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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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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생각이 머문 자리..... 사랑하는 우리 신랑


BY 유림천사 2008-09-09

김수연씨의 산문집에서 내 마음속의 어머니라는 글을 읽던 중
내 옆에서 자고있는 남편에 대한 존경심이 일어났다.

그 글 속엔 두명의 어머니가 등장한다.
그 중 한명의 어머니는 김수연씨의 중학교 동창 어머님이다.
그 친구의 어머니는 노점에서 과일을 팔았는데 친구는 하교 후 항상 어머니를 도와 드렸다.
가난이 부끄러울 수도 있는 어린나이에 그 친구는 철없는 생각과 행동대신 고생하는 어머니를 항상 도와 드렸고 열심히 공부를 했다.
그 결과 그 친구는 지금 고위 공직자가 되었고
김수연씨는 언론을 통해 친구의 소식을 접하면 뿌듯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결혼 초에 신랑과 함께 시댁에 갔다가 유달산을 올라간 적이 있었다.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면서 길을 걷던 중에 신랑이 자신의 유년기를 보낸 동네라며 나를 잡아 세웠다.
흔히 책에서 접할 수 있는 달동네의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
가난이 한눈에 들어오는 허름한 동네를 바라보며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다시 걷기 시작한 나에게 신랑이 이런 말을 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야. 그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지.\"

나의 신랑도 가난한 유년기를 보냈지만 열심히 노력한 결과 지금은 탄탄한 삶을 살고 있다.

 

지난 주말 신랑은 내가 좋아하는 신랑표 참치 김밥을 만들어 주었다.
김밥을 말던 중 신랑은 추억에 잠겨 지난 이야기를 해주었다.
신랑은 초등학교를 다닐때 김밥에 햄을 넣는 집은 부잣집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내가 왜냐고 묻자.
햄은 비싸기 때문에 소풍날 항상 소세지가 들어간 김밥을 가져갔다는 것이다.
그 말을 마친 신랑은 김밥을 잘라 꽁지는 옆으로 밀고 예쁜 깁밥을 내 입에 넣어 주었다.

 

가끔 소소한 일상 속에서 신랑이 옛이야기를 해 줄때 가슴이 찡해 올때가 있다.

지나간 바람은 춥지 않기에 신랑은 담담하게 얘기하지만  듣고 있는 내 맘엔 잔잔한 물결일 일어난다.
자신의 삶을 부끄럽지 않게 꾸려나간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지금도 나와 아기에게 항상 최선을 다하는 우리 신랑에게 감사한다.
나와 만나기 아주 전부터 최선을 다해서 살아 온 우리 신랑.
그리고 그 달콤한 인생의 결과물을 우리 가족의 행복을 위해 아낌없이 내어 주는 고마운 사람.

 

신랑을 소개해준 언니는 농담처럼 신랑이 이쁘면 언니에게 감사하라고 하지만
이런 신랑을 낳아 준 시어머니도 고맙고
우리의 인연을 닿게 해준 신께도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든다.
이런 날 어찌 기도를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신랑의 말처럼 딱 만년동안만 사랑하면서 살고 싶다.
그래서 난 다시 태어나도 신랑과 만나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