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 열흘 전과 후,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진 날씨 외에 난 여전히 분주한 아침 출근준비를 하고 도착하여 위생복을 갈아입고 하루종일 한가지 반찬을 더 팔기 위해 애를 써야만 한다. 산 자는 어떻게든 살아간다고 한다. 그랬다. 남아 있는 자들은 먹고 자고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또 껄껄 웃으며 하루하루 지낸다. 그러면서 잊혀진다고 했다. 누가 세월이 약이라 했을까. 찢어지는 가슴아픔이 이런 건줄 처음 알았다. 그이의 병원 입퇴원으로 지칠대로 지쳐있던 지나가 버린 날들, 늘 가슴아파 했지만 그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준비없이, 예행연습도 안했는데 그는 떠나가고 말았다. 무엇이 그리 황망하게 가야만 했는지, 꿈속에서라도 만나 물어보고 싶었다. 죽음길을 서서히 닦아놓고 있었던 사람이었지만 이렇게 황망히 가 버릴줄 정말 몰랐다. 항상 병원을 들락거릴 때마다 나는 내심 당뇨로 인한 합병증까지 와 집마저 다 날리면 어찌하나, 저 모든 짐덩어리를 어떻게 감당해야 하나 한 무게되는 염려로 한숨이 절로 나왔었는데... 죽은 사람만 불쌍하다고, 그이를 그리워 하며 눈물 흘리다가도 문득 문득 가벼워진 내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속물일 수 밖에 없는 나... 참으로 오랜 세월을 고통 속에서 살았다. 친지들과 주변인들이 고생많았다고 한마디씩 위로를 해 준다. 시누들마저 언니는 할만큼 했다고 등을 다독여준다. 하지만 왜 이리 가슴 시리고 아프고 답답하기만 할까. 정말 세월가면 이 모든 것이 잊혀질까. 그이에 대한 죄스러움이 언제쯤 내려질 수 있을 것인가. \'휴가 3일중 하루는 내가 양보해야지.\' \'당신 생일날 내가 미역국 끓여줄께.\'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지. 미안해.\' 술이 사람을 잡아먹는다 했다. 결국 말대로 되고 말았다. 생일날 아침 그이의 입관을 지켜보면서 나는 오열을 삼켜야 했다. \'힘들지?\' 전화선을 타고 흘러오는 듯, 그이의 목소리가 선연하다. 퇴근무렵이면 어김없이 전화 통화하든 습관으로 결국 어두운 골목길에서 한바탕 눈물샘을 터트리고 말았다. 이제 모든 것을 잊어야 하는데, 너무 힘들다. 삼척의 집안 곳곳 그이가 있었고, 이곳 지하 원룸에도 그이가 있었다. 골목길, 음식점, 강남대로... 짧은 두어달 동안 그이가 올라올 때마다 식사후 팔짱을 끼고 동네 한바퀴를 돌았다. 8월 5일, 그이와의 마지막 만남... 3일 후 아들이 휴가나오면 함께 저기 고깃집에서 식구들끼리 밥이나 한끼 먹어야겠다고 했는데, 결국 영원히 함께할 수 없는 약속이 되고 말았다. 좋은 기억만 남는다 했던가. 그의 세심함과 자상함만이 내 주변을 맴맴돈다. 소리내어 엉엉 울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일에 바빴고, 집에 오면 딸아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잠을 설친 밤, 속울음으로 대신해야 했기에 가슴만 미어졌다. 내 눈물과 한, 그이에게 향한 미안함은 언제쯤 가실런지... 숙면에 취하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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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아파도 가슴아파도....
가슴아파 쓴 편지글, 문 두드려 댓글남겨 주신 모든 님들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곧 회복되겠지요. 하루하루 지내다 보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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