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자고 일어난 낮잠끝에 서러운 울음이 이유없이 따라온다.
사십 중반 전까지 늘 소원하든 마음이 있었다.
쓸데없는 웃음을 쓸데없는 울음을 제발 걷어주세요.
지금처럼 가을이 창가에 들러붙어 마른 나뭇잎같은 소리를 내며
창문을 덜컹이고 이 높은 곳 어디에 숨어 우는지 귀뚜라미 우는 날
아직은 짱짱히 살아계신 엄마가 보고싶어 낮잠끝에 섧게 우는 아이처럼
그리 운적이 있다.
월악산 붉은 단풍위로 졸졸졸 흐르는 계곡물이 벼랑끝에 아슬아슬
물들어 떨고선 붉은 단풍이 그리움을 몰고오는 코스모스가 이제
머지않아 흔적없이 사라질 처연함을 동반한 때문인지 그저 아름답지만은
않은 모습에도 발밑에 피어난 작은 들꽃 하나에도 마음이 아파
땅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바라보든 시절 살아보니 별것도 아닌것을
억척스레 줄기차게 쓸모없이 기어오르는 가시덩굴 처럼 무성하게
자라나든 나의 감성들.주체할 수 없어 울었든 날들.살아보니
울일도 아니고만....
깡치처럼 박혀서 빠지지 않던 첫사랑의 기억.
가끔은 베갯잇 적셔오든 아쉬움 절대 잊혀지지 않을거라 아니 잊혀지는
기억이 어찌 첫사랑 이겠느냐 했었건만 그 기억또한 어느새 맑은 물로
번져든 뜨물처럼 사라진지 오래다.붉은 진달래꽃 필때마다 끈질기게 따라붙든
그런 기억들 칡꽃잎 하늘거려도 붉은동백 시들지 않고 뚝뚝 진 모습에도
늘 따라붙든 아린 기억들 왜 그리 가슴이 아팠을까.왜 그리 눈물이 많았을까
아직은 훅 하고 부는 바람이 뜨겁다
그 바람을 맞고 색색의 코스모스가 휘청인다
그래도 나 잘 살고 있다. 가슴이 아파 쪼그려 앉지도 않고.
진달래 피는 봄도 하늘거리며 떨어지는 꽃잎도 청년같은 여름도 그리움 몰고오는
가을도 언제부턴지 눈물도 없이 시린 가슴도 없이 잘 맞고 있다.
그래서 사나보다
내가 장하다 많이 컸다고...
사랑하는 가족들을 먼저 보내고 가슴을 쥐어 뜯으며 슬픔을 이기지 못해
따라 죽지않고 그래서 사나보다.
어느 날 보니 가슴에 무엇이 다 빠져나가 버렸다.
깡치가 빠진 몸인가 보다 그래서 가끔은 몸이 허성거린다.
그래도 그 아픔을 다시 겪으며 살고 싶진 않다.
내가 기억해 주지 않아도 첫사랑 지도 저 나름 잘 살겠지.
아!!이렇게 촉촉함은 가슴속에서 먼저 잃어가는 것인가 보다.
그리고 우리들은 마른 낙엽같은 사람이 되어 가나보다.
내 몸 어디에선가는 버석 거리는 소리가 들리겠다.
은빛 갈대밭에 서서 와인빛 저녁노을에 붉게 익은 해가
산꼭대기에서 풍덩 하고 투신하든 날 남편이 안되보여
등을 안고 토닥이던 그런날도 있었는데
해바라기 머리는 커질때로 커졌다.
보라는 해는 보질않고 자꾸만 고개숙여 땅만 본다.
그래 너도 머리 굵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