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편에서 계속
탑밭에 비료를 뿌린다.
쨍쨍 내리쬐는 태양은 한여름을 방불케하고 퇴비가 담긴 푸대자루는 정말 무겁다.
질질 끌어다 흩고 또 흩고..
잊어야한다. 잊어버려야 산다. 살아야한다. 나는
너무 믿음이 좋았던 것이야. \'무조건 믿으라\' \'보지않고 믿으라\' \'선교하라\'
\'나는 선교에 빚진자라..\'
교육, 내겐 기독교육이 평생에 절반도 넘게 계속된다.
내 구성요소에 기독이 들어있고 선교가 들어있는 것,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나는 속을 수 밖에 없었고 또 속을지 모른다. 아아~
..
오늘따라 물병도 안가져오고 목은 마르고..
저 아래 내려가면 내 초등동창 머슴아가 가게를 하는데
지금 내꼬라지 보이고 싶지 않다.
엄마는 서울 가고, 오숙이도 말숙이도 집 비워놓고 다 서울갔다.
오직 내눈에 보이는건 넓게만 보이는 텅빈 밭뙤기와 포릇포릇 움돋는 감나무 잎사귀와
삐죽삐죽 우산처럼 무성해가는 두릅잎파리와
한참 전에 흩뿌려논 콩알이 심자마자 비둘기들이 잔치를하고
남은 콩이 싹을 틔워 뾰족이 올라오고
콩보다 더많은 풀이 게릴라부대처럼 대모를 하고 밭가운데 석탑만 우뚝하다.
됐다. 오늘은 그냥 퇴비만 뿌려놓면 잘한것이야. 집으로..
냉장고를 열어 벌컥벌컥 생수를 한병 들이키고 컴퓨터에 접속.
뭔가.. 혹시.. 나 없는새 선교사가 입금이라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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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앗! 이게 웬일?
나 없는 몇시간, 경찰서에 가고 농협에서 비료를 사고
탑밭에 무거운 자루 끌고 퇴비 뿌리고온 한나절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내 카페에 가입하고 \'주문\' 게시판에 청국장이 불티난다.
웬일이냐고..? 이게 웬 아닌 밤쭝에 도깨비 방망이냐고..
이유인 즉,
도깨비(박근영)후배가 성범후배로부터 내 사연을 전해 듣고 내 카페에 들어와
그 전말을 확인하고 잘드는 글빨로 \'하나님까지 팔아대는 보이스피싱\' 이란 제목으로
사연을 적어 블러그에 올렸단다.
다음 블러그 \'386세대의 아름다운 추억\' 의 주인장 박근영(도깨비),
동문이란 이름으로.. 근영씨는 신종사기 \'보이스피싱\' 그것도 고발하고
내 청국장도 걱정된 모양이다.
고맙다. 근영, 성범아 고맙다. ㅜㅜ
이 일로, 내생애 천지가 개벽할만한 사건이 생겼다. 또 터졌다.
그것은........ 수많은 손님의 주문이 봇물처럼 터진 것이다.
감당하기 힘들어 \'그만, 숨 좀 고르고 또 합시다. 주문 뚝/ 좀 있다가 주문하세요~\'
된장녀의 비명이 집밖으로 새어 나간다...
아~악! 주문에 눌려 죽을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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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참~
교묘한 수법으로 사람을 속여먹는 사기꾼도 있고
사기꾼에 분개하는 열혈기자도 있고 여러 좋은 사람이 절망한 한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나처럼
사기당해 절망할 틈도없이 유명인이 되기도 하고
하루 이틀에 좋지않은 일, 또 좋은일이 연달아 일어나기도 한다.
뭐가 뭔지 얼떨결에 콩을 또 쑤고 그 콩을 이불에 묻어 안고 자며 청국장을 띄우고
장을 퍼담고 더덕찌를 만들고.. 우체국 택배아재가 바빠지고
가짜선교사에게 보내려했던 물건이 몽땅 팔려 나가고..
그렇게 오월은 중순을 향해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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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7일,
어제에 이어 오늘도 바쁘다. 삼영언니가 벙~하게 한방맞고
손발에 힘이 탁! 풀려 돌아가실듯 쓰러졌다. \'나는 괜찮아요. 언니 왜이래요~ ㅜㅜ)
간신히 수습하여 냉수먹고 속차리고 맥없아 멀건 천정만 다보다가 집에 가셨다.
다음날 아침에 \'애기야 으째있노?\' 하면서 찾아온 삼영언니,
\"으잉? 어데 이런일이 다 있노? 희얀한 시바이가 다 있데이~\"
어이없어 하며 다시 하던일을 부지런히 돕고있다.
# 따르릉~ 여기 경주경찰서 ㅅ형사입니다. 박ㅈ숙님이 돈을 입금했던 통장주를 찾았습니다.
나: 오잉? 그렇게 빨리요? 어떤 넘이던가요?
# 멀쩡한 사람이지요. 그사람도 피해자일수 있으니 지급정지한 통장을 풀어 주세요.
나: 머라꼬? 당신 담당형사 맞습니까? 아무래도 가짜같다. (가짜선교사에 이어.. 불신)
# 담당형사 맞습니다. 그사람을 계속 수사하고있으니. 그사람도 사업하는데 통장을 묶어 놓으면
장사에 지장이..
나: 지금 이런말.. 형사가 하는말 맞아요? 도리도리.. 아무래도 수상합니더.
... 다시 전화걸어 경찰서에 확인하니 내 담당형사가 맞다. 형사치고 참 맘씨 좋다.
나하고 다시 긴 통화끝에 안*성(내가 통장에 돈입금한사람)이 내일이라도 조사받으려 오겠다하니
날더러 내가 먼저 경찰에 나와서 상세조사를 받아야 된다고 했다.
이틑날, 나는 경찰서에 가서 맘씨좋은 담당형사에게 2시간 동안 긴긴 상세내용을 진술하고 지장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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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다음날,
안*성씨가 부인을 데리고 우리집에 찾아왔다.
키크고 체격좋고 잘생긴.. 너무나 멀쩡한 사람이 내앞에 나타나서 하는 말,
# \'통장 지금정지를 풀어달라\' 자신도 피해자임으로.....
헉!
나: 당신 입장에선 피해자일지 모르지만 나에겐 가해자거든요. 첨단 지능범죄의 일당입니다.
왜 모르는 사람에게 통장을 빌려주고 그래요?
## 그 사람(안*성)의 변,
10년전 필리핀에 살았던 적이 있고 그때 알던사람 \'오명근\' 이 갑자기 전화걸어
\'돈 받을것이 들어오는데 한국에 통장이 없으니 통장을 잠시 빌려달라\' 해서 통장 번호를 불러줬고
그 통장으로 들어온 돈을 \'다른 통장으로 보내라\' 해서 보낸것 뿐이란다.
아.......... 어찌 하오리까?
===>> 보이스피싱 그 후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반전................ 계속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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