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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보너스 그 후


BY 오월 2008-11-09

 

낙엽은 낭만이여 아니면 쓰레기여.

내 물음에

남편이 대답하길

당신에겐 낭만이고 나에겐 쓰레기여.

그렇게 대답하고 마당구석구석 나 잡아봐라

날으는 낙엽을 쫒아 다닌다.

 

그 많든 감나무 잎도 이제 모두 지고 마지막 잎새

모냥 몇 개 붉게 물들어 달랑인다.

전국에서 보내온 인정들이 우리 사무실 부엌이

참으로 풍성하다.

쌀,누룽지,단감,고구마,사과,홍시를 해 먹으라고

보내온 이름도 모르는 뾰족하고 큰 감.

은행,메뚜기, 갈곳잃은 가을이 내 부엌으로 숨어 들은

느낌이 든다.

 

날이 차니 혹 개밥그릇 씻고 물청소하는 남편손이

틀까 걱정이 되어 고무장갑을 끼고 평소에 전혀 하지않는

사무실 마당 청소를 거들고 개밥그릇을 바득바득 닦아

개 밥을 주고 들어오니 코 끝에 콧물이 맺힌다.

 

감사한 님이 고마운 님이 사랑담아 보내준 누룽지를

한 냄비 끓이며 그 구수한 냄새에 취해 그 고마운 마음에

잠시 넋을 잃고 냄비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마당청소를 다 마친 남편이 부엌을 향해 날 부른다.

얼른 사무실로 튀어오니 메모지 한장과 볼펜 하나를 책상위에

올려놓고 자기가 불러 주는대로 적으라 한다.

 

\'현금보관증\'

남편이 그 말을 뱉을때 난 벌써 까르륵 거리며 사무실 바닥을

뒹글었다. 그 뒷말을 알기에...

또또 또 시작이다.

내가 그러자 남편도 배를 쥐고 웃는다.

남편은 나에게서 이백이십만원의 보너스를 받은 날부터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그 돈을 나에게 내 밀었었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다시 건네 받을 나였으면 애초에 주지도 않았다.

23년만에 그것도 이 힘들때 어떻게 내린 내 결정인데...

우리가 경재 대통령을 열광하며금방이라도 대통령만 바뀌면

잘 살아질 줄 알았던 착각은 암담함이 길어지고 내년에도 경재 성장율

이 바닥을 길거라는 예고에 가장 타격을 크게 입고있는 건설경기

다른해 같으면 그래도 12월 중순 공사중지명령이 떨어져야 들어올

장비들이 이 좋은날에 올 해 일들을 마무리 짓고 속속 사무실로

 

귀환중이다. 안그래도 겪어내야할 겨울이 혹독하기만 한데,너무 일찍

시작 되어버린 겨울이 참 암담하지만 그래도 카드를 빼 쓰면서도

절대 남편에게 준 그 보너스 만큼은 넘보지 않으려고 내 앞에 내민

돈을 만져본적도 없다.

그런 내 마음을 남편이 알기에 빌려준다는 구실을 달아 날 주기위해

현금보관증을 쓰라고 한다.

싫다며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당신에게 나 꼭 그렇게 한번 해보고 싶었고

형편 좋아질날을 기다리다간 늙어 죽어도 못할거 같고 나 당신에게

 

그렇게 했다는게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그러니 제발 더이상 내 행복을

깨지 말아줘 하는 날 남편이 손을 확 낚아 채며 내 말 좀 들어봐 한다.

 

그러며 남편이 내 손에 쥐어준 돈은 삼백만원이다.

당신 어디가거나 동창회갈때 예쁜옷 예쁜신 사주려고 근근덕신

모았는데 뜻하지 않은 돈이 생겨 큰돈이 되었네 내가 곰곰히 생각을

해 봤어 몇 날 며칠을 과연 내가 가장 행복하게 쓸 곳이 어디인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사는이유 내가 가장 보람있는 곳은

우리 마누라 손에 이 돈 쥐어주면 밝게 행복해 하며 웃어주는

우리 마누라 얼굴 보는것 그것이다 난 바보라 그 결론밖엔 안 나오네.

 

그러니 당신 내 가장 큰 행복 깨지말고 이돈 받아줘.

온 몸이 바들바들 떨리고 남편과 둘이 앉아 먹는 구수한 누룽지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두 눈에서 하염없는 눈물만

물반 누룽지반인 그 것들이 찰떡마냥 목에 턱턱 걸려 넘어가질

않는다. 당신 왜이리 불쌍하냐 그러며 남편손을 꼭 잡고 미안해

했더니 남자의 사는 이유는 다 그런거 아닌가 남들이 뭐라든

내가 행복하면 그뿐이여.다들 행복하기 위해 살고 난 이것이 내

가족과 마누라를 위하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여 그런다.

 

남편의 보너스 새끼를 크게친 그 보너스는 자신의 가장큰

행복을 깨지 말아달라는 남편의 부탁과 함께 다시 내 손으로

넘어 왔다.15일 18일 줄줄이 이어진 기사님들의 월급 난 남편의

행복을 한 순간 또 날릴것이다.

그런것들은 괜찮다.

언제나 내 곁에 남편이 있으니......

난 또 힘이난다.

 

마당에 붉게 달린 감나무에 감들이 참으로 소담하다.

난 그 감들을 비비거리는 새들에게 보시할 참이다.

오늘도 한 떼거리 새들이 날아와 자기것들을 모두 찜해놓고 갔다.

맛나게 먹거라 새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