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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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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야! 나 돈 좀줘?


BY 정자 2008-10-25

북~~~ 북~~~~

발신번호를 보니 내 오래 된 친구번호다.

\" 어? 웬일이냐? 니가 전화를 다 하구?\"

\" 어! 너는 웬일로 전화를 받냐? 맨날 꺼져 있더라?\"

 

단말기가 오래되니 몇 통화를 써도 시르릉 저절로 꺼진다고 했다.

웬만하면 핸드폰도 차도 바꾸라고 여전히 성화다.

이번엔 애들 모임이 우리동네 근처에서 갖는단다.

나는 못 간다고 했다.

그럴 땐 괜히 뒤로 빼고 눈치보는 게 내 습관이 되었다.

중년이 되었는데도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친구도 있다.

 

\" 애! 개는 아직 시집가지 않는데니?\"

\" 쯔쯔..누가 요즘 시집가냐? 결혼도 선택인디...연애라면 모를까..촌스럽게 그런 걸 물어볼려고  전화했냐?\"

 

\" 소식 들었니? 분옥이남편 도박하다가 잡혀갔데? 속을 어지간히 썩혀야지...\"

\" 으이그..너나 나나 가만히 있으면 한 입 덜어준거다..니 나말고 그 애기 또 누구에게 했냐?\' 친구는 길길히 내가 처음이라고 자긴 입이 무진 무겁다고 한다.

 

가만이 들어보니 자화자찬이다.

분옥이.

 

진짜 이름은 분순이다. 그런데 잘못 부르면 푼순이 , 그래서 우리끼리 있으면  푼수라고 놀려댄 친구다. 그런데도 그 친구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 성이 강씨여서 그랬나.

 

강한 푼순이...

어쩌다가 결혼을 두번이나 했다. 그것도 한 남자와 두 번이다. 이혼을 하고 다시 재결합하다가 벌써 십 여년이 지났다. 아이 하나를 교통사고로 잃고 자기도 많이 아퍼서 친구들에게 소식도 주지 않은 채 대수술을 두 번이나 했다. 그런 와중에 남편은 유치장에 가고 생난리를 치룬 친구애길 가볍게 스치는 바람마냥 전해들으니 귀가 어지럽다.

 

어쨌든 이 친구가 얼마전 나에게 전화가 왔다.

\" 정자야..나  돈 좀 줘?\"

꿔달라는 것도 아니구 나에게 맡긴돈도 없는 데 돈을 달란다.

꼭 부모님에게 용돈을 달라듯이.

\" 얼마가 필요한데?\" 나도 어디에 쓸 것인지 묻지도 않았다  

\" 응 딱 백 만원만!\"

 

속으로는 진짜 묻고 싶었다. 어디에 쓰고 언제 갚을 것인지.

그런데 정작 입으로는 나오지 않았다.

 

핸드폰으로 친구 계좌번호가 문자가 오고 은행가는동안 나는 내내 내 친구번호를 누르고 또 누르고 싶었다. 어디에 쓸 건데..

 

휴유..그래 보증도 아니고 꿔가고 이자도 안 주고 돈 떼어먹고 도망간 친구보다 내가 준 돈 편하게 쓰고 주던 말던 신경쓰지말라고 그런 뜻인가? 했었다.

 

하긴 보이스피싱으로 몇 천만원 사기도 어처구니없게 당하는데..

내 친구 어려울 때 그냥 주는 돈도 괜찮다 싶었다.

보내놓고 난 그 일을 까마득히 잊어 버렸다.

통장에 찍힌 날짜 안보면 기억이 가물 가물 할 것인데.

 

이 친구가 우리집에 온단다. 갑자기 문자를 받으니 좀 당황했었다.

\" 야! 왜 그렇게 갑자기 우리집에 온다는거여?\"

\" 응..니 딸냄 보구 싶어서..\"

 

교통사고만 아니었으면 울 딸과 동갑이다. 그 딸이 보고 싶으면 나에게 온다고 했었다.

\" 응..그려..니 올 때 중부시장에서 국멸치 한 상자만 사와라..내 국수는 많이 삶아 줄 수 있다. 헤헤\"  

 

잔칫국수는 묵은 김치가 송송 쓸어서 같이 먹어야 하는데

올 때 묵은 김치도 싸갖고 내려오라고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