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 굽이 돌고 돌아/고주파 김동우
첩첩 산골에도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도 어김없이 왔다가 가는 곳이다.
굽이 굽이 돌고 돌아 가다보니
해는 지고 갈 길은 먼데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구나.
보이는 것은 산과 들
가뭄이 길어서 그런지 졸졸졸 흐르는 거랑의 모습
그나마 다행 인 것은 휴대폰이라도 터져 주네요
사람이 그리워
가끔 보고 싶다는 쪽지 한 통에
무작정 형님 있는 곳으로 길을 떠나 봅니다.
말이 하고 싶은 어른
불혹 지천명을 넘기고 환갑의 나이에도
아직도 소년 이십니다.
흙과 더불어 뙤약볕에서 왠 종일 일 하고
별시리 남지 않은 농사 일 뭐 한다고 합니까
적자가 나도 농사는 지어야 한다기에
난 할 말이 없는 듯 합니다.
이 사람아 ~
그래도 우리 식구 먹을 것이라도 남으니까
그게 어디고 ...
형님요 ~
그냥 농사 떼려 치우고 부산으로 오이소
형님 나이에 뭐가 아쉬운 것이 있습니까.
며느리보고 사위 봤으면
손주 재롱 보면서 살면 되지 않습니까.
그래도 내가 온다고
닭 모가지 비틀어 가마솥에 펄펄 끊는 백숙을 보니
너무 고맙고 미안하기만 합니다
친구야.....
이 촌구석까지 온다고 수고 많이 했데이...
저녁밥 먹고 천천히 쉬다가 가거라.
아우야~~
술 못 마시면.....
여기 파전이라도 들게나....
에잇~
오늘은 술 한잔 마시고 내일 갈랍니다.
나도 한잔 주이소.
고요한 밤 하늘에 퍼지는 개 짖는 소리
귀뚜라미 울음 소리에
선유산장의 가을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