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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 울보


BY 그대향기 2008-07-12

지난 화요일.
우린 주중에 휴일이 있다.
남들 다 쉬는 주일은 바쁘고 빨간색 날도 바쁘고....
주중에 화요일이나 목요일 쯤으로 휴일을 갖는다.
부부가 24 시간 같이 있는 직업이라(난 주방의 조리사 남편은 사회복지사) 쉬는 날도 같이 한다.
주로 남편의 고향인 부산 자갈치에서나 남포동에서 영화 한 프로 감상하고 촌 마을에는 없는
애들 옷이나 가방 신발들....가끔 어른들 옷도 세련미 철~철 흐르는 남포동에서 골라도

촌 사람 눈에는 농촌스러운 옷만 보인다.ㅎㅎㅎㅎㅎㅎㅎㅎ
그날도 자갈치 뒷골목에서 싸고 푸짐한 한정식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여름 작업복 몇벌과 막내아들(고 1) 의 짧은소매 티셔츠를 번걸아 입을 것으로 몇벌을 샀다.
주일이면 예배시간에 사회를 봐야 하는 남편의 여름 정장 콤비를 하나만 사고
난 이것 저것 허드렛 일복만 사고 김해 쪽으로 넘어오다가 \"흙담\" 이라는 전통 찻집엘 들렀다.
날씨도 덥고 낮에 집에 들어가기는 아깝고 영화는 보고싶은 프로가 없고.......
그래서 \"흙담\" 에서 시원하게 차나 한잔 하면서 쉬어 가자는데 의견일치.
버섯모양의 외향에 황토로 외벽과 실내를 바르고 손님들의 방도 멍석을 깔아서
예스런 모습으로 재현해 뒀고 방문도 창호지를 바른 나무문.
깜장 고무신이 각 방마다 한켤레씩 준비돼 있고 은은하게 음악도 흐르고 한지창을 통해서
바깥 연못의 수초들과 연도 감상 할 수 있게 꾸며져 있다.
작은 물레방아도 돌도돌고 또 돌아 시원한 물소리도 인공적이지만 나고..........

우린 에어컨 바람에 건조해진 피부를 식힐겸 연애하는 기분으로 방 하나를 차지하고 앉았다.
그 집은 온통 좌식이다.
전통차를 두잔 시키고 이런저런 살아가는 얘기며 애들얘기 뭐 그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어느 순간 남편이 숙연해졌다.

세상의 여자는 나 하나 ,세상의 남자도 남편하나 ,나머지는 그냥 사람.
그런 남편이 조용히 내 손을 당겨서 가만히 그러나 따뜻하게 꼬옥 잡는다.
\"미안해......당신 지금까지 고생만 시키고 아직 더 시켜야 해서......
모자라고 부족한 사람을 항상 최고라고 해 주고 멋지다고 칭찬해 주면서 늘 웃는 모습으로
힘들어도 웃고 어려워도 씩씩하게 이겨나가 줘서 정말 고마워.
내 세상에 다시 산다는 기회가 주어져도 당신 만나서 재미나게 살거야.
작은 것에도 만족하고 많이 풍족하게 못 해 주는데도 늘 즐거운 당신이 정말 고마워.
나 세상에 사는 유일한 이유가 당신 행복하게 해 주는 거 알지?
진심이고 앞으로도 힘들기만 할건데 당신이 이렇게 산처럼 버텨줘서 나 잘 할 수 있을거야.
사랑을 넘어서 당신을.....사랑보다도  존경해.\"
........................................
그러는 남편의 두 눈에서 눈물이 반짝인다.
내 눈에서도 ...................
우린 이런다.
지금 한창 힘들고 어려운 살림살이지만 서로를 격려하고 잘한다 칭찬하며 힘을 얻고
부족하지만 넉넉한 마음으로 이웃을 챙기는 보람도 아는 지금의 삶이 소중하기만하다.
올해 큰딸을 일찍(23세 ,대학 4학년) 시집보내는 일도 있었고 둘째 딸은 소위 말하는 

명문 사립대에 입학시키는  대형사건도 있어서
두루두루 경제적으로 힘들고 좀은 빠듯한 살림살이였지만 남의 집에 꾸러가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으로 여기며 사는지 여러분은 모르실거야~~
시골 월급쟁이 살림에 두 사건은 분명 대형사건이다.
뭐 큰딸이 속도위반을 해서 급히 서두른게 절대 아니고(벌써 오해한 눈치들 ㅎㅎㅎ)

목사님 막내아들이 부모님까지 동원해서 우리 딸을 주십사 협공을 하는 바람에

일사천리로 진행하다 보니.....
으리번쩍 기둥뿌리 빼는 혼수는 아니었지만 정성껏 준비했고 빠지지 않게 해서 소중하게 결혼식을 했다. 노초녀가 넘쳐나는 요즘 확실한 효녀가 된 큰 딸.
가서도 이쁨 많이 받고 잘 살고 있다는 소문을 둘러둘러서 전혀 낯선 사람들에게서 듣는다.ㅎㅎㅎㅎㅎ


둘째는 농협에서 아예 학자금 대출을 받아서 보냈다.
입학급과 등록금이 합해서 650 만원.
악~~~~
명문사립대의 의예공과 사람 잡는다~~~
촌에서 과외없이 간 딸이라 기특은 했지만 무진장 높은 등록금에 우린 질겁을 했지만
졸업하고 돈 벌어 네가 갚아라~~하고 대출해 보낸 비정한 부모다.ㅎㅎㅎㅎㅎㅎ
줄줄이 큰 사건을 해결하면서 또 지금까지 수련장 일을 하면서 충분히 힘들었던 몸이었기에
남편은 쉼을 주지 못하는 본인이 미안하고 그래도 늘 웃으며 사는 아내가 고마워서 운다.
소리내어 펑펑 우는 남자의 눈물보다 참으면서 억눌린 듯한 남자의 눈물이 더 가슴이 아프다.
한 번도 아내나 애들을 나몰라라 한 남편이 아니기에..........
아내인 이 못난 사람을 단 한번도 서운하게 해 준 남편이 아닌데도..........
자신의 부족하고 넉넉지 못한 형편에서도 늘 긍정적이고 밝게 살아준 아내가 감사하단다.
자신의 부족하고 안되는 부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도 한결같이 자랑스럽게 여겨주는
아내가 고마워서 눈물이 난단다.
\"아니야~~지금까지 우리 둘 다 열심히 살았잖아요.
앞으로도 애들 공부 마칠 때 까지만 이렇게 하고 그 때 까지 힘들어도 내가 도울께요.
그런 다음엔 우리들만의 작은 시골집에서 내가 좋아하는 꽃 마음 껏~~키우면서
하루에 밥 딱....두끼씩만 먹고 살아요~~
늦은 아침에 이른 저녁? 좋지요? 중간에 간식 웰빙으로 하고.....\"
\" 당신 좋을데로.........뭐든 굶기지만 말고 같이 뭘 먹든.........당신이 좋은데로.\"

우리는 그런 대화를 하면서 뜨거운  여름 해를 넘기고  저녁이 되어서야 돌아왔다.
사람들이 흔히 가지는 욕심.
우리도 다 ~~있다.
사람들이 갖는 사치.
우리도 다 ~~안다.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멋진 전원주택.
우리도 다~~살고 싶다.

그러나..................
우리는 남편 친구가 허욕에 눈이 어두워 농협 빚 끌어다가 집을 크게 지어서 결국에는
남의 손에 다 넘어가고 그래도 모자라서 빚잔치하고 월셋방에 들어가는 처참한을 봤기에
욕심그릇을 줄이고, 사치는 지나가는 개 뜯어먹게 줘 버리고 ,멋진 전원주택은
우리 형편에 맞게 아담하게 설계하면서 오늘도 서로를 아낌없이 사랑하며 열심히 살아간다.

늦게 배운 컴퓨터지만 아컴에서 서툰 솜씨로 글도 올리고 열렬한 응원군도 만나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도 즐겁게 읽으며 더위도 잊고 사랑하는 남편과 더불어 행복을 낳는다.
몇년 후에 있을 작지만 아담한 우리들의 전원주택을 짓고 짓고 또 지어보며.........
이 꽃 저 꽃 세계각국의 호화찬란한 화원도 수 없이 만들어 보면서......... 

 

리틀.

넌 알지?

엄마와 아빠가 서로를 얼마나 많이 사랑하고 귀히 여기는지?

때로는 너희들이 시샘을 할 때도 있었잖니?

늘 엄마는 아빠가 우선이라며....

아마 아빠도 같은 대답을 하셨지?

너희들도 엄마는 귀하고 소중하고 많이 사랑해.

그렇지만 아빠는.......

무슨 말인지 리틀은 충분히 알거야.

엄마....많이 행복하고 너희들이 잘 자라줘서 정말 감사하고 고마워.

이젠 결혼도 했으니까 새로운 환경에서 잘 적응하길 바란다.

어렵거든 엄마 메일로 편지 적고 같이 있어도 외로울 때 있을거야.

그럴 땐 \" 엄마~~~\" 하고 전화 해.

늘 네 곁에서 네 숨소리와 네 낮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을께.

이 밤도 엄마는 아빠를 위한 기도를 하며 잠 들고 싶구나.

너희들의 건강과 앞날을 위한 기도도 함께.

더운 여름 밤을 어떻게 보내나~~걱정이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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