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식당을 시작하면서 목표가 삼 년이 되면 두번째 가게를 연다는 것이었다.
이제 그 삼년이 되었다.
첫번쩨 식당자리는 아무데나 발을 붙일 수 있는 자리면 된다고 생각하였다.
경험이 없는 우리에게 식당을 할 장소를 빌려 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으니까...
두번째부터는 경우가 다르다.
우리는 건물 주인들이 원하는 좋은 세입자 임을 첫번째 가게로 증명을 했으니까...
사실 지금 식당을 하는 건물을 팔라고 하였더니 그 주인이 그런다.
자기네가 바보냐고...우리처럼 좋은 세입자가 있는데 왜 파느냐고...
아들이 찾아오는 식당자리를 보고 도리질을 하였다.
꽃과 나무를 심을 곳이 없어 싫다, 새건물이라서 식당을 꾸미는데 돈이 많이 들어서 싫다, 식당을 했던 자리라도 권리금을 무는 것은 싫다, 차에 앉은 채 주문하고 음식을 받아갈 수 있는 드라이브 쓰루가 없어서 싫다...등등
아들녀석이 그럼 엄마가 찾는 조건을 말해 보란다.
식당을 하다 망해서 나간 건물, 식당 장비가 그대로 남아 있어 우리 돈이 안드는 곳, 드라이브 쓰루가 있는 곳, 꽃밭을 만들 공간이 많은 곳, 사람들이 모이는 쇼핑센터에 있는 곳...
드디어 아들 녀석이 그런 곳을 찾았다고 주소를 준다.
다음날 새벽 주소를 들고 찾아간 곳, 정말 꿈에 그리던 장소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한다.
여기 요 나무는 이렇게 아치를 만들고 저기 조 나무는 키워서 한국의 정원수들처럼 손질하고 그 밑에는 맥문동을 심어두고 사이사이 풀꽃도 심고 드라이브 쓰루가 있는 곳엔 쟈스민을 심어 터널을 만들고, 고속도로가 지나는 길 건너쪽으론 야생화 밭을 만들고, 건물과 주차장 사이엔 키가 큰 나무를 심어 그늘을 만들고...
까치발을 하고 들여다 본 안에는 내가 좋아하는 벤치 모양의 나무의자가 보인다.
어머어머, 저기 샐러드바도 그냥 두고 갔네...
그 건물에 적혀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하니 이미 다른 사람과 계약을 진행 중이란다.
실망 실망...
하지만 아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하면서 그 계약은 깨지고 내가 들어가게 기도를 빡세게 하라고 농담처럼, 장난처럼 하지만 그 속에 진심을 섞어서 부탁을 하였다.
남편이 그 말을 듣고 남의 계약을 깨지게 해달라고가 아니고 내가 들어가 성공하게 해달라고 하란다.
맞다 맞아. 나보다 똑똑할 때도 있네...그러게 내 남편이라지...하하 웃었다.
하하 웃고 장난처럼 넘겼지만 난 그곳에 꼭 식당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사라지지 않았다.
남의 일에 훼방하거나 남의 것을 빼앗으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만은 빼앗아서라도 내것으로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길만큼 장소가 맘에 들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다. 그저 기다려 볼 수 밖에...
최종 계약이 이틀이면 된다더니 계약이 되었나 연락이 없다.
안되면 나랑 이야기를 하자고 했었는데...
다시 실망 실망...
며칠 후 아들이 다시 연락을 하였다.
그 자리가 다시 시장에 나왔단다.
그 사이 남편은 날 설득해서 포기하고 두번째는 몇 년 더 기다려 열자고 했었는데...
그리고 오랫만에 사이좋게 교외로 드라이브도 다녔왔는데...
틀림없이 남편이 화 낼 줄 알지만 유혹이 너무 강하다.
남편과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아들보고 더 알아보라고 해버렸다.
남편과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결국 건물 안을 살펴보았다.
기대 이상이다.
걸어 들어 갈 수 있는 냉장고도 있고, 음식을 뜨겁게 보관할 수 있는 워밍테이블도 있고, 오븐도 있고, 내가 사야할 것이 그다지 많지 않다.
남편의 저항이 여전히 세지만 지금 계약을 진행 중이다.
그런데 슬슬 정말 잘 해 낼 수 있을까...염려가 된다.
그리고 슬몃 웃는다. 염려를 저만치 밀어낸다.
언제는 내가 내 힘으로 한 것이 있나...다들 도와주어서 했지...
그래, 눈물나게 고마운 사람들이 많았지...
음치인 나, 음악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나를 위해 씨디를 구워다 준 메쓰유, 구루도 있고, 공짜로 간판을 해 준 글렌도 있었고, 내가 알게 혹은 나도 모르게 잡지나 신문에 기사를 써준 손님들도 있었고,
게으른 날 위해 신문이나 잡지에 난 기사를 액자에 넣어 걸 수 있도록 해 준 손님도 있고, 음식을 공짜로 먹게 해주면 된다며 스피커를 설치해 준 손님도 있고...인터넷에 우리 음식이 맛있다고, 건강식이라고, 우리 식당이 예쁘고 서비스도 좋다고 리뷰를 써 준 손님들도 많았고...
사실 메뉴도 내가 만들었다기 보다 손님들이 원하는 대로 하다보니 인기가 있는 것이고...
그래 식당은 내가 혼자서 한 게 아니지...
염려할 것이 뭐람... 난 그저 식당을 열고 모든 사람들이 자기 것으로 여길 수 있게 함 저절로 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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