.. 그런데 이게 무슨 냄새야
저녁먹은 흔적이 병실안에 돈다
반찬냄새다..
이그..
저녁시간 늦을까 택시타고 왔는데 ..
허탈하다
옛다 모르겠다
수제비 끓여왔는데 안먹을꺼야? 했더니
모두 와아 ! 먹을래요 한다
오늘 어쩐지 저녁에 입맛들이 없어 밥을 남겼다고 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얼른 먹어..
셋은 맛나게 먹어주었다
우거지 지진것은 가슴에 꼬옥 안고 아 ! 맛있는거 한다
병원에 있으면 좀 칼칼한 맛이 나는 반찬이 먹고싶은걸 나는 안다
몇달전 한달을 병원에 입원해 있던 내게
남편이 맨날 배달해 주던 반찬으로 병실안에 여섯명이
한달동안 참 맛나게 먹던 생각이 난다
어떤때는 수제비를 그릇마다 담아 랩으로 꼭꼭 싸서 가져다 주던
남편에 그 맘이 생각난다
나도 오늘 남편이 내게 전해주던 사랑을 전했다
어떤 사람은 찹쌀밥에 맛난 고기반찬 해가지고 왔다는데
난
우거지 그리고 수제비만 줄수밖에 없네 했더니
우거지가 더 맛나고 수제비가 그 어떤 것보다 더 좋다고
나를 위로한다.
돌아서는 내 보따리 빈그릇에 빨간 사과 다섯개와
단감을 싸서 준다.
빨간 사과속에 기쁨을 안고 돌아왔다
단감속에 작은 사랑을 안고 돌아왔다.
돌아오면서 문득 노맨필이라는 철학자의 말이 생각난다
슬픔을 둘로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을 둘로 나누면 배가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