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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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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죽어도


BY 정자 2008-08-17

여름은 꼭 피서를 나야 되겄는 디...

우라질 저 영감탱이가 말여 돈을 안 주는 거여?

내가 병원에서 돈을 몽창 빼먹었다는 거라..

 

얼결에 장날 황급히 갔다가 돌아오는 길목 끝에 버스 정류장에서 귀에서 웽웽 울리는 목소리에

발걸음을 세웠다.

우라질 영감탱이라....

 

내가 쫌 아펐다아 쳐도 사람이 뭘로 죽을 줄 알어?

니기미 나는 자다가 죽던  길 잘 건너가도 미친놈이 느닷없이 확 밀쳐부리던 암에 걸려 죽던 마찬가지 아녀?

 

마주보는 사람도 애길 들으며 손가락 사이에서 가느다란 하얀 김이 모락 모락 생연기를 태우고 있다.

움푹 패인 광대뼈 밑에 자글 자글 주름이 깊게 새긴 여자의 눈빛은 새초롬하다.

주름보다 더 굵은 파마머리는 언제 염색을 했는지 반 백이 된 머리칼이 부스스하다.

 

나는 짐 짓 옆에서 무엇을 기다리는 눈치로 이 할머니들 심상찮은 대화를 엿들었다.

 

그런께 돈을 받은 겨? 묻는다. 할머니는 한 모금 길게 담배를 빨아 들이더니..

뭘 받어 받긴? 그냥 꼬불쳐가지고 나와버렸지... 히히..

근디 이것도 재미라? 내사 그동안 이  재미도 모르고 산 게 으그 나도 머저리여..안긍가?

 

옆에서 뻘줌하게 서 있는 나에게도  미소가 번지고 있다.

버스가 왔나 보다. 황급히 할머니는 버스를 타고 가고 혼자 남은 할머니 나보고 그런다.

 

에그..저 할머니 병원가서 수술 할려고 머리를 열었는 디..그냥  닫었다는 구먼...

뇌 암이라나..의사말로는 잡숩고 싶은 거 다 먹고 가보고 싶은 데 있으면 가보라고 했다는 디..근디 본인은 몰러...

 

아직 본인의 병을 모르고 있다고 했다..그 동안 사는 재미도 모르고 머저리라고 하셨는 데...

 

그러고 보니 나도 나중에 뭘로 죽을까  한 번 생각을 해 봤는 데.

*일 번 : 그 전날 내가 좋아하는 칼국수 한 그릇 뚝닥 잘 비우고 늘 깨는 새벽에 눈을 못 떠 돌아가신 이웃동네 구십먹은 어르신처럼 꿈을 꿔 본적이 있는 데  요즘은 이렇게 돌아가시면 안된다는 것이다. 사망진단서가 있어야 장례식장이던 공동묘지이던 화장터에 갈 수 있으니 죽어도 두 번 죽어야 한단다. 시체를 부검해서 죽은 이유를 꼭 대어야만 한다니 이것도 맘대로 안된다. 그러니 요즘은 자다가 죽으면 그게 참 비명횡사보다 더 얄궂게 되었다.

 

* 두 번째: 병에 걸려 죽을 확률도 반반이다. 거진 반은 사실 당연한 것인데도 또 찜찜하다. 수술대 위에 아예 덮어준 의사는 솔작하다. 비싼 수술비를 감당못해 여럿자식들 의절하고  중환자실 앞에서 산소호흡기를 떼냐 마냐로 형제간 주먹다짐을 하는 싸움을 보니 나도 미리 유언을 준비 할 때 니덜은 앞으로 사람답게 잘 먹고 잘 살아라 그런 추상적인 유언보다 더 현실적으로 내가 그런 일이 있을 땐 내가 그 동안 맘에 걸린 못난 자식들 손 한 번 더 잡게 하고 눈빛 건네는 마지막 시선을 보게 하고 딱 두시간만 신선한 산소 호흡을 하게 해 달라고 미리 유언장을 써 놓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나의 금쪽 같은 자식들이 무한대 치료비에 병간호 하다가 이혼을 당하고 험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미리 예방차원으로 늘 자식앞에서 잔소리 하듯이 공증받아야 한다. 이렇게 안하면 참 가는 길 고달픈 세상이 지금이다.

 

* 세 번째 :신혼부부가 살림을 차린지 두 달만에 남편이 교통사고로 십년째 식물인간이 된 내 이웃이 있는 데, 참으로 미안한 애기지만 살아도 산 것 같지않은 생명에 너무 많은 눈물과 땀과 희생이 얼룩져가고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사람목숨이 어디 내맘데로 조율되고 늘어나는 고무줄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건강할 때 내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오늘이 가장 중요하다.

 

나는 나중에 뭘로 죽을까 .. 뭐하다가 숨을 멈출까..누구에게 마지막으로 하는 말은 무엇일까..이런 생각에 또 그 할머니 말씀이 지나간다.

\" 사는 재미도 모르고 산게 머저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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