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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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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회사절


BY 그대향기 2008-07-25

방희의 \"날 보러 와요~날 보러 와요~날 보러 와요~~\"는 이젠 아니다.

요즘의 나는 완전 엉망진창 회복불능의 모습으로 구겨져서 산다.

막가파의 인상이 이랬을까?

망가지고 구겨지다 못해 날 잘 아는 사람들도 잘 못 알아볼 지경이다.

수련회가 시작되기 전 부터 준비기간이라 더운 날씨에 망가지기 시작해서

스킨도 선크림도 안 바르고 ....아니다 못 발랐다.

금방 흘러내리는 땀 때문에 발라봤자 아깝기나 하지 뭐 소용이 있어야지....

맨 얼굴에 머리는 올~~백으로 밀어부치고(두상이나 작나? 큰바위 얼굴에 ㅋㅋㅋ)

알통이 장난아닌 아랫종아리를 훤 ~히 다 드러내 놓고 반바지 땔랑 입고

최대한 헐렁한 면 티셔츠 하나 입고 앞치마는 앉으나 서나 입고 다니니

얼굴은 완전 저~~~기 먼 나라 동남아계열의 아낙 같고

머리는 상머슴 헤어스타일에 다리는 육상선수 그것도 남자 육상선수 알통이니

누가 주방장인 줄이나 알겠느냐고......

오늘 아침 남편이 날 물끄러미 보더니 하는 말

\"사람이 왜 이렇게 망가졌어?

좀 이쁘게 하고 있지....

주방장이 완전 동네 머슴 같으니 누가 알아나 보겠냐고.....

본도 좀 바르고 입술도 바르지 그랬어?\"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자기 마누라가 남들한테 이쁘게 보이는게 좋아서.....ㅎㅎㅎㅎㅎㅎㅎ

주방의 열기는 가히 살인적이다.

스팀으로 돌아가는 식기세척기에

가스 압력밥솥세트가 9 개, 대형 국 솥이 2 개, 가스 테이블이 6 개 , .....

이 모든게 동시에 열기를 뿜어내면 도망 갈 때도 없고 갈 수도 없어서

고스란히 다 받으며 끓이고 굽고 씼다보면 등 줄기에 땀은  내를 이루고 흐르고

이마에는 땀들이 흘러서 눈이 따갑고 브레지어 한 골짜기에는(ㅋㅋㅋ있기나 하면 또 몰라)

땀띠에 땀이 내리면 따끔따끔...그 ㅡ래도 난 어딜 못 간다.

국을 600 인분 끓여야 하고 밥을 해야 하고 탕수육을 튀기는 걸 봐 줘야 하고

탕수육 소스를 만들어야 하니..........

사람의 형상이 아니다.

남자도 아닌 사람이 여자도 아닌 사람이 헐렁헐렁 다니면서 국도 끓이고

밥도 짓고 알록달록 파프리카에 파인애플에 오이에 양파를 넣고 소스를 완성한다.

무채도 곱게 환타색이 나게 만들어 새콤달콤 간을 해 두고

콩나물은 살짝 삶아서 찬 물에 헹궈 아삭하게 건져두고

맛살을 곱게 찟고  통깨도 빻고 얼음 물에 콩가루도 풀고............

시간대 별로 일을 해야 애들 프로그램시간에 식사를 해 줄 수 있으니

30 분 단위로 쪼개서 일을 분담시켜야 하고 다 준비되면 조리에 들어가고.

 

이런 생활이 벌써 15 년.

방학만 되면 사람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그저 아리송한  모습의 일꾼 하나가

왔다갔다 몇번하고 나면 국이...밥이....탕수육이...무생채가..콩나물맛살무침이 나온다.

사람들이 그런다.

이구동성으로.

\'주방장 님은 일을 안하는 것 같은데 주방을 몇바퀴 돌고나면 음식이 다 되어 있다\'고.

일을 참 수월하게 헐렁하게 한단다.

일을 시켜도 웃으면서 재미있게 시킨단다.

덩치도 한덩치를 하다보니 쪼잔하게 꼬물꼬물 안하고 시원시원 잘 한단다 글쎄....

하나도 힘 안들어 뵌다니 참...

난 속으로 골병은 이미 다 들었고 후유증도 앓건만 남한테 낑낑대며

불편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밤에는 끙~~~앓더라도 주방에서는 절대로 절~`대로

불편한 기색 안하고 아픈 내색 안한다.

이 일을 그만두고 나가는 시간까지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당당하게 서 있을거고 정 몸이 아니다 싶으면 아름다운 은퇴를 하고 싶다.

직장에서 녹을 먹는 사람이 그 값어치는 당연히 해야 하고 내게 주어진 임무는 성실히

책임을 다해 해야 한다는게 내 직업관이다.

아직 몸살이 나거나 감기로 앓아눕거나 할머니들 식사를 못 해 드리는 일을 안해 봤다.

가끔씩은 아프고 일을 쉬고 싶어도 내가 맡은 일은 남에게 불편을 주면서 안하면 안된다가

내 직업정신이고 프로정신(?) 이랄 수 있다.

일 주일에 수천명의 밥을 해 대면서도 교대없이 줄창 하면서도

일일 봉사자들과 힘겨운 봉사로 녹초가 되어도

아침이면 생생돌이가 되어서 용감씩씩 보부도 당당히 주방엘 입성!!!!!!!

일일봉사자들이다 보니 날마다 바뀌는 사람들과 매일매일 주방의 집기와 사용방법

야채의 다듬기와 사이즈 모양까지 하나하나 일러줘야 해서 온 종일을 말을 한다.

밤이면 말을 닫고 가만히 있고만 싶다.

칼도마는 어디에 있고요....대파는 어슷썰고요....잔파는 3 센티미터 넘지 마시고요.....

감자는 된장찌개용이니 작게 깍뚝썰기고요.....땡초도 동동동 잘게 썰어주세요.....

아니아니 싸모님은 이러면 안되고 요렇게 하셔야지~~에구 이럴 어째.......

깍뚝썰기 하시랬더니 바윗덩이를 만들어 놓으셨네~~ㅎㅎㅎㅎ

식판은 이쪽이고 국 대접은 이 기둥 이상 나오지 말고 600 개 내서 진열하시고

마늘 밑둥은 작은과도로 잘라서 믹서기 있는 곳으로 갖다주세요~~~

................................................................................................

일일봉사자들이다 보면 낯선주방이고 낯선 음식이라 모든게 서툴다.

질문없이 일을 망치는 봉사자들보다 묻고 또 물어서라도 실수없이 하는 사람들이 이쁘다.

간 혹 고집불통 봉사자들이 있어서 주방장의 주의도 무시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다소 어렵지만 그래도 난 이 일을 사랑한다.

 

\"맛있게 잘~`먹고 갑니다\"

 

이 한마디면 그 동안의 모든 수고가 다 보상받는 기분이다.

한방에 속 시원하게 스트레스도 고달픔도 다 날아가는 묘약인 것이다.

 

 

나만 바라보고 일을 기다리는 봉사자들이 즐겁게 일하고 돌아가는 시간까지

그 모든 봉사시간은 내가 책임진다.

때로는 이 둔한 머리로 음담패설을 기억해 뒀다가 한바탕 낄낄대면서 즐겁게 일을 하게

분위기도 띄워줘야 하고 수박이라도 시원하게 썰어서 넓은 쟁반에 푸짐하게 내 줘야 하니

난 바쁘면서도 늘 웃어야하는 실지로도 잘 웃는 주방장이다.ㅎㅎㅎㅎㅎㅎㅎ

일부러 인터넷에서 찾기도 하고 누가 그런 애기를 하면 둔한 머리로 외운다고

얼마나 힘이 드는지....ㅎㅎㅎㅎㅎㅎㅎㅎ

모두가 다 아는 이야기지만 해도해도 웃기는 이야기는 EDPS.

 그 얘길 음흉하게 하면 안되고 가볍게 개그처럼 해야지 은밀하게 하면 재미없다.

일 하면서 재미있고 즐거우라고 많이 수집하는 중.

그렇다고 이상한 여자 취급은 하지마시라~~

나도 때론 교양이 고루 갖춰진 우아한  여자처럼 행동하니까....ㅎㅎㅎ

 

여고시절에 비 오는 체육시간은 내 이야기 시간.

누구한테서 주워들은 이야기 여럿을 짜깁기해서 제법 그럴 듯 한 또 다른 이야기 한편이 재탄생하는 창작의 시간인 것이다.

빼대만 그냥두고 살을 붙이고 색을 입힌 이야기는 또래 학생들에게는

정말 재밌는 이야기가 되어 비가 오는 체육시간을 충분히 즐겁게 만들어 주었었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요~~

여름엔 날 보러 오지 마세요.....

절대로 절절대로 오지 마세요.

찬바람이 불고 얼굴에 뭐라도 좀 발라서 원판보수 공사가 좀 되면 오세요.

면회사절입니다요~~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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