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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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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죽을 각오로 쓴 글


BY 오월 2008-09-21

일찍 일어나 날 믿고 곤한 잠을 자는 남편을 본다.

저승 문턱을 헤매며 48키로 몸으로 변기에 앉지도

못했던 남편 지금 70키로

커피를 끓이고 남편이 커피잔을 들고 움직이지 못하게

우유를 찰랑거리게 붓는다.

 

그리고 남편을 깨운다

등을 쓸어주며 자기야 일어나 하거나

입을 쪽 맞추며 아직 아기 입에서 나는 향기같은

남편의 체취를 맡는다.

 

어느날은 깨우지 않아도 잠에 취해 일어나 비척 거리는

모습도 난 너무나 사랑스러워 달려가 안아주며

일어났쪄 일어났쪄 를 연발한다.

 

둘이 앉아 커피를 마시는 오늘아침 우리집 풍경이다.

어제 다녀간 이종사촌 이야기를 내가 한다.

있잖아 나 아주 옛날에 울산 방어진에 이모가 딸을 하나 낳고

싶다며 애를 낳았는데 또 아들이면 애 없는 작은집에 주기로 하고

애를 낳았어 근데,또 아들인데 이모가 하혈을 넘 많이해서

다 죽어가는 거야 그 상황에서도 작은집에 주기로한 아들은

 

절대 못준다는데 엄마는 칠남매 먹여 살리느라 바쁘지 이모는

죽어간다지 엄마가 무지 어린 날 이모 산바라지 해주라며

울산에 보냈어 근데 울산이모집에 처음으로 가보니 먹을거는

하나도 없고 무시무시한 피 빨래 가 산더미 처럼 쌓여있고

이모부는 술탁보에 매일 날보고 쑥뜯어 술국을 끓이라네.

 

어린 동생은 이모가 낳은 애기말고 둘이나 있지 내가 뭘 할줄

아는게 있어야지 난 이모집 뒷산을 넘어 바닷가에 갔어.

돌미역이 파도에 떠내려 오더라.

그걸 매일 주어오면 이모가 문턱에 머리를 내밀고 기다리다

내가 초장에 묻혀주는 그 돌미역을 받아먹곤 했어.

 

근데 그러고 살다 내가 몸살이 나서 이모에게 도움도 못주고

폐만 끼치는 꼴이 되고 말았네.

 

가만히 듣고 있던 남편이 벌떡 일어나 소리를 버럭지른다.

아니 그 어린것을 오라는 이모나 보내는 장모님이나 이게 지금

말이돼 그때 당신 몇 살 이였어.

나 글쎄 한 열네 살.

아니 그 나이에 어떻게 산바라지를 하러가.

난 그때 벌써 직장에 다녔다.

평소 소말뚝이 없어 처가집 말뚝에 절 못하지 소말뚝만 있음

열두 번 절할 남편 벌떡 일어나 담배 피워물었다.

 

겨우 진정하고 욕실에서 면도하는 남편을 슬금 따라가

뚱뚱이 배를 뒤에서 꼭 끌어안았다.

장모님이 미웠쪄?

이모님이 미웠쪄?

응!!

 

나 죽을때까지 언제나 이렇게 내 편 되어줄거지?

응!

 

남편앞에 난

수다쟁이

고자질 쟁이

울보

떼보

푼수

칠칠이

...........그런 내가 제일 무섭다는 바보 남편.

 

거실장 위에 먼지가 뽀얗다.

한 깔끔 하는 남편이 한소리 하기전 먼지위에

이렇게 써 놓아야지

\"자기야 !사랑해\"

잎이 푸른 커다란 고목나무가 있어

그 고목나무 한 귀퉁이 옴폭파인 구멍이 하나 있지.

난 당신과 살며 늘 그안에 들어 있는 느낌이야.

 

그늘도 되어주고 비바람도 막아주고 그래서

세상 겁나는게 없다.

하지만 옆구리에 날 집어넣은 당신은 많이 아프지

.

 

휘적휘적 내 이야기 안고 구름이 간다

흰구름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