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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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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꿀 수 없다면 ....


BY 수련 2008-11-12

작년, 집안에 큰 우환이 있어 정해년에 어리석은 이 여자는 占집을 찾았다.

무자년’에 모든 일이 해결될 것 이라고 했다.

나약한 인간이기에  들리지 않는 하느님의 음성보다,

눈길이 매서운 점쟁이의 당장 들리는 목소리를 더 듣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연초부터 시작되는 긴장과 혼돈을 겪으며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가슴이 먹먹해지는 많은 시간들을 흘러 보내면서 혼란스런 마음을 정리하는 한 해가 되었다.


‘바꿀 수 있으면 바꾸고, 바꿀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대로 받아들여라’


-바꿀 수 있으면 바꾸어라-

그동안 마음을 비우지 못해 가슴앓이를 하며 끙끙 앓았다. 황량했던 나무에 새순이 돋고,

숲이 우거지면서 차츰, 속에 꽉 찬 원망을 한 꺼풀씩 걷어내기 시작했다.

그 과정의 고통이란 어찌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참으로 인간은 간사하였다.


나뭇잎의 본래의 자기색은 단풍이 들어봐야 안다고 했다.

가을에 접어들면서 길가의 가로수, 아파트 화단의 나무들,

저 멀리 보이는 산속의 나무들이 각자 자기 색을 내기 시작했다.

한꺼번에 뭉퉁거려 보면 거의 비슷한 색깔들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누구도 닮지 않으려고 자신만의 고유의 색깔을 맘껏 드러낸다.

종류가 다른 나무들의 단풍을 주워 비교를 해보면 다 다르다. 

한해의 결실을 자신의 빛깔을 한껏 뿜어내고 한 해를 마무리 하면서

나뭇잎을 하나씩 제 몸에서 떨궈 낸다.


자꾸자꾸 비워내도 앙금이 남아있는 어리석은 나는 미련 없이 자신의 몸에서 한 잎씩 떨궈내는 저 나무들을 보며 비우고 또 비워내는 지혜를 배운다.

베트남출신의 ‘탁닛한스님’의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를 새겼다. 마음을 비워내어 스스로 깨우치고 향기로운 삶으로 바꾸라는 말은 결코 비움이 소극적이 아니라 지혜로운 삶이라고.



-바꿀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대로 받아들여라.-

삶은 내 소유물이 아니라고 했던가.

주어진 현실이 이대로라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겠지. 하지만

나에게만?, 왜?, 어째서?, 무슨 이유로?.

한없이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그 흔한 우울증도 찾아오고,

절망의 나락에서 죽음의 선에 발을 내밀기도 했다.

 

원망만 한다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현재의 삶을 바꾸려고 몸부림을 치면서 앙탈을 부렸다.

그렇다고 바꾸어질까. 바꿀 수 없는 현실을 비관하며 붙잡고 악을 써본들 힘에 겨울뿐이다.

지난 일들의 대한 후회는 반성의 디딤돌이 되어 내일의 희망을 안겨준다.

선인은 ‘살려거든 삶에 철저하고 죽으려거든 전부가 죽어야 한다.’고 했다.

나는 내 전부를 죽일 만큼 아직 철저한 삶을 살지 못했다.

 

최선의 삶을 다하지 못했는데 스스로 포기한다는 것은 신에 대한 도전이다.

남은 生은 나를 사랑하며 살고 싶다. 아직은 참고 견딜 만 한 삶이다.

우리 가족에게 주어진 운명이라면 그대로 받아들이자.

바꿀 수 없는 상황을 떼를 써 본들 결코 바꾸어지지 않는

자명한 이치에 억지를 부리지 않으련다.

무자년 한 해 동안 무수한 갈등과 번민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고

나에게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는 지축이 된 한 해였다.

더 나은 내년을 기대해본다.

 

봄을 기다리며 새로운 잎을 잉태하기위해 한 잎 남기지 않고

다 떨쳐내는 나무들의 철저한 비움. 그 \'비움‘을 배우자.

부정(不正)은 또 다른 부정을 잉태하며 자신을 절벽으로 내몬다.

내 삶의 지표는 ‘긍정적인 삶’이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자주 일컫는 말이었는데 정작 집안에 우환이 생기자

혼돈속에서 잠시 잊었던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