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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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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가방


BY 정자 2008-08-27

   
오늘은 심심해서 내 가방을 꺼꾸로 잡고 툭툭 털었다.

내 핸드백은 남들이 말하는 명품가방이다.

사실은 선물을 받고 몇 개월후에 알았다.

친구의 소개로 오십견환자를 한 달동안 시간을 맞춰 운동요법으로

회복을 도와 준 적이 있었는 데, 나에게 쓰던 거라며 이젠 싫증이 난다고 나에게 준 것이다.



나는 한 번도 명품가방이 어떻게 생겼는 지 상표도 전혀 모른다. 관심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그 가방을 메고 다닐 때부터 사람들 시선이 이상해졌다. 나 보다도 그 가방에 더 관심이 쏠렸다..



차차 시간이 지나가면서 몇 십만원 짜리 가방이라며 수제품이고 시간이 가면 갈 수록 고가품이 된다느니 에이에스 받는데도 따로 있고 뭐가 어떻고 저렇고 사연이 구구절절이다. 그래서 명품인가?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그 가방에 목욕탕 갈 때 치약 칫솔 샴푸도 구겨 넣고 그래도 널럴해서 작은책도 끼워넣고 사탕이며 껌이며 잡동사니를 죄다 몰아넣고 다니는 것을 본 내 친구가 한 마디한다.

\" 아무래도 주인을 잘 못 만난거다. 명품팔자가 어쩌다 그렇게 하류가 됐냐?\"



아무리 명품 할아버지라고 해도 가방은 가방이다. 나에겐..

요즘은 내가 돌보는 할머니가 내 가방속이 제일 궁금하단다.

약간 치매초기 환자인데   나에겐 별로 관심이 없고 이 가방에 매달린 큼직한 밤색단추를 자꾸 따달란다. 환자입장에선 영낙없이 초코렛처럼 보였을 것이다. 한 입만 깨물면 입안에 단물이 가득 고일 것 같은 영롱한 색이다.



그래서 난 또 내 가방을 뒤진다. 생각지도 않았던 왕방울 만한 막대사탕도 구석에 있고 백원짜리 동전도 손에 잡히면 자판기에 넣어서  헤헤대며 커피를 마시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다.



오늘은 비가 온다. 우울한 환자나 치매환자들은 날궂이가 심하다. 기분이 갑자기 올라가다가 뚝 떨어지는 기압이 전혀 조절이 안 된다. 이런 분들은 옆에서 그저 말없이 지켜 보는 것도 위로가 된다.



창밖에 비가 어려 몸끼리 섞이고 부딪치고 아래로 흘러내리는 빗물을 보니 또 심심하다. 오늘은 내 가방이나 세탁기에 돌릴까..손세탁할까..비가 오는데 내일 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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