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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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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으러 올래? 우리집에...


BY 늘봄 2008-10-06

오늘은 그녀가 산부인과에 정기검진을 받으러 가는 날이다.

임신 2개월차인 그녀.

일주일에 두번가건만,

한국어배우기가 뭐 그리 대순가? 싶어

그녀의 안색부터 살피게 되는 요즘이다.

통 먹지를 못해 어디 부딪히면 마냥 쿵 하고 쓰러질 폼이다.

검진시간이 어떤가? 하고

좀 느즈막하다면 아침먹고 가고

좀 일찍이다싶으면 점심먹고 가....하려고 전화를 했다.

시어머니랑 밥먹는 중이란다. 얼마나 떠 먹을까싶어

\"밥먹고 갈래? 아님 검진받고 오는 길에 우리집에 들를래?\" 했더니

점심먹으러 오겠단다.

 

오후에 모의수업이 있어 이것 저것 준비하고

집을 얼추 치워놓고하려니

그녀가 전화왔다.

\"너무 힘들어서 쉬고 싶어요...집이에요\"

\"그래? 그렇게 힘들어서 어떡하냐? 그럼 쉬렴\" 하고 수화기를 끊고보니

이건 아니다 싶었다.

큰 애가 고구마캐기 현장수업을 가면서 싸게된 유부초밥.

입덧심한 베트남 친구인 그녀가 살짝 마음쓰여

좀 넉넉히 쌌더랬다.

유뷰초밥 한 찬합과 거봉포도 한 송이를 들고서 그녀를 찾았다.

핼쓱한 얼굴, 핏가가신 얼굴이 쏘옥 나온다.

\"밥먹자. 남이 해준 밥은 먹을 수 있을거야~~~\"하고

냉장고 문을 열어 물을 건네고, 마주앉았다.

\"고맙습니다\"며 이내 그렁그렁한 그 큰 눈.....

\"먹고 울자고. 우리 큰 애가 바닷가로 고구마캐러 갔단다. 좀 많이 쌌어. 너랑나랑 점심 함께 먹으려고...\"

\"우리 엄마도 언니도 입덧 안했대요\"

\"난 엄청유별스러웠는걸. 사람마다 조금은 차이가 있어. 생선좋아한다했지?\"

\"네. 구이 먹고 싶어요.\"

\"알았다. 그땐 내가 오라하면 우리집에 와라. 남의 집에선 숟가락 들 수 있을거야...\"

그러면서도 그녀의 남편이란 작자가 얄밉다.

술먹고 당구치고 노래방 순회공연한다고 이역만리 친정을 두고 온 어린 새색시를

새벽녁까지 독수공방을 시키는 간 큰 놈이라니

팔순 넘은 시어머니는 밭에 가기 바쁘시지.

거실, 주방바닥이 흙으로 퍼석퍼석하다. 씽크대에 아침 설겆이가 잔뜩이다.

에고고...다들 엄니 모시기 싫다고 쏙쏙 빠져나간 마당에

이 베트남 새댁의 봉양을 받고 계시니.....

한편으론 이쁘면서도 한편으론 입덧의 거룩한 역사가 되살아나 큰 것들을 주섬주섬 치워주면서도

측은하기 그지없다.

\"수요일은 전화하면 나와. 한국어 수업이 대순가? 맛난 거 사 먹으러 가자.\"

\"선생님 돈 쓰면 안 되는데.....\"한다.

대한민국 아기하나 탄생시키려다 이러다가 곱디고운 애??잡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