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14세 미만 아동의 SNS 계정 보유 금지 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563

마음이 불편한 날.


BY 낸시 2008-08-27

아는 이가 우리 가게에서 생일 파티를 하자고 해서 그러자고 하였다.

내키지 않았는데 그러라고 하고선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다.

내 생일이라고, 남편 생일이라고, 케익을 사들고 풍선도 사들고 우리 가게를 찾아 준 사람들이다.

그런데 고맙긴 커녕 마음이 꼬였다 풀렸다 꼬였다 풀렸다를 반복한다.

 

전에도 이런 경험이 있었다.

같이 어울리는 사람들이 주로 우리집에서  모였다.

나야 전업주부고 부자는 아니지만 먹고 사는 일에 쪼들리는 것도 아니고 사람 몇이 한 달에 한 두 번 우리 집에 모여 식사하고 놀다가는 것이 나쁠 것이 없다는 생각에서 기꺼운 마음으로 시작했었다.

몇 번 반복되고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자기 차례가 되어 날더러 하라고 해서 기꺼이 그러마고 했더니 으례 우리집에서 하는 것으로 아는 것이다.

처음에는 자기 대신 우리집에서 하니까 자기가 커피라도 들고 오더니 나중에는 날더러 커피도 준비하라고 하였다.

우리는 집에서 커피를 마시지 않는 것 뻔히 아는 사이에...

사소한 것 같은데 거기서부터 실실 마음이 꼬이기 시작했다.

그 다음엔 내가 심어 애지중지 가꾸는 상추 모종을 달란다.

어림도 없는 소리라 반응을 안보였더니 그 다음엔 자기가 뽑아가겠다고 하였다.

\'한번 뜯으면 우리 식구 먹기도 충분한 양이 안되는 거라서 그것은 안돼.\' 라고 분명히 못을 박았다.

하지만 불편한 감정은 들어나지 않게 감정관리를 하면서...

내가 감정관리를 지나치게 잘 한 것인지, 아니면 그 쪽이 지나치게 무례한 것인지, 화를 뽀르르 낸다.

\'안 가져가면 그만이지. 뭐. 난 누구네 가져다 주려고 그랬었는데...\'

비슷한 일이 몇 번 반복되고 난 후 그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일이 점점 불편해졌었다.

 

우리는 식당을 하니까 음식을 하는 것이 그닥 어려울 것은 없지.

하지만 바쁜 시간에 우르르 몰려와서 자기네랑 같이 앉아 생일파티를 하자고 하는 것은 반갑지 않다.

그것이 내 생일이라고 할지라도 기억해주는 것이 고맙지도 않다.

내 생일은 양력에 오고, 음력에 오고, 남편 생일에도 오고...

고맙지 않은 맘을 지나 혹시 혹시 우리 식당에 공짜 음식 먹으러 오는 것이 아닌가하는 못 된 의심까지 들더라.

테이블이 열개도 안되는 식당에 와서 테이블 두 개를 차지하고 앉아  자꾸 자기네 옆에 앉아 케익에 불도 켜도 노래도 하자고 하는데 난 다른 손님들 눈치보여 은근히 화도 나더라.

음식도 가져다 주는 대로 먹는 것도 아니고 자기 입에 맞는 것으로 주문을 해서 달란다.

만들기 쉬운 것도 아니고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바쁜 시간에 부엌에서 일하는 아이들에게도 미안해지더라.

 

이번에는 우리 식당이 문 닫는 시간인 토요일 점심에 다른 사람 생일 파티를 우리 가게에서 하고 싶단다.

쬐끔 불편한 마음이 들었지만 일하는 아이들 눈치 안 보고, 손님들 눈치 안 보고, 내가 그냥 해 주어야지하는 생각으로 그러라고 하였다.

남편에게 말하니 자기는 골프 약속이 있단다.

불편한 내 심사를 이야기하니 날더러 섬기는 맘으로 너그럽게 하란다.

그 말에 홀랑 뒤집어졌다.

자기는 골프장에 가서 놀고 날더러  식사대접을 즐거움 마음으로 하란 말이지.

왜 째째하게 구느냐 말이지.

 

전화해서 남편도 골프 약속이 있고 가게도 쉬는 날이라 할 수 없다고 하였다.

다른 식당에 가서 하자고 하는 것도 나는 빠지겠다고 하였다.

모이는 사람 중에 돈 낼 사람은 나 밖에 없는데하는 계산을 하는 내가 싫지만 그런 생각이 절로 들더라.

염소 한 마리 사서 염소탕해서 나누어 먹은 지 한 달도 안되었는데...공치사 같은 것은 안하고 싶었는데 공치사도 절로 하게 되더라.

나중에 추수감사절이나 추석엔 몰라도 이번에는 싫다.

이번에 하면 그사람들 생일 때마다 우리 가게로 몰려올까봐 싫다.

음식 값 꼬박꼬박 받아 낼 뱃짱도 나는 없는데...

 

그리 정하고 나면 속이 시원할 줄 알았다.

그런데 맘이 편하지 않다.

모르겠다.

그래도 난 내 멋대로 살란다.

원래 내 모습은 까칠한 여자니까, 내 본 모습을 그 사람들이 빨리 아는 것도 나쁠 것 없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