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목이 너무 험하다.ㅎㅎㅎ
그렇지만 정말 동맥은 끊었고 아픔은 있었지.
몇년 전 걷다가도 갑자기 폭.....
그 자리에 소리도 없이 꼬꾸라지고 숨이 멎을 것 같은 통증이
온 가슴으로 압박해 오는 일이 가끔 있었다.
예고도 없고 사전에 어떤 조짐이 없었기에
차를 타려고 차 문을 열고 서 있다가도 폭.....
마당을 걷다가도 갑작스런 통증으로 가슴을 쓸어 안고 그 자리에 폭....
그런 일이 몇번 반복되면서 진땀은 흐르고 통증은 한참이 지속되고 해서
남편한테 조심스레 병원엘 가 봐야 겠다고 의논했다.
평소에는 감기쯤은 일찍 자는 걸로 앓지 않던 아내가 갑작스런 가슴의
통증을 호소하니 남편도 걱정이 많이 되는 눈치다.
마산의 종합병원에서 예약을 하고 검사를 받던 날.
혹시라도 예기치 못할 중병에라도 걸렸다는 의사의 진단이
나올까봐 아침 내내 불안하고 애들이 생각나고
아침에 꼭 안아주고 나올 걸.......
학교가는 딸애의 머리를 더 예쁘고 꼼꼼하게 묶어 줄 걸......
막내를 할머니한테 맡기지 말고 데려 올 걸......
착잡하게 여러가지 못다한 일들이 겹치고 검사시간은 다가오고
남편한테 혹시라도 나 죽을 병에 걸렸다 하면 남은 날 동안
많이 사랑해 주고 죽고나면 우리 애들 구박하지 않을
이쁘진 않아도 마음씨 착한 여자랑 재혼하란 농담도 주고 받았다.
당연히 남편은 따라 죽는다는 말로 날 위로 하고 ㅎㅎㅎㅎㅎ
드디어 시간이 되어 절차를 밟아서 검사를 하는데
완전히 사람을 로봇처럼 온 몸에 빨판 같은 것을 붙히고
달리기도 하고 눠서 뭔뭔 검사에 앉아서 또, 또, 또....
시간이 많이 지나서 다 기억은 못하겠는데
성한 사람이 우습게 보일 때 까지 온갖 검사를 다하고
그래도 뭔가 확실치 않다면서 보호자의 동의서를 받고
여기에서 보호자인 남편은 완전 쫄았다.
시술각서에 도장을 찍으면서 담당의사는
\"이 검사를 하다가 만약에 심장으로 가는 혈관에 이상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즉시 수술을 해야 하고
수술하다가 사망할 확률 50% 고 수술이 성공 한다고 해도
회복하다가 사망할 확률이 또 그만큼인데
그래도 시술하시겠습니까?\"
운동검사로도 심장에 이상징후가 있다고 나오다 보니
동맥으로 마이크로카메라를 넣어서 심장으로 가는 혈관에
이상이 있나 없나를 검사해 보면 확실하다는 의사의 말에
어느 보호자가 안 하겠다고 하겠는지......
각서에 도장을 찍는데 기분이 묘~하더란다.
그래도 치료할 일이 있을런지 분명히 하기 위해서 도장을 찍고
드디어 왼손 동맥을 끊고 카메라를 혈관으로 삽입해서 쭈 ㅡ 욱 쭈 ㅡ 욱
밀어 올리는데 이 아픔을 무어라 얘기해야 할런지.
아픈 것이 콕 찔리는 것도 아니고 뭔가 내 몸에 이물질이 들어 오면서
극심한 통증보다는 다른 차원의 무겁고 둔한 아픔 같은.....
꾹 꾹 큰 바위가 손목을 누르긴 하는데 손을 뻗어야 하는 아픔이랄까?
빼 내지는 못하고 몸이 찢기는 것 같은 아픔.....
남편은 밖에서 모니터로 그 모든 상황을 실황중계로 보고 있고
의사가 하나하나 설명해 주는 수술방식이었다.
한참을 손목의 동맥으로 카메라가 달린 관을 밀어 넣던 의사가
\" 심장에는 아무 이상이 없고 돌아가실 때 까지 심장은 튼튼 하겠습니다\"
휴.........
그럼 뭐야?
왜 갑자기 푹 꼬꾸라지고 가슴이 터질것 같이 아팠던거야?
수술복을 내 사복으로 갈아 입고
담당의사 앞에 앉아서 이런저런 질문에 답하는데
\"아주머니 직업이 뭡니까?\"
\"연수원과 양로원을 겸하고 있는데요?\"
\"성격이 매우 외향적이고 활달하실 것 같은데
본인은 훌~훌~털었다 , 잊었다 , 신경 쓰지 않는다 해도
일의 성격상 잠재적으로 스트레스가 쌓여서 오는 일시적인 심장통증이니
되도록이면 많이 얘기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노력하시면 되겠습니다.\"
스트레스!
병명은 스트레스성 일시적 심장통증이란다 글쎄.......
가슴졸이며 곁에서 의사의 말을 경청하던 남편의 긴장된 얼굴에서
순식간에 화색이 도는게 보였다.
\"그럼 특별히 치료할 일이나 수술도 없나요?\"
\"네~~~집에 가시는 길에 좋은 저녁이나 드시고 편하게 해 드리세요.\"
아 아 아........
감사합니다.
얼마나 긴장했던지 온 몸의 맥이 탁 풀리는 기분이었다.
병원비는 무지무지 많이 나왔지만 아무 이상이 없다는데 그까짓 병원비 쯤이야...
남편은 내 손을 꼬옥 잡고 나오면서
\"미안해요. 당신이 그런 줄도 모르고 잘 견디고 있는 사람이라고만 느꼈으니....
그 많은 수련회와 할머니들 속에서 참고 이기는 줄도 모르고......
앞으로는 내게 다 풀고 스트레스는 이름도 모르고 살게 해 줄께.\"
우린 마산에서 꽤 좋은 음식점에서 애들 없이 멋진 식사를 했고
오는 길에 화원에 들러서 어마어마하게 큰 난 화분을 기념으로 선물받았다.
병원에 와서 병명이 무섭지 않게 나온 기념으로.
그 후로 몇년이 지났고 난 여전히 이 일을 하고 있다.
가끔 아주 가끔 몇 년에 한번 꼴로 가슴이 아픈 적은 있었지만
전에처럼 극심하게 아프진 않다.
남편은 수시로 내게 자상한 배려를 해 주고
농담으로라도 자기가 살아가는 이유는 내게 기쁨이 되기 위함이란다.
친시어머니가 아닌데서 오는 섭섭함도 남편은 다 들어주고
시누이들의 철없음도 자기가 먼저 일러주며 혹시라도 내가
시댁식구들 때문에 마음 상할까봐 미리미리 챙긴다.
애들이 철없는 행동이나 말을 해도 나보다 남편이 먼저 야단을 친다.
마음이 여린 내가 울거나 속 상해 할까봐.
겉으론 잘 웃고 씩씩하고 해처럼 환하게 잘 웃지만
마음이 약한 난 잘 울고 때로는 혼자서 속이 상해서
남편한테 응석도 잘 부리는 덩치 큰 어른이다.ㅎㅎㅎㅎ
남편은 아무도 모른단다.
덩치가 큰 여자인 내가 얼마나 앙증스럽고 귀여운지 그리고 깜찍한지....
(끔찍이 아니고? 하면 펄쩍 뛰는 흉내를 내면서 끝까지 깜찍이란다.)
다른 사람은 아무도 모른단다.
최근에 딸들이 그런다.
우리집에서 엄마가 제일의 애교덩어리라고........
진짜로 난 애교도 철~철~이고 남편이나 애들에게 귀여운 여인으로 통한다.
믿어지시는지요?ㅎㅎㅎㅎㅎ
타고난 낙천성도 있겠지만 스스로에게 최면상태를 유지하게하는
혼자만의 마법을 거는 줄 아무도 모를거다.
스트레스받지 않으려고 날마다 좋은 생각만 하려고 한다는 것을.....
우리는 대화를 많이 하는 부부다.
그 날의 옷차림부터 아침컨디션까지 자잘한 것도 칭찬하고
잘못은 타일러주며 나도 남편도 남한테 누가 되는 일은 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산다.
수시로 마당에서 마주치고 집에서도 만나도 가볍게 입맞춤하는
아직은 신혼기분이 많이 남아있는 닭살 부부다.ㅎㅎㅎㅎ
애들도 인정하는 왕닭살.
이 부분에서 읽기가 거북한 아컴님들이 계시다면 죄송.
하지만 우리의 진실된 삶의 모습들이라 거짓없이 가감없이 올리다 보니....
넓은 이해 바라며 오늘도 서로의 주일 복장을 칭찬하면서
즐거운 하루를 보낸 촌부 그대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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