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차겁고 이기적인 면이 있지만 어린날 길거리에 앉은 불쌍한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따뜻한 마음도 있어 난 아들을 믿고 사랑했다.
야무지고 지지않으려는 근성또한 잘 다듬으면 좋은 방향으로 성장하리라 믿어
의심치않았다.
엄마손을 빌리지 않고 방정리를 하고 군것질등도 거리가 멀어 친척들이 주는
용돈도 늘 책상위에 또는 지갑속에 두둑하게 들어있었다.
과학고나 사관학교에 아들을 보내지는 못했지만 저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고
옆에서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생활들을 지켜본 부모로써 아들은 나무랄 수 없을
만큼 제 몫을 다하는 아이였다.
그 흔하게 겪는다는 사춘기도 없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활동적이고 호기심이
많고 꿈이 컸던 아들은 서울쪽의 학교에 들어가길 희망했고 아주 어린날부터...
가끔 서울에 볼일이 있어 데리고 가면 사람은 이런곳에서 살아야 한다며 그냥
눌러앉아 살자고 보채던 아이였기에.....
하지만 수능은 뜻대로 되지 않았고 실망하고 절망한 아들은 오랫동안 억눌려
왔던 스트레스가 한번에 활화산 처럼 폭팔하여 아빠에게 대들고 오토바이를
사달라며 조르고 여자친구를 사귀고 하루도 빠짐없이 밤을 새우고 들어오고
조용하고 고분고분한 말투로 한번도 아빠 엄마와 대화를 하지 않으려 하니 어떻게
아들을 대하야 할지 어떻게 아들에게 위안이 되줘야 할지 상처받은 아빠 마음은
또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지 몰라 아컴에 \'세상에서 가장 하기 힘든말\' 이라며
아들문제를 올렸었다.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었고 난 정말 아슬아슬한 그 순간을
잘 보내고 아들은 본인이 생각지도 못했던 학교에 그것도 대기자로 겨우 4년제
대학에 들어 갔지만 자신이 못나 그런학교에 들어간줄 모르고 학교가 후지 다느니
학생이 후지 다느니 하며 목요일만 되면 기숙사를 빠져나와 집으로 와버리곤 했다.
한 학기 기숙사비를 내고 통장에 한 학기 용돈을 넣어 줬더니 ㅎㅎ 한달여 만에
한 학기 용돈은 바닥을 내고 아들은 거지가 되었다.
거지가 된 아들은 그래도 늘 씩씩해서 도대체 저놈이 뭘 믿고 저러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늘 주위에 친구들이 들끓으니 별꼴이다 하는 생각을 하며 안쓰럽고 마음이
아프지만 어미 사자처럼 아들을 그리 키우려 내 아들이 아닌듯 많이도 냉정이 대했다.
그러다 학교에서 날아온 편지한통이 남편과 날 또 실망하게 했다.
수업에 이렇게 소홀히 하면 제적을 당할 수도 있다는.......
딸아이 대학교 3학년 조신하게 여고나와 대학생활 잘하고 있고 아들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엄마 속상하게 걱정끼치는 일 없었는데 이것이 뭔소린지...
아들을 타이르니 걱정말라는 이야기만 내가 별수있나 아들을 믿을 밖에...
그리고 집으로 날아온 성적표는 전공과목만 에이뿔 그리고 나머지는 모두 f학점
신청한 학점의 절반도 못따고 누나의 성적표와 나란히 놓고 보니 기가막힌다
그래도 아들은 천하태평 그렇게 방학을 맞았고 집을 떠나 친구가 있는 대도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오겠다며 최소한의 한 달 용돈은 줘야 한달후에 월급을 받는다는
아들에게 역전에 태워다 주며 보따리싸서 돈벌러 간다는 아들이 짠해 눈물 삼키며
보내 놓았더니 아들은 한 열흘만에 용돈만 다 쓰고 집으로 들어와 다시 알바를
구하러 다닌다며 낮에는 자고 해거름이면 일어나 차를 끌고 나갔다.
식당에도 하루,옷가게도 하루,카페도 하루,우리 사무실에도 하루,그렇게 아들은
하루를 근무하고는 핑계를 대고 모두 그만뒀다.
자신이 잘났다 생각한 아들 내 얼굴 정도면 어느 곳에서고 서로들 날 데려 가려
한다며 자신감과 오만이 차고 넘치던 아들.
그런 아들이 말문을 닫고 방문을 닫고 드문불출 친구도 멀리하며 방안 퉁수가 되어
갔다. 지켜만 보고 있자니 아들 바보만들것 같아 엄마 출근할때 따라나서고 엄마
퇴근할때 같이 퇴근하자며 정신이 병들까 걱정 되는 마음을 슬금 비쳤다.
아들은 엄마가 하는 말도 아빠가 하는 말도 고분고분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새벽녘 차를 빌려 달란다.
늘 운전에 관하여는 아들을 믿고 차를 타면 조신한 아이인지라 잠시 차를 타고
나갔던 아들이 금새 차를 두고 다시 나가며 \"엄마,나 일가요.오늘부터 노가다 뛸거예요\"
했다 솔직히 이 더운날에 연약한 아들을 잡고 싶고 말리고 싶었지만 잘 다녀 오라며
아들을 보냈다. 하루 일과를 마친 아들을 데리려 인력 사무실 앞에 갔더니 왠거지가
한명 하얀이만 내놓고 밝게 웃고 있었다.
하루 일당을 받아 손에 꼭 쥐고 웃고있는 아들
돌아오는 차안에서 아들이 그런다.
\"엄마,열심히 일을 하는데 내 몸에서 어린날 아빠한태서 맡았던 냄새가 확 풍기는 거야
우리 아빠도 오늘 내가흘린 땀만큼 많은 땀들을 흘려가며 돈 벌어 우리들 키웠겠지?난
이 돈이 아까워 쓸 수가 없는데 우리 아빠는 우리들에게 그렇게 벌어 아낌없이 줬잖아
나 오늘 일하며 느낀것 너무 많았어요.\"
뭉클뭉클 무엇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걸 꼭꼭 씹어 다시 삼키며 위태위태 얼음판
위에서 춤을 추는 듯한 아들을 지켜보고 있다.
오늘은 어쩌면 질통을 질지도 모른다며 아들은 벌써 몇칠째 새벽 다섯시가 되면
인력시장으로 간다. 가슴이 아프지만 난 훗날 내 아들을 위해 새벽밥을 차려 아들을
노가다로 내몬다.세상을 향해 아들도 나도 걸음마 걸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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