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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BY 오월 2008-07-13

높은 산위에 올라가 야경을 보세요

수없이 반짝이는 불빛 그 중에 내것은 하나 없을 때가 있었지요.

다 집이 있는 데 난 집이 없을 때.

높은 산위에 올라가 세상을 보세요.

이 넓고 넓은 땅덩어리 왜 내 땅은 한 평도 없는지 그런 날이 있었지요.

세월 흘러흘러 살다보니 내 집도 생기고 내 땅도 생기고

남들이 뭐라든 난 마냥 좋아서 사무실가에 잡초우거진 곳을 가꾸어 꽃도

심고 세상 태어나 처음으로 고추,방울 토마토,배추,상추,캐일 그런것들

모종을 사다 심을 때 어머님이 보시고 자꾸만 웃으시기에 왜 그러나

했더니 방울 토마토는 다닥다닥 붙여 심어뒀더니 키가 사람 키 만큼씩

자라고 고추도 그렇고 상추도 그렇고 초보농군 화초처럼 볼거니

어머님 비웃지 마시라며 잘 키울 자신있다 했는데 어머님이 제 꼴

보시고 웃으신 이유를 이제야 알겠네요.

 

돈나오는 것도 아닌데 쌀나오는 것도 아닌데 우리 부부 새까맣게 탄

얼굴로 매일 푸성귀 잎에서 벌레잡고 꽃에 물주며 꽃이라고 해 봤자

내 눈시울 적시는 고향꽃 채송화,맨드라미,접시꽃,봉숭아 골드메리

칼라백합 패랭이 그런 종류들이지만 바라보고 바라봐도 세월 가는 줄

모르겠고 어린고추 밀가루 묻혀 밥위에 쪄서 양념장에 묻혀먹고

넉넉하게 상추뜯은날은 우리 사무실 식구들 떡본김에 제사 삼겹살 파티

열고 빨갛게 저녁 노을빛을 닮은 방울토마토 하나 따서 입안에 쏙 넣으면

그래 이맛에 농사 짓는거야 하는 생각을 하지요.

 

어제 꽃밭 사이 넓직하게 마련해 놓은 평상에 앉아 남편과 둘이

행복에 겨워 있을 때 평생을 농사만 지으시며 팔십이 넘으신 할아버지

우리 부부 앉아 있는 등뒤의 풍경을 지그시 바라보시며 자전거에 걸터

앉아 빙그레 웃으십니다.

우리 등뒤로 펼쳐진 풍경은 호박을 한 열 그루 심었는데 모두 누렇게

떠서 죽어가고 그 중 한 그루가 씩씩하게 줄기가 뻗어 가기에 각구목

을 사방팔방 타고 올라가서 호박이 주저리 주저리 열기를 바라는 마음에

엄청나게 큰 사다리를 만들어 줬는데 호박 줄기는 형편없는 한 줄기가

힘겹게 사다리에 의지해 비틀거리고 있는겁니다.

할아버지 말씀이\" 각구목 팔아서 호박 사먹어라\" 하시는데 남편과 저

그자리에 쓰러져 바지에 오줌 쌌습니다.

결정적으로 자전거 페달을 밟아 유유히 가시며 \"각구목 팔면 호박 50댕이는

사것다.\"

 

돌아보니 호박 꼬라지를 보니 왜이리 웃음이 나든지

남편과 눈만 마주치면 웃음이 나네요.

호박 못따먹으면 어때요.ㅎㅎㅎ

각구목 팔아서 사먹으면 돼는데....

힘든 가운데에도 늘 웃을일이 있어 그래서 사는게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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