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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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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별식


BY 그대향기 2008-11-09

 

어젯밤.

이번 주 화요일로 이삿 날이 잡히신 아버님과 어머님을 모시고 저녁 식사를 같이 했다.

메뉴는..

아버님께서 가장 좋아하시는 통통한 먹갈치 구이와

부추와 잔차를 넣고 전을 부치고

삼겹살 수육과 배추쌈

시금치나물에 냉이무침

간장꽃게에 호두와 마늘 땅콩조림과 기본 김치류 서너가지.

 

기도와 격려로 시작한 조촐한 저녁상.

그 동안 두분께서는 살림살이들을 다 정리하셨고

낼 모레면 짐차에 짐을 싣고 십수년을 살아 오신 그 집을 떠나시기만 하면 되신다.

부근에 사귀신 친구분들과의 작별인사도 거의 다 하신 모양이시고

키우시던 개도 강아지도 다 처분하셨고

못 입거나 안 입을 옷들도 마당 한켠에서 다 소각하셨고

감나무의 감도 다 따서 우리 할머니들께 선물로 안고 오셨다.

그 동안 우리 집에서 할머니들과 정도 많이 들었고

우리 집 일도 거들어 주셨던 두 분이시기에 정도 각별하시다.

 

이젠 사시던 고향 부산으로 가시면 더 많은 친구분들과 어울리시겠지만

건강이 여의치 못하시니 그것도 걱정인데 남편 위의 두 형들이 살고 계시니

자주 찾아뵙고 위로해 드리면 좋으련만 다 각각의 삶이 바쁘다보니...

언제나 형편이 펴 지시려는지 늘 아등바등 하는 일마다 정상궤도를 잘 가질 못하시고....

나이 오십이 넘고 육십을 바라보는 나이들인데 아직도 불안불안하시니.

세째인 우리가 맏이 같은 위치에서 지금까지는 했는데 홀가분하다는 느낌일지

아니면 더 안타까운 입장이런지.....

가셔서  건강이 크게 악화 되지만 않으신다면 매달 나오는 원호금에다가

조금의 저축금도 있으니 욕심만 부리지 않으신다면 그럭 저럭 지내실만 하실거다.

 

그 동안 곁에서 무슨 무슨 일이 있을 때 마다 남편이 달려가 드리고

해결해 드린 일들을 이젠 두 분 형님들이 부드럽게 해 드릴런지.....

이삿짐을 정리하시는데도 덜렁 가 드리기가 뭣 해서 주저거리다가

금요일 밤에야 인사 차 가 뵙고 거의 다 정리 되어 있어서 다행이었고

이사 하루 전인 내일 하루 종일 뒷정리를 해 드릴 참이다.

마침 할머니들은 누가 점심 대접을 해 드린다 해서 나들이 가실 예정이시라

부담없이 종일 가 있을 수 있어 좋다.

내 일이 밥순이 일이다 보니 중간중간 잠깐의 시간만 있고

거의 종일을 집 안에서만 활동해야 하는 붙박이 신세다.ㅎㅎㅎ

 

남편한테는 기뻐하는 눈치도 못 보이겠고

그렇다고 슬퍼서 징징거릴 일도 아니기에 묘한 기분이다.

드러내 놓고 낄낄거릴 일이 아닌지라 그냥 조심스럽게 행동을 남편하고 같이 한다.

가자면 가고 안 가도 된다면 안 따라가고.....

이 기분 남편은 알런지 원....

남편은 부모님이 가신다니 서운 한가 보다.

장례식도 여기서 한다는 생각으로 모셨더랬는데

갑자기 떠나신다했고 놀란 가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삿날이 잡혔다.

겨울을 덜 추운 부산에서 보내시면 좋겠다시며....

바다가 바로 옆인 태종대 어디 쯤에 집을 얻으셨단다.

단독주택 독채로 방 두칸에 작은 마루가 있는...

이 곳 보다야 많이 좁지만 도시 집이 다 그렇고 그렇겠지.

중요한 짐만 가져 가시고 일부는 남겨 두고 가신다.

언제고 쉬고 싶으실 때 오시면 쉴 곳이 있으면 느긋하시다면서.

남편도 이사라 생각마시고 잠깐 바닷가에서 요양하시다가

쉬고 싶으실 때 언제고 돌아오시라며 위로하신다.

 

아버님과 어머님께서 일구시던 텃밭이랑 감나무 소나무 붓꽃도랑이며 맨드라미...

주인이 떠나고 나면 내 차지가 되겠지만 이리 바쁘면 자주 건너가 매만질 여유야 없겠지만서도

시들지만 않게 관리하며 언제고 텃밭이 그리우셔서 돌아오시면 흉한 모습은 안 보여 드려야겠지.

제철에 맞게 꽃도 피우고 단풍도 들게하고 열매도 맺게 말이지...ㅎㅎㅎㅎ

 

아버님 어머님.

부디 가시더라도 건강하시고 요즘처럼 두분이서 이른 아침에 다정하게 운동하시는 거 잊지마시고

정든 친구분들과 새로운 정도 키우시면서 아름다운 노 부부가 되세요.

자주 찾아가 뵙진 못하더라도 저희들 걱정일랑 마시고 두분의 건강만 잘 챙기세요.

점점 날씨가 차가워지네요.

따뜻한 부산에서 다가 올 겨울을 맞으신다니 다행입니다.

산 아래 아버님 댁은 겨울이면 많이도 차가웠지요.

부산에선 보일러 기름 너무 아끼시지 마시고 따뜻하게 지내세요.

감기 드시면 병원비가 더 많이 들어가요.ㅎㅎㅎ

계실 동안 부족했더라면 용서하시고 이해해 주시고

이쁜 모습과 착한 모습만 기억해 주세요.

많이 서운한건 사실입니다.

아마 친정오빠도 이런 기분 때문에 친정엄마를 제게 안 보내실 것 같네요.

애들이 지금은 바쁘니까 자주 가 뵈 드리지 못하겠어요.

대학생이 되고 혼자서도 여유로울 때 자주 찾아가 뵈라 일러 드릴게요.

그럼 안녕히....가시고 부디 건강하셔서 두 분도 자식들도 마음고생 몸 고생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속물적입니까?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