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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모가 육아할 때 용돈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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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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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망초님은 책임지세요~~


BY 그대향기 2008-07-02

 

개망초님.

저 오늘부터 마음에 병이 들었네요.

망초님의 글(이모네 꽃 이야긴가 꽃밭에 앉안가 가물가물)을 읽다가

미국의 타샤튜더 할머니의 정원과 꽃 이야기를 읽고

하도 궁금해서 인터넷서점 리브로에서

\"타샤튜더 나의 정원\" 을 구입했는데 오늘 배달되었거든요.

비도 주룩주룩 억수같이 오는데 바깥일은 못하겠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이 배달 돼 오면 늘 설레이지요)

포장지를 뜯고 할머니가 꽃을 안고 계시는 표지 그림이 있는

양장본 두툼한 책을 펼치는 순간.

아~~~~

내 눈엔 할머니의 끝없을 것 같은 30 만평의 꽃밭이 나오고

처음보는 아름다운 꽃들이 황홀하게 펼쳐지는데......

거실에 있는 낡은 가죽쇼파에 몸을 묻고 단숨에 다 읽었다는 것 아닙니까!

30 만평.

가늠하기도 힘들고 얼만큼의 넓이인지도 짐작도 안되는 땅에

할머니가 집을 짓고 헛간과 꽃밭을 만드는 전 과정이 나오는데

지금까지 내 작은 화원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아침마다 저녁마다

물 주고 잡초뽑으며 애지중지한 내 화원이 너무나도 초라하게 느껴집디다~~

도무지 30만평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지요?

아파트를 지으면 몇평짜리 몇 동이나 지을 수 있는 땅이지요?

속물근성에 그런 계산이 먼저 나오는데 혼자서 피식..웃었답니다.ㅎㅎㅎ

물론 수십년 동안을 꽃을 수집하고 기르며 땅에 모든 걸 투자하신

할머니의 애정이 고스란히 담아진 걸작이지만, 분명 화가들보다 더 훌륭한

작품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살아있는 생명들을 간수하고 자라게하며. 번성케 하느라

할머니의 온 정열을 다 쏟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뭐랄까....

말로나 글로는 감히 어떻습니다  라고 표현하기 어렵고 벅찬

감동이 일어났었습니다.

소름이 돋는 감동이 밀려드는데 비오는 날씨 탓 만은 아니었지요.

내 작은 천국에서 아침저녁으로 요리조리 피어나는 꽃들을 보며

인사도 하고 고맙다고 말도 걸어주며 크고 작은 꽃들에게

사랑을 주던 내가 오늘 저녁엔 시들~~해 졌습니다.

고작....

에게게게게........

내가 못 갖춘 수 없이 엄청난 꽃들이 그 곳에는 다 있고

넓은 땅과 좋은 나무집과 온실과 예쁜 강아지 코기(조만간에 한마리 분양할

까 봐요. 전 부터 키우고 싶었던 종인데 또 확...생각이 앞서잖아요).

할머니가 그 땅과 꽃들을 갖기까지 치른 수 많은 고생과 노력은 보이지 않고

오로지 내 눈에는 꽃들과 넓은 집과 꽃을 심을 많은 땅 그리고 코기만

보이더군요.ㅎㅎㅎㅎㅎ

나는 어디다 심지?

2 층 집 옥상엔 온통 화분들 뿐이고 유리상자로 만든 작은 화단과

공예하시는 분이 준 나무로 만든 넓은 화분과 말구유 서너개 그리고 돌확들.

마음이 시키는 데로 심을 땅이 내겐 30 만평이 없어요.

갑자기 가난하단 생각이 들지않겠어요?

바보같이.....

망초님.

순간이었어요.

가난하단 생각이.

이 만한 화단과 화분을 갖춘 사람이 그리 흔치 않기에

금방 내 꽃들에게 미안하단 생각이 들었지요.

아버님 댁에 나중에 들어가서 꽃을 맘껏 심어도 돼고

거의 600 평이 넘는 땅이니 웬만한 꽃들은 심겠지요?

시골이니 공기 맑고 집 앞에 개울이 제법 흐르니 붓꽃을 많이 심을 수 있고

지금도 노란색은 많더라구요.

가끔식 물오리도 유유히 헤엄치고 떠 다니던데....

앞 마당에서 보이는 너른 논에서는 수시로 작물들이 바뀌며

녹색마당과 황금벌판을 선물해 주니 덤으로 좋구요.

도시로 애들이 공부하러 다~떠나고 나면 우리부부는 경주에서 노년을

보내자고 잠정 합의를 봤는데 경주도 요즘은 외곽지대까지도

땅깞이 엄청나더라구요.

작은 집 하나 짓고 마당 넓은데서 자잘한 야생화랑 수선화 라일락 함박

목수국과 붉은 사루비아 ,금낭화와 매발톱 , 키 작은 패랭이와 꽃잔디

수국이랑 색색의 백합, 울타리엔 담 대신에 접시꽃을 심고 잔디를 깔고

돌다리를 만들어서 작은 연못에서는 금붕어랑 수련이 친구하는 집.....

작아도 그런 집에서 살고 싶어요.

투박한 소나무 원목  식탁에서 솔향을 맡으며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애들의 애들이 와도 비좁지 않게 가구는 최소화하고 거실을 넓혀두고

안방에는 낮은 나무 침대를 들여 놓고 장롱이나 다른 가구도 없이

붙이장으로 다 평면화 시켜버리고 나무로 뚝딱뚝딱 어슬퍼도 내가 만든

간단하고 심플한 소품들로 정감있게 꾸미고 싶어요.

아직은 때가 아니고 더 기다리고 준비를 해야겠죠.

타샤튜더할머니 같은 엄청난 정원은 무리고 솔직히....

다 관리하기도 힘들도 그냥 부러워만 해 봤지요.ㅎㅎㅎㅎ

가까운 이웃이었다면 꽃씨 정도는 얻어러 갔을 겁니다 분명.

물어물어서라도..........

망초님.

할머니 같이 어마어마한 정원은 아닐지라도 지금의 내 정원이요~~

충분히 감사하고 아름다워요.

가지지 못하는 것에 목말라하지 않고 내가 가진 것에 사랑을 주고

잘 가꾸면서 멀지 않은 내일의 꿈을 키우렵니다.

그 때가 되면 망초님.

좋은 꽃씨도 나누어 가지면서 서로의 정원을 꾸미는데 조언도 아끼지 않는

아름다운 이웃이 되어 주시기를 희망합니다.

책임 안지셔도 되겠습니다.ㅎㅎㅎ

오히려 감사하죠.

타샤튜더 할머니 같은 멋진 정원사를 소개해 주셔서.....

할머니요...화가에다 글까지 쓰시더군요.

에세이 집이랑 그림책도 조만간에 사 읽고 싶어졌어요.

느리게 사는 법과 음식이야기까지 다양하게 있지만 다 읽기에는 .....

종종 아름다운 정원을 소개해 주세요.

시골마을에서 좁디 좁은 안목으로 살아가자니 세상이 온통 환희 그 자체요

신기한 것 투성이지요.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가지만 모르는 것 천지고 빠른 세상의 변화에

느리고 둔하게 대처하면서 사람냄새를 간직하려 어둔한 몸짓을 계속합니다.

도시의 네온사인 불빛에는 웬지모를 이질감이 느껴지는 완전 촌 아줌마 다

된 이 사람 이대로 살아도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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