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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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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궁시렁...


BY 길가는 나그네 2008-10-01

나를 버리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늘 내 불행에 대해 남의 탓으로 돌리기에 급급하기만 했다.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된 거야...

너희들 때문에 이럴 수 밖에 없었어...

너만 아니었다면...

너만...

 

하지만 정말 그들이 아니었다면 내가 행복할 수 있을까?

그들만 아니었다면 진정 내가 이렇게 불행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모두에게서 벗어난다면 홀가분할 자신이 있나...

 

아니다.

그럴 자신감은 이제 없다.

이런 일상적이고 불규칙한, 결코 안정적이지 못하고 산만한 이 삶이 이제 습관처럼

베어 버려 산지가 오래 되었기에 너무나 익숙해져 버렸다.

 

나에 대해서 많은 것을 보이려 하는 자,

설명하려는 자,

남에 대해서 쉴새없이 떠벌리는 자,

남의 흉을 찾기에 급급한 자,

자기 함리화에 능한 자,

나의 선행을 내세우려는 자....

이런 부류의 사람들로 똘똘 뭉쳐져 세상이 돌아가는 듯하다.

 

남을 믿을 수가 없다.

하지만 나도 믿을 수가 없다.

변덕스런 세상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 보다 몇 배로 더 심한 변덕으로

진정 내가 생각하고자 했던 것이 뭐였는지 헷갈리기까지 하다.

정체성이 점점 흐릿해져가고

정의가 뭐였는지

목표도 없이 흘러가는 내 마음이 난파되어 표류되는 낡고 엉성한 쪽배와도 같다.

 

별을 헤아리며 하늘을 보던 때가 언제였던가.

도심에서 만난 가을 밤 하늘은 검푸름이 짙어서인지 작은 별빛은 묻힌 듯

찾아보기도 힘들다.

회색빛 도시를 벗어나 이름 모를 산속으로 도피하듯 숨어들고 싶지만

집착은 왜 이리 끝도 없이 질긴지 이유거리들이 발목을 붙잡는다.

 

기대어 사는 것이 인간이라 했거늘,

강하지도 못한 내가 자꾸 인간관계에 담을 쌓고 홀로서려고만 하니

이 일을 어찌해야 하나...

남의 말,

남의 일,

남의 상처,

남의 열등감...

누구도 그가 되지 않고는 공유하지 못할 것들이다.

좋은 감정일 때 주고받던 말들이 약간의 틈이 불어지고 나면 불신되어 세상 모두 이해하듯 주고받던 말들이 허물이 되어 어느 순간 뒤통수로 날아든다.

 

내가 지금 뭐라고 떠드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