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이 버스기사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430

환장여관


BY 菁 2008-11-22

1999년 마지막 날에 수니엄마랑 맥주 마셨었다.

결혼 6년차 주부, 수니엄마가 작심을 했었단다.

\' 크리스마스도 다가오고, 일년은 몇일 남지도 않았단 말이다!

  세기말이니, 밀레니엄이니 하는데 말이다!

  시부모 모시고 사느라, 찌익... 소리라도 날까봐, 통나무처럼 살았단 말이다!

  허나, 낼모레 시부모님, 망년회 가시면, 아이들은 친정에 보내고, 남편을 그냥 두진 않겠단 말이다!  \'

수니엄마의 얼굴은, 공포영화의 귀신같기도 했고, 조폭영화의 이대 나온 조폭 마누라 같기도 했다.

그 작심이 얼마나 퍼렇게 선 칼날인지는 흰자위에서 챙그랑 들리는 소리로도 알 수 있었다.

같은 여자로써, 시부모 모시고 사는, 수니엄마의 한을 어찌 모르랴!

그러나, 나도 모르게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내고 있었다.

디럽게 무서운 수니엄마의 얼굴을 참아내며, 그녀가 얘기를 마칠 수 있도록... 고단수로 유도 했다.

\' 수니엄마! 남편을 그냥 두지 않겠다면?! 어쩌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어요. \'

그렇게, 순진한 낯으로 수니엄마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수니엄마는, 잠깐 멈칫하더니, 모르면 일단  얘길 들어 보란듯이 계속 이야기를 했다.

\"  아!  내, 얘기 좀 들어봐라!  기가 막히다!

   그래서, 시부모님이 모임에 나가자 마자...

   참!  오래오래 노시다 오시라고, 망년회는 자고로 밤을 세워 마시면서,

   얘기 하며 즐겨야 한다면서, 십만원도 드렸거든?!  내가 미쳤지.

   아뭏튼, 시부모님 나가시자 마자, 두 아이를 업고, 걸려서, 택시를 타고, 친정에 갔지.

   그날따라 친정부모님도 안 계신거야. 

   돈 사만원 줄테니 애들 좀 봐달라고, 막내 동생에게 사정사정 했어.

   올려고 보니까 택시비가 모자랄 듯 싶더라고.   한 20분 정도 걸어 오다가, 택시를 잡아 타고,

   집에 불이나케 와서, 꽃단장을 했다?!   알지?  꽃단장?   모르거나,말거나... 들어봐!  내, 얘길!

   그런데, 이 인간이 늦는 거야.   웬수같은 인간!

   시부모님이 들이 닥치게 생겼는데, 오지도 않더라고. 

   겨우겨우 들어 왔는데, 술이 취해서, 죽은 채를 하더라고?!  진짜, 열받어!

   꾹 참고, 일어 나라고... 방으로 들어 가자고 해도 죽은 척 하는 거야.   발로 뻥 찼지.

   그제서야 들어 가더라고.   기가 막혀서... 씨.

   남편이 방문을 여니, 현관문이 열리면서, 시부모님이 들어 오시는 거야.  생활이 드라마라니깐!  쒸!

   햐!  이 인간이 죽은 척 하더니,  \' 아힛! 어머니 오세요? 재밌으셨어요? \' 하면서,

  겨울잠 자던 곰이 깨어 나듯 으렁 거리며 깨어 나더라?! 

  시부모님 방으로 들어 가시고, 남편도 누웠는데, 어찌나 서럽던지... 눈물이 절로 나오더라고.

  흑흑 거리며 우니까, 미안 했는지, 나가자고 하대?!

  맥주라도 사준다고... 내가 됐다고 했지.  여관으로 가자고 했다?!  푼수라고 생각하지?

  뭘 그런곳에 가냐고, 버럭 화를 내길래, 길에서 주저앉아 막 울었어. 

  마지못해 여관엘 갔는데, 여관비가 8만원이라는 거야.   어이가 없어서.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따지니까 남편은 아예 도망을 가더라고.

  밀레니엄이 어떻다나?   근데? 부부들이 그날따라 다 여관으로 간 이유가 뭐지?

  나만 찍 소리 못하고 산 것이 아닌거야!  안그래?

  여관 주인과 타협 끝에 7만원으로 정하고, 남편에게 오라고 했더니, 인상을 팍 쓰고 오더라고.

  7만원으로 깍았다고 했더니, 그래도 비싸다면서, 집에 가자는 거야.

  어찌나 열 받던지...  내가 7만원도 안 돼냐고 막 따졌지.

  여관 주인이  \' 환장 하겠네...... 큭큭큭.  \'  이러는 거야.

  눈물이 범벅 된 얼굴로 그날 밤에 남편 거실로 내쫒고 잤다!  혼자서... 씨.

  내가 7만원도 못 돼냐?  여관주인은 뭐가 환장한다는 건지... 낄낄 거리고 웃고 지룰이야! 

  저기 사거리 보이지?  거기 뒷골목으로 가면, 3층짜리 여관 있거덩?!  가질마!

  환장여관에 가봐야 재수만 없어!  비싸긴... 지들이 모텔 캘리포니아야! 뭐야!   씨...  \"

 

아... 미안해라.

수니엄마야!  나도 웃겨서 환장 하는 줄 알았다!

모텔 캘리포니아는 어딘데?  거긴 비싸도 돼?

그러게... 마누라에겐 7만원도 아까운가?

통나무로 찍 소리도 못 내고 사는 수니엄마에게 그 정도의 선물도 못 해주다니... 안타깝네.

수니엄마는, 시부모님께 10만원, 동생에게 4만원씩이나 투자했는데... 안타깝다.

그런데, 누가 그렇게 환장하게 비싼 여관비를 감내하며, 여관방을 꽉꽉 채울까?

궁금해서 환장 하겠네.

지금도 환장여관 앞에서 어떤 여자가 여관비를 깍고 있으려나? 

수니엄마야...  복 받을 거야.  

나중에 칠백만원짜리 스위트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