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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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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BY 바늘 2008-05-21

퇴근 무렵 휴대폰에 문자 메세지가 들어온다

 

\"어머니 오늘 저녁 시간 어떠세요? \"

 

학교 앞 고시텔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들 녀석의 연락이었다

 

마침 학교 축제 기간인데 수업이 비어서 엄마와 동생 만나서 저녁 데이트나 할까 싶어

연락을 했단다.

 

저녁 7시 무교동!

 

시청 앞에서 근무하는 딸아이도 시간 맞춰 나오고 나도 부지런히 약속 장소로 나갔다.

 

체크 무늬 남방에 가방을 둘러메고 저만치에서 아들 녀석이 씨익 웃으며 성큼 다가온다.

 

잘도 생겼네 우리 아들~~

 

흔한 쌍커플 수술마져도 한적 없건만 어디가나 미인 소리를 듣는 예쁜 딸도 곁에 있고

배고픈 저녁 시간이지만 엄마로써 느끼는 그 포만감을 어떻게 말로 글로 표현해야 좋을까?

 

\"자~~ 우리 뭐 먹으러 갈까? 오늘 저녁은 엄마가 쏠께~~~\"

 

직장 생활을 하는 딸아이는 종종 퇴근 무렵 평소 자기가 먹어 본 음식중에 맛있다

생각하는게 있으면 꼭 그곳으로 나를 불러 주었기에 오랜만에 무교동

데이트에서의 저녁은 흔쾌히 내 주머니를 열기로 공표하고 저녁 외식 메뉴를 정하라

하였는데

 

아이들은 근처에 주꾸미 요리를 아주 잘하는 식당이 있다면서 그쪽으로 가잔다

 

입 소문대로 손님이 가득한 식당은 허름하기 이를데 없었으나 빈 테이블이 거의없이

만원이었고 겨우 막 손님이 털고 일어난 자리가 하나 눈에 띄여 우리 세식구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

 

푸짐한 콩나물에 싱싱한 주꾸미와 흰떡, 돼지 목살까지 어울어진 매콤한 주꾸미 요리!

 

요리도 요리지만 장성한 아들과 잘 자라 제 앞길 야무러지게 개척해 가는 딸아이를 곁에

두고 함께하는 저녁 한끼 식사는 어떤 황후의 만찬보다 더 화려하고 기쁨에 넘치는

식사였다.

 

낮 시간  직장에서 쌓인 육체적 정신적 피로도 든든한 아들과 딸을 마주하고 있으니 순간

씻은듯 치료가 절로 되는것 같았다.

 

40대 초반 급박한 상황에서 무작정 시작했던 직장 생활

자칫 거리로 나앉을 처지에 전세집을 구하고 몇년 후 그 전세집을 내 집으로 장만하고

두 아이 대학 공부를 가르치고 가장 힘든 시절에 부딪쳐 나는 나자신도 전혀 몰랐던

내 안에 잠자고 있던 강인함을 만나게 되었다.

 

저녁 식사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엄마의 최근 생각을 요모 조모 펼쳐 보였다

 

저녁 식사 후  든든한 아들과 예쁜 딸 팔짱을 끼고 아름답게 정비된 청계천 길을 걸었다.

 

인공적이겠지만 쉴 사이 없이 시냇물이 흐르고 은은한 조명아래 수풀도

우거져 있고  도십 한 복판에서 자연속으로 여행을 다녀 온 듯 행복한 저녁 나들이였다.

 

살면서 세상은  다 눈물도 그렇다고 온통 웃음만 있는것도 아니고

늘 열심히 최선을 다하다 보면 좋은 날은 분명 내 앞에 다가와 나를 포근하게 감싸 안는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