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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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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대하여...


BY 노라 2008-09-26

열아홉에서 스물이 되었을때는 엄청난 충격이었더랬죠...

지금 생각해보면 열아홉이나 스물이나 뭐 다를것도 없지만

그때는 그랬던것 같아요...

 

스물아홉에서 서른이 되었을때는

기억에도 없답니다...

스물 아홉이 되면서 결혼을 하고

서른이 되기전에 엄마가 되어버려서

그 아기를 놓고 씨름하느라 서른이 되는지 어쩐지...

그 감상에 빠져있을 여유는 없었던거죠...

웬만큼 정신을 차리고나니...벌써 서른에서도 한 3년쯤 지나있었어요...

그리고 아기가 또 하나 더 태어났고...

그후론...세살씩 네살씩 막 먹었던것 같아요...

 

그리고 이제.

마흔이 되었습니다.

왠일이지 서류상 한살이 더 가있는 나는

서른 아홉부터 마흔이 된 기분이었지만

그래서 마흔이 되면 어쩌냐고 호들갑을 떠는 동갑의 친구들에게도

나는 벌써 마흔이라고 여유를 부렸는데

막상 마흔이 되고보니...

스물이 되어버렸던 그때처럼. 그렇게 호들갑스럽네요...

 

 

국화꽃이랑 같이 국어책에서나 나오던 마흔은

참...고요하고 완벽했었는데...

그런데 나의 마흔은...

참 보잘것 없고...

허탈하고...

막막하네요...

사실, 열살의 나나 마흔살의 나나...

여전히 나는 난데...

 

어쨌든 나는 이제 마흔으로 살아야 하고...

또 쉰이되고...

또 예순이되고...

그러겠죠...

 

그렇게 되기 싫다는것은 아니랍니다...

 

좀 완성되어가는 느낌.

좀 꽉 차는 느낌.

좀...활짝 펴지는 느낌...그런 느낌을 갖고 싶은데...

오히려

텅빈느낌, 오그라드는 느낌...

그리고

이제와서 세상밖으로 떠밀리는... 그런 막막하고 약간은 두려운 기분이지만.

그래도 힘을 한번 내 보려구요...

정상만이 산이 아니라더라구요.

산을 오르는 그 길도 산이라고...

 

내 나이 마흔에 산행을 시작합니다.

천천히 천천히

산을 느끼며 산을 오르려구요...

잘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