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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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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향취


BY 들꽃 2008-08-17

커피 한잔 끓여 들고 창문을 열었더니, 밤 새 스며들지 못하고  창가에 머뭇대던  맑은 공기가 와락 품 속을 헤집고 안겨온다.

 

밤사이 높아진 하늘과 살갗에 느껴지는 바람의 숨결이 차고 고르다

덥다. 덥다를 노래 후렴처럼 되뇌이고 에어컨을 켰다 껐다 했던 내 동작들이 어린애 장난질 한것마냥 머쓱 거려진다.

가을이 오고 있음이야....

햇살의 위용이 아직 맹위를 떨치고 매미 울음소리가 저리도 창창 하지만, 서둘러 야박하게 보낼 필요 있겠는가? 오고감이 다 순리인것을.

 

한차례 쏟아지던 빗줄기 자락 타고 가을이 조심스레 앉을 자리 찾고 있음일테지.

그래도 떠나 보낼 여름이 뒷설거지 마무리 할 때 까지 성큼 다가오지 않고 빗줄기 전령사 통해 이젠 내가 나서야 할 시간이 임박했다고 가만히 통보한다

길길이 화를 내어 거친 숨소리로 온 사방을 휘돌리고  물폭탄 눈물 뿌려 대며 우리들 혼줄을 쏙 빼 놓는 여름의 막바지 횡포도 그러나 가을은 어떤 내색도 하지 않고 잠잠히 기다린다.

그래서일까?

뒤이어 찾아드는 겨울의 옹골찬 바람 몇줌에 아무 미련없이, 인사 한자락 남김없이 그냥 홀연히 자취를 감춘다

 

서늘하고 단아한 여인의 뒷자태는 두고두고 눈길 끝과 가슴 한켠에 아름답게 남는 법이다.

짧고 강열한 향취, 가을.

오늘 아침 문득 가을을 가슴에 대면 했다고 성급하다 꾸중 마시길 바란다.

 

높고 그윽한 하늘 눈매로 약간은 쌀쌀한 자태로 기다림의 긴 여운자락 끌며 가을이 저만치 오고있다

익히고 수확하고 갈무리 마치는 순간을 애두르는법 없이 강렬하고 따슨 체온을 넓은 대지에 고루 나누며 기다림의 시간을 준다

하지만 여유롭게 꾀부릴  시간이 없음을 짧은 태양빛 거두며 우리를 재촉한다 

 

여름과 달리 차분한 밤 시간엔 생각을 여무르고, 그리움 챙겨 주어 사람의 정을 다시금 곱씹게 한다

 

한잔의 차 맛에 의미를 더하고 하늘빛, 바다빛이 깊이를 더 하는 계절.

 

긴 울음 우는 매미 소리 끝자락, 아직은 따가운 햇살 아래 가을의 손길은 어김없이  닿아 있는듯 하다

가을을 벗하여 산사를 찾아감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버선발로 뛰어나와 어서오라고.. 왜 이제야 찾아 왔냐고 ...반겨줌 없고, 돌아서 나오는 옷자락 부여잡고 왜 벌써 떠나냐고....며칠만 더 머물다 가라고 공치사라도 해주는 법 없는...

와도 그만... 가도 그만...

그 무심한 반김이 좋고, 일주문이며 대웅전이며 삼신각이 그 산세에 거스름없이 자리매김 하고 있음이 낯설지 않아 좋다

 

그래, 분명 가을의 향취는 결코 멀리 있음이 아니지 않는가?

혼자 떠남의 설레임..

가을이 오고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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