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부터 밖에 나와 익혔으니 까맣게 익을 밖에
구정 쇠고 처음 보는 아주버님이\" 제수씨, 왜이리
까매졌어요 먹고 살기가 그리 힘들어요\" 하시더니
친정엄마는 까매지고 초췌해진 딸의 모습에 억장이
무너졌다 하신다.
무신 말씀을 내가 요즘 얼마나 재미나게 건강하게 살아
가는데요.
나 보물창고 하나 있다우,
초봄 풀뜯고 과일 껍질모으고 음식 찌꺼기 모으고 다독이며
애지중지 다독인 두엄더미 내 보물창고라우.
그 옆 분홍색 코스모스 만발했는데 내 작은 키 두 배.
목을 뒤로 젖혀 보아야만 코스모스 꼭대기를 보는데 호호
코스모스 꼭대기가 하늘과 닿아있다.
코스모스도 키 크면 모델이라우.
양털모자를 뒤집어 썼다 새털모자를 뒤집어 썼다
너울너울 머플러를 둘러보았다
난리가 났다.
나만 구경하는게 아니네 전선에 가지런히 앉은 잠자리
고개 까딱거리며 망중한을 즐기는데.
갑자기 얼굴로 목으로 감겨오는 이것은 흐미!!
먹이를 잡았다고 흐흐 거리며 엉금엉금 기어오는 거미 한마리
내가 니 밥으로 보이냐.
두엄더미 하나에 내년봄 소담하게 자라날 내 꽃들을 생각하며
보물창고 가진듯 행복한 나나
가느다란 줄하나 내 목에 둘러놓고 왕건이 물었다고 내려오는
너나 너 딱 내 수준이구나.
그래 행복하면 그만이지
행복에 값있냐 ㅎㅎㅎ
돈 치르지 않아도 되는 풀향기 나 오늘도 실컷 마시고
배부르다. 어이! 거 돌틈에 쑥부쟁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