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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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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을 시찰하는 사령관의 마음으로...


BY 낸시 2008-09-27

매일 아침 가게 문을 열고 내가 하는 일은 그 날 팔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다.

손님들이 식사할 식탁이나 의자을 닦거나 식당 바닥을 쓸고 닦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내가 아니라도 호세나 도밍고 제니퍼가 알아서 잘하는 일이다.

나는 집게와 쓰레기통으로 사용하는 빈 간장통을 들고 식당 주변 쓰레기를 찾아 나선다.

사실 쓰레기를 줍는 것은 핑게이고 꽃과 나무를 보러 다닌다.

밤사이 혹여 꺾여 나가거나 밟힌 것은 없는지, 갈증을 호소하지 않는지, 잡초에 치여 숨막혀 하지 않는지를 살핀다.

씨를 뿌려두었거나, 꺾꽂이를 해 두었거나, 새로 모종을 사다 옮겨심은 곳은 더욱 유심히 살핀다.

아무래도 자리를 잡기까지 물도 자주 주어야하고 손질도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식당 주변은 노숙자와 술주정뱅이가 많기로 악명이 높은 곳이다.

주변의 대부분은 술집이고 노숙자 쉼터도 여러곳이라고 한다.

그지역에 꽃밭을 조성해보려고  18년간 애썼는데 허사였다고 시에서 공원을 관리하는 사람이 그랬다.

고개가 끄덕여졌다.

할 일 없이 꽃과 나무를 뽑아 버리는 사람이 있다.

멀리라도 버리지...뽑아서 바로 그자리에 버려둔다.

뽑혀서  말라가는 꽃과 나무를 보면 인간이 얼마나 악할 수 있는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슬프다.

일삼아 뽑아다 팔아 먹는 사람도 있다.

직업 삼아 뽑아다 팔아먹으니 감당이 불감당이다.

결국 경찰청을 들락거리며  눈물로 호소하여 도움을 받았다.

술에 취해 꽃밭과 도로을 구분 못하는 사람이 허다했다.

식당에서 나오는 대나무젓가락을 모아 촘촘이 꽃과 나무 사이에 꽂았다.

히히...내가 생각해도 정말 똑똑한 짓이었다.

술에 취해 눈에 뵈는 것이 없단 말은 거짓말이다.

대나무젓가락이 촘촘이 꽂힌 위를 밟으면 쓰러질 것 같았는지 꽃밭을 밟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술꾼이 운전하는 차는 주인을 닮아 역시  꽃밭과 도로를 구분 못할 때가 많다.

깊은 한숨을 몇번 들이쉬고 내쉬는 수 밖에... 이런땐 대책이 없다.

 

사는 것을  생존경쟁의 전쟁이라고 하기도 한다.

정말 그럴까...그럴지도 모른다.

내가 사는 것을 생존경쟁이라고 하면 나는 그 전쟁을 어떻게 치르고 있을까...

가끔 꽃과 나무를 보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생존하기위한 전쟁의 최전방에 나는 꽃과 나무를 배치해두고 있다는 맘이 들어서다.

꺾이고 뽑히고 밟혀 죽어가는 것들을 바라보면서 최전선에 연약한 부녀자와 아이들을 배치한 사령관의 맘이 이랬을까...하는 생각도 한다.

어쨌거나 나는 그들의 덕을 본다.

우리 식당 주변의 노숙자 하나가 그런다.

우리식당으로는 물 얻으러  오지 않는단다.

봐 준다는 뜻이다.

요즘에 보니 비와 쓰레받이를 구해서 주변을 청소하기도 한다.

시에서도 청소하는 사람을 자주 보내 청소를 한다.

경찰들은 주변 노숙자 단속에 열성이다.

노숙자끼리도 꽃을 꺾는 사람과 말리는 사람이 있다.

주변에서 비지니스를 하는 사람들이 우리식당이 잘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모두 꽃과 나무 덕분이다.

 

오늘 아침도 꽃밭을 한바퀴 돌면서 꽃과 나무에게 일일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채송화야 고맙다.

달맞이 꽃아 너도 고맙다.

쬐그만 미니 장미야 너도, 플럼바고도, 난타나도...

너희들이 꺾이고 밟히고 뽑혀나가면서 날 지켜준 것 고맙고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