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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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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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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날


BY 오월 2008-11-14

은행에 갔다.

빳빳한 새돈을 조금 인출해 이곳저곳

급한불을 끄고 세종대왕님 머리가

가지런 한 손을 베일것 같은 돈 10만원을

봉투에 넣어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 사이 분홍빛 장미가 미국 쑥부쟁이를

의지해 금가루 옷을 화사하게 입고 사무실에

도착해 있다.

우리들의 중매쟁이 희안하게도 같은 날

결혼기념일이여서 서로를 챙겨주고 축하하며

살아왔는데 그분들은 얼마전 이혼을 했다.

 

그래도 늘 해왔던 그 관행대로 그렇게 꽃바구니

하나를 보내왔다.

미안한 마음에 전화를 했더니 저녁이나 사시게.

한다.

 

남편을 불러 \"오늘 결혼 23주년 축하하는 의미로

아내가 남편에게 금일봉을 하사하노라\"

 

그러며 봉투를 내밀자  그 봉투를 받아들고 내용물을

확인한 남편 \"그래도 말이지 일년에 만원씩 13만원은

줘야지\" 한다.

 

까짓것 그러지뭐 하고 3만원을 더 줬는데

저녁먹는 자리에서 우리의 중매쟁이인 형님이 얘기를

다 들으시고는 \"아니 어느나라 계산법이여? 23년을

살았다며?근데,일년에 만원씩이면 23만원 줘야지

13만원은 뭐여?\" 그러신다.

 

부창부수여  그 계산이 맞다며 받은 남편이나 또 준 마눌이나

갑자기 얼굴에 화색이 만연한 남편이 손을 내밀며

맞어맞어 10만원 더 내놔 한다.

난 13만원 금일봉도 큰맘 먹고 준비했는데.....

대략난감 그래서 남편에게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는 말이지요 일년에 만원인생도 있고 오천원 인생도

있고 걍 오천원인생이라 생각해 줘요 근데,난 뭐 없슈?

 

내 물음에 남편 단호하게 한 마디 한다.

\"없어!!\"

올 결혼 기념일 난 오천원 인생도 아닌 \"꽝\"이다

그래도 사는게 이렇게 즐거운 것은 아마도 말이지 내가

푼수이거나 나란히 선 저 아파트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려

안간힘을 쓰던 붉은 저녁놀이 가슴에 가득 채워준

행복만으로도 넘 감사하기 때문일거야.

늘 곁에 있어줘서 고마운 남편

내 값어치는 돈으론 환산이 안되는 것이기에 아무것도

없는거라 마음하나 바꿔보니

아흐~~~무지 행복하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