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침입니다~`
안녕하세요.아침입니다.~
일어나세요. 일어나세요~~~\"
새벽 5 시에 맞춰 논 알람시계가 고래고래~~고함을 내 지른다.
시끄러우라고 볼륨을 최대한으로 해 뒀더니 사명을 다 한답시고
으....악 고함을 어찌 치던지 \"탁\"
오른손으로 대그빡에 난 혹을 디립다 쳐 주었더니 \"뚝\"....잠...잠....
안녕하세요도 일어나세요도 안 한다.
\"끄...응...\"
아직 창 밖은 어두운데 침대에서 몸을 일으킴과 동시에 머리맡 수면등을 꼈다.
난 의식이 들어 왔지만 비몽사몽 간의 남편이 눈살을 찌푸리며 돌아 눕는다.
잠옷을 갈아 입고 세수와 양치질을 하곤 새벽기도를 갔다.
할머니들은 잠도 없으신지 내가 가면 맨날 꼴찌.....ㅎㅎㅎ
맑은 정신으로 새벽기도를 드리고 운동화로 갈아 신고 뛰다가 걷다가.......
전에는 말라뮤트를 몰고 다녔는데 힘도 너무 쎄고 나 가자는데로 안가고 저 가고 싶은데로
자꾸만 가자는 통에 힘이 부쳐서.
개를 데리고 나가면 편하긴 하더만.
사람을 끌고 가니까 힘들게 안 걸어도 금방 4 킬로미털르 뎅겨 올 수 있었는데....
이른 아침이라 오가는 차량도 적고 사람들도 아직은 운동하는 모습이 없다.
너무 무리하게 뛰면(나?...학창시절에 육상선수였었고 애들 초등학교 운동회 때 매번 일등하는 엄마.ㅎㅎ)
허리에 자극이 갈까 봐 빠른 걸음으로 걷거나 가볍게 뛰는 수준으로 2 킬로미터를 왕복(4 킬로미터)
하며 뛰는데 안경 안 낀 눈에도 멀리 두 부부가 걸어오시는 모습이 보였다.
평소에는 안경을 밥 할 때는 안끼고 나머진 다 끼는데 운동 때도 걸리적 거릴까 봐 안 낀다.
가까이 다가 오시는데 시어른 두 분이시다.
아버님의 당뇨로 운동이 필수라 매일 이른 아침엔 등산도 하시고 한시간 가량을 걸으신다.
벌써 운동을 마치시고 돌아오시는 시간.
\"운동 나오셨어요?\"
\"그래...운동 나왔나? 날씨가 선선해서 사람들이 많네....\"
그러면서 바삐 서로의 운동페이스를 지키며 스쳐 지나갔다.
저 만치에도 동네분이 운동하시는 모습이 보이고........
자기자신과의 싸움이랄 수 있는 아침운동.
그것도 새벽기도를 마치고 다니는 운동은 정말 상쾌하고 온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충만함이 있어 좋다.
걷다가 가로수를 보면 부지런하기 둘째 가라면 서러운 거미들이 쳐 둔 거미줄에는 숨 죽이고
뭔가가 들러 붙기를 ...아무 놈이나 걸려 들기만을 기다리는 거미들이 온 감각을 다 모으고 바람결에라도
아주 작고 미미한 움직임을 놓칠세라 무섭도록 고요하게 엎드려 있다.
누가 개미가 부지런하기 일등이라 했던나?
거미야 말로 사람이 살건 말건 자기네 집을 얼마나 충실히 잘 짓는지....
이 나무에서 저~~윗쪽 나무까지 보일락 말락 한 가늘지만 점성 강하고 질긴 줄을 내 걸어서
멋지게 집에다가 그물망을 쳐 두고 먹잇감이 걸려 들기만을 오랫동안 끈질기게 인내하며 기다리기를 업으로 삼는다.
누가 지나가다가 들러 붙은 불쾌함 때문에 거미줄을 걷어 내 버려도 지치지도 않고 새로운 거미 줄을 뿜는다.
모양도 다양하고 쫌쫌한 것도 다양하다.
정확하게 간격이 일정하기도 하고 약간은 부실공사 한 것 같이 삐뚤빼뚤한 것도 있다.
어떤 놈은 두겹 세겹 그것도 모자라 아예 숨 구멍 조차도 없이 새하얗게 천처럼 여러겹으로 이중삼중....
오며 가며 살펴보니 거미의 종류도 다양.
짙은 나무색 얼룩이도 있고 꽃뱀처럼 화려한 놈도 있고 다리만 길~~고 몸통은 작은 놈, 몸도 다리도 가느다란 놈....
그 부지런하고 근면성실함을 배워야 할까?
지칠 줄 모르고 먹잇감을 사냥하기 위해 치고 또 치고 느슨~~해 지면 이중삼중으로 거미줄을 치는
행동을 미련하다 해야 하나.....
거미는 사람들이 사는 안방에도 유유히 들어 와 진을 쳐 둔다.
좀 길게 안방 천장을 안 쳐다보면 잠 들 대 사방 구석을 살피면 거미줄이 보인다.
여긴 시골이라 해충이든 익충이든 벌레는 다 가족같다.
더불어 사는 세상.
파리도 식사시간엔 초대한 손님마냥 한 상 거득한 메뉴를 다 시식해 보는 미식가적 입맛을 자랑한다.
도시에서 놀러오시는 분들은 기겁을 하지만 우린 덤덤........
파리가 먼저 입맛을 다시고 나면 우리가 뒤에 남은 걸 먹는다.ㅎㅎㅎ
분무기로 방충약을 살포해도 돌아서면 같이 가요~`쪼르르.......
시어머니를 새벽 길 위에서 만나고 마을 뒷길로 돌아돌아 등 줄기에 적당히 땀이 베어 나올 즈음 집에 도착.
할머니들 아침 식사 준비.
그냥 가사에 충실한 아낙 같으면 내친 걸음을 화왕산까지 가련만 ........
늘 조급하고 마음 먹은데로 어딜 가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다.
걷고 싶을 때 까지 ,가고 싶은 길까지 , 아니 길이 아닌 곳도 내가 걸으면 길이 되게 그렇게 걷고 싶다.
그러나 지금의 이 만한 여유도 참으로 감사하다.
잠만 좀 줄이면 하루가 상쾌해 지는 운동도, 새벽기도도 가능한 이 생활.
너무 욕심 부리지 않으리라.
거미는 줄을 치고 그 줄에 매달려 죽을 힘을 다 해 기다리는데 이깟 작은 부족함을 못 참으랴.
거미의 근면성실을 배우며 , 지독한 인내심도 살짝 배운다.
아침이슬로 영롱한 은구슬을 눈부시게 만들어 뜨는 아침 햇살에 자랑하는 거미줄.
내일 아침에도 비가 안 온다면 그 거미들은 또 한자리에서 잠자리든 파리든 날벌레든
맹수와도 같은 심정으로 기다리겠지......
어쩌면 그 길로 어머니는 또 아버님이랑 같이 걸으시겠지....
당뇨를 이기자.....소화불량을 이기자 하시면서.
난 총회를 앞두고 강한 다리와 움직임이 편리한 유연한 허리를 위해 또 걷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